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초 늦은 오후 즈음하여, 천마산정에서 바라본 동녁 저 편의
용문산은 정수리 부근으로 허연 눈을 덮어쓴 채 아련한 연릉을 좌(북)로 흘러 보내고 있었다.
삼삼하다는 표현이 늠름한 산세의 격에 어울리지는 않겠으나, 그 때의 느낌은 그랬었다.
'분명 저편 산아래로는 남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일꺼야...'
미답인 중미산에서 삼태봉을 거쳐 통방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닐까 했는데,
아니라는 걸 전주에 확인하였다.
천마산정에서 바라 본 동편의 용문산군
오대산 두로봉은 지리에서 부터 달려온 백두대간을 북으로 이어 보내고
또 하나의 장엄한 맥을 인근 西臺 염불암옆 于筒水의 샘물과 함께 한반도의 서를 향해 뻗어간다.
분기되어진 그 맥은 양평의 폭산에 이르러 서남의 용문산으로 계속 이어지고
또 다른 새로운 산줄기 하나를 북으로 드리우게 된다.
우통수로 부터 발원한 한강과 함께 일어난 거대한 산줄기인 한강기맥과
그로부터 생겨 나온 장락지맥의 기원이다.
폭산(문례봉, 천사봉)에서 새로 생긴 산줄기는
산음 휴양림으로 닿는 성현에서 뚝 떨어지다가 다시 산으로 올라선다.
날개를 활짝 편 봉황의 형상이라고 봐 줄만한가...
붉은색은 폭산에서 분기된 장락지맥
鳳尾山.
남의 백운봉이 봉황의 부리라면 용문산은 머리가 되고
좌익은 비슬고개에서 싸리재를 거쳐 서편의 폭산으로 이르는 능선이며
우익은 그 반대편인 유명산을 거쳐 소구니산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봉황의 꼬리가 되는 산릉은
예의 봉미산에서 시작하여 보리산과 장락산을 오르내리면서 왕터산까지 이어진다.
그러니까 장락지맥이란 양평의 폭산에서 부터 시작하여
봉미산을 오르고 가평의 보리산을 거친 후
가평과 홍천의 경계인 널미재로 내려섰다가
이내 장락산으로 솟구치고 데면데면하게 이어지는 북편 능선의
왕터산을 끝으로 하여 홍천강에서 마감하는 30여 Km의 짧은 맥을 말한다.
지난 여름과 달리 이번엔 보건소를 지나 마을회관 앞에 내렸다.
거리는 다소 짧으나 보건소에서 오르는 길이 조금 더 나았던가 ?
허나 두 길은 20분이 채 안되어 합류하여 그 후 정상까지 희미하기만 외 길로만 이어진다.
봉미산을 간다.
몇 봄꽃 소식을 듣긴 했으나 인적없는 산으로는 겨우내 덮고 있었을
흰눈만 걷혀져 있을 뿐,
수북하게 쌓인 퇴색된 낙엽이 발아래 부서지는 것 외에는
시각적으로는 봄을 그리 느낄 수 없었다.
폐가를 지나서 이내 왼쪽의 사면인 잣나무 숲으로 접어든다.
이 숲에 왠 폐자전거 ?
MTB도 아니고 길도 아니었는데...
산행 45분 후 였다.
모처럼 앞이 열리는 둔덕의 오른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그렇다고 하여 봄이 오지 않은 것도 아니었던 것은
오름길 외투를 벗어 버리고 싶을 만치 상승된 체열을 내리느라
수번이나 등짐을 벗어 물을 찾기도 했고,
사면으로 노란 꽃을 달고 있던 단 한 그루의 생강나무가
앙상하기만 한 주변과는 생뚱맞기는 했으나
그래도 일순 봄을 실감케 했다.
생기없는 4월의 산오름길은 별 재미가 없다.
그저 땅에 코박고 올랐다.
단 한그루 뿐 이었던 생강나무에서 꽃이 피기 시작한다.
좀 지나면 여기저기서 피겠지.
그 어렵기만 했던 산수유와 생강나무를 이제는 구별할 수 있다.
'산수유는 산이라서 높고 생강나무는 낮다.' 뭐 이정도...
용문산을 배경으로 담너라 정상비가 비스듬하게 박혔다.
산행 1시간 반만에 도착.
지난해 8월 염천에 올랐던 산은 여전했다.
달라진 거라고는 그리 만족할 정도는 아니나 조망이 더 좋았다는 정도.
사위로 시선을 주며 산을 담고는 남측의 산음 휴양림 방향에서
올라온 산객들이 몇 보일 즈음하여 산걸음 드문 서북으로 내렸다.
보리산을 가는 것이다.
용문산과 폭산.
'폭산'은 '문례봉' 또는 높이가 1,004 M 라서 '천사봉'으로도 불리운다.
급사면을 내려선 첫 이정표가 있는 3거리.
가고자 하는 능선길의 이정표는 없이 2방향뿐.
.
.
.
아~ 기둥에다 매직으로 쓴, '보리산'방향이 보였다.
반갑다고 얼른 내려서다가 미끈하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낙엽으로 잔뜩 덮힌 그 아래는 얼음사면.
간간이 시야가 열리는 곳에서는 잠시 걸음이 늦어지기도 하고.
공제선으로 흐르는 산릉이 중미산에서 삼태봉을 거쳐 통방산으로 이어지는 그 능선이다.
도상에 나타난 쓰러진 고목.
고목을 넘어서자 길이 없었다.
낙엽깊은 사면을 어렵게 트래버스를 하다가 포기를 하고는 능선으로 힘겹게 올랐다.
고목을 넘지 말고 능선으로...
산행 4시간 40분. 봉미산에서 3시간.
보리산으로 이르는 산길은 녹녹치 않았다.
보리산 직전 오름길 몇 암릉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인 산걸음은 부드러웠으나
진작 필요한 길안내가 없었다.
갈림길 가지 끝으로 매달아 놓은 리본만을 따르다가는
엉뚱한 길로 연결되는 낭패를 당하는 구간이 여럿이다.
그건 봉미산을 내려선 직 후 부터 그랬다.
설악온천으로 하산하려다가 내친 김에 널미재 까지.
2.2 Km.
소리산이 보인다.
다행인 것은 목표하는 장락산이 드물게 나마 그 모습을 보여주었고
갈림길에선 안내 리본만을 따르지 않고 능선길의 지형을 요리조리 살핀 덕이었다.
산길에 대해 감 잡았다.
널미재는 가평과 홍천을 가르는 고개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적인 여유가 마음의 여유로 이어졌기 때문이겠다.
가평으로 내리는 도로
장락산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왕터산까지 7Km 그리고 교통편은...
*
계획을 하면서 까지 백두대간이니 정맥이니 하는 산길을 타지는 않았다.
마음 내키는 대로 산을 가면 되지 연속을 하느라
굳이 스스로 속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는 편이다.
장락지맥.
짧아서 장락단맥이라고도 하더라.
여기 정도는 마무리 해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라도 어떤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면,
그건 그 때 가서 따르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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