양평의 餘山, 옥산에서 청계산으로... 100501

강기한 2010. 5. 2. 15:58

  

 

 

 숨이 턱에 닿고 등짐을 진 채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 앉고 싶을 정도의 고통 쯤은

사위가 탁터인 산정에서 저 멀리 펼쳐지는 아스라한 산그리메를

바라볼 때의 가슴으로 이는 울릉증을 기억한다면, 얼마던지 감수 할 수 있다. 

 

오르는 과정이 힘들수록 산정에서,

또는 산행을 마친 후에 느낌의 강도는 더하다. 

더군다나 아스라한 저 편 능선길에서의 지난 발걸음의 기억들을 되새기는 그 맛, 또한 

경험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덤으로 건강까지 좋아진다고 하니, 이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욕심이라면 가물가물한 저 편 능선은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다시 한번 산걸음을 하려는 계획, 그 정도. 

허나 그 곳이 미답의 산길이라면 그건 궁금증을 넘어서서,

하지 않으면 안되는 어떤 숙제 같은 것이었다.

 

농다치 그리고 인근의 서너치재에서 부터 수차 산걸음을 시작 했던지라

사방 빙둘러 기억에 없는 산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저기 저 마을 뒷산까지 섭렵했느냐에 대한 물음에는 답을 내 놓을 수는 없으나 

딱 한군데, 그리 높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고 하는 산이 있었다. 

왠만한 지도에는 오름길에 대한 등로 표시도 없다.

 

서편으로 이어지는 그 산능선이 한강기맥의 마지막 능선으로,

요즘 전철이 개통되어 년 중 내내 산객으로 붐비기 시작하는

두물머리의 청계산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그래? 그렇다면, 가봐야겠다. 

빙 둘러 하나 남았는데, 뭐... 방점을 찍어야지. 

 

오대산 두로봉에서 부터 시작된 한강기맥은 

이 미답능선의 끝봉인 청계산에서 마지막으로 봉을 세운 후 이내 북한강으로 잠긴다.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가지 않은 산길을 잇다보니

산길이 이렇게 연결 되었을 뿐이며,

그건 지난 번의 장락단맥 이니 화악지맥 이니 하는 것과도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니 수도권 주변의 산들을 꽤나 헤집고 다녔다.  

 

시집가는 새색시가 사용할 농을 운반하는데

행여 흠이 날 까봐 노심초사할 정도로 길이 좁았다 하여

이름지어졌다는 농다치 재는, 결코 좁지 않다. 

산을 가르는 차량 통행이 그리 드물지도 않고

뜸하긴 하나 하루 3편의 버스가 재마루를 오가며 

모터바이커들이 타고 온 엄청난 배기량의 바이크가 열병하 듯

늘어선 재마루의 광경도 이젠 흔하다.

  

양평터미널에서 8시 반에 청평으로 넘어가는 버스는

중미산 휴양림 입구가 있는 농다치 고개로 20분 만에 닿았다.

 

동으로 길게 이어지는 소구니산과는 달리 

도로 반대편인 서편으로 야트막하게 올려다 보이는 

햇살 능선의 끝을 향하여 산 걸음을 옮겼다.

 

이제 당분간은 이 고개마루를 찾는 일은 없을 듯하다. 

 

 

 *

 

 

 농다치 고개에서 오른 옥산. 

옥산은 자연 휴양림이나 사설 리조트에 온 휴양객들의 산책로가 이어져 등로가 넓직하다.

산정은 보다시피 잡목에 가려 저편이 히끗희끗 하게 보여 질 뿐으로 별 볼게 없다.

 

 

바이올렛은 봄 보다 가을이 더 좋다.

지난 가을, 설악의 바위 틈에 어렵게 자리하던 이슬 머금은 구절초가 생각났다. 

 

 

 괴불주머니

 

 

 지도를 보아하니 양서면 고현으로 나온다. (청계리?, 증동리?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된고개

 

 

 정상석을 새로 장만한 청계산정.

(구, 정상석도 옆으로 있다.)

수도권에 청계산이 모두 셋있다.

늘 산객들로 붐비는 과천의 청계산,

그리고 한북정맥 줄기에 속하면서 청정지역으로 관리되는 포천의 청계산

또 하나는 전철로 산 아래까지 연결되어 교통이 한결 수월해진 양평의 청계산.

 

양평 청계산은 두물머리의 조망이 좋으며 강 건너편으로는 운길산이 보이고

동으로는 용문산 마유산 소구니산 그리고 중미산... 등이 보인다.

 

 

 강 건너의 운길산 방향

 

 

얼마 전 방영한 드라마에서 '아이리스'가 뭘까... 했다.

그러고 보니 딱 한장면에서 붓꽃이 나오긴 했는데,

내용상 무얼 뜻하였지는 기억에 없다. 

그냥, 액션... 그게 재미있었다.  

 

 

 

 

 

 

 

 

 

 

 

갑산 묘지 공원.

 저 산을 내려왔다.

 

 

 그 녀를 이렇게 가까이 보기는 처음이다.

거참...

양수역으로 내려서는 등로 바로 옆.

 

 

 한강기맥 끝구간을 내려서면서.

 

 

 

 

 

 양수역으로 내려가는 오솔길

 

 

 

 

 

 명자(榠樝)꽃 / 산당화

꽃말 ; 평범, 조숙, 겸손

꽃이름 하나씩 배우는 재미가 있다. 

 

*

 

한강기맥의 마무리 구간이라는 것 말고는 별 다른 특징이 없었다.

청계산에서 차라리 남의 형제봉을 거쳐 부용산과 하개산으로 하여

양수역으로 내려 서는게 긴 하산길의 

두물머리가 빤히 내려다 보이던 눈맛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한강기맥의 마무리 구간을 이 산길을 말하기도 하던데,

그 구분의 기준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다만, 청계산에서 북편의 벗고개와 갑산묘지공원을 거치는 산길이

남의 형제봉에서 부용산 하개산으로 이어지는 산길보다는 더 길다.

 

 

*

 

용산에서 용문까지 이어지는 중앙선 전철이 지난 연말 이 후 본격 개통됨에 따라 

북한강과 남한강 주변의 경관이 좋은 산으로 교통이 한결 나아졌다.

팔당역 인근의 예봉산과 운길산역에서 오르는 운길산,

양수역과 국수역이 가까운 청계산, 

그리고 양평역과 용문역의 용문산을 비롯한 백운봉, 중원산, 도일봉...

등지로 주말이면 숱한 산객을 실어 나른다.

 

용문에서 출발하여 양수역에 도착한 전철은 산객들로 이미 만원이었다.

중간 즈음하여 바로 내 앞에서 빈자리가 나자마자,

그냥 털썩 앉아 버리고 만다.

산길의 오르내림이 순하긴 했으나 20Km에 가까운 길을 걸은게, 그만...

 

*

 

교통이 편한게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