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의 중심, 그 설릉 속으로 잠기다. 100313

강기한 2010. 3. 14. 12:20

 

산행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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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제3봉인 국망봉을 오르려면 광덕고개에서 백운산을 올라 남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한 구간으로 진행을 하던지, 가깝게는 포천 이동의 자연휴양림으로 진입을 하는, 서에서 동으로 오르는 등로가 널리 알려져 있다.   혹은 포천의 도성고개를 올라서 민둥산과 견치봉을 잇는 코스도 일반적이기는 하다.  허나 어느 쪽이던지 포천 방향이 들머리 이면서 날머리로 이용되곤 한다.

 

가평의 용수목은 화악산의 주요 등로로, 북의 도마치 고개로 이어지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국망봉을 위시하여 한북정맥이 장엄하게 흘러간다.  그러니까 용수목을 사이에 두고 국망봉과 화악산이 나뉘어 진다.   용수목에서 석룡산을 거쳐 화악산을 오른적이 있으며 하산로로도 이용한 적이 있었다.   가평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군내 버스는 하루 5편에 불과하여 대중 교통을 이용하려면 입산이던 하산이던 버스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그 만큼 교통이 불편하니까 수도권의 여타 지역에 비해 청정한 곳이다..  

 

언젠가 화악산을 가면서 버스 종점에 세워져 있던 등산 안내도는 정상에 군기지가 있는 우측의 화악산이 아니라 좌측의 산군인 한북정맥에서도 최고봉인 국망봉을 위시하여 그 주변의 산에 대한 등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지, 포천 방향이 아니라 가평 쪽에서도 올라 갈 수가 있구나.’ 하며 새삼스레 그 등로가 궁금하였었다.  그 길을 따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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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정에서 보는 조망.

좌로는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과 우로는 화악산에서 흘러 내리는 화악지맥의 시발인 도마치에서 만난다.

 

 

 

현종사 입구의 이정표는 민둥산과 개이빨산(견치봉)을 하나의 방향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국망봉이 가까운 견치봉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해야 해거름 전에 가리산을 거쳐 하산이 수월 하리라 여겼다.

 

포천에서 47번 국도를 따라 일동을 지나 화천 방향으로 가다보면 우측 차창 밖으로  국망봉을 비롯하여 장엄하게 늘어져 있는 한북정맥이 있다.  그 중 휴양림 위의 신로봉을 기점으로 정맥길에서 서편으로 약간 벗어난 두 개의 돌올한 봉우리. 가리산.  그 봉우리도 오르고 싶었다.  

 

 

용수목 종점에서 접어든 계곡길

 

 

등로는 개울을 따라 있었다.   3월도 중순을 달려가고 있어 지구온난화란 얘기가 무색할 정도로 혹한이었던 지난 겨울의 흔적은 어지간해서는 찾기 어려우리 만치 아침 햇살에 데워진 대기는 훈훈하였고, 겨우내 내렸을 눈은 표면으로 살짝 녹아 붙어 투명한 알갱이가 되어 대지로 뿌리는 아침 햇살에 되받아 치는 반짝거림이 개울가로 줄창 늘려 있었다.

 

개울 끝에 나타난 눈 덮힌 임도.  좌도 우도 오름길이다.  느낌은 우측이었으나 앙상한 가지 끝으로 리본이 잔뜩 달린 좌측 임도를 따랐다.  어디까지 이어질 임도일련지 애매할 무렵, 급사면의 낡은 리본을 보고는 몇 번이나 허물어 질려는 발아래를 단단히 하며 사면을 치고 올랐다.   ‘능선으로 닿을거야.  아니 닿을 수 밖에 없어...’

 

 급사면을 올라선 이 지능선은 어디로 연결될까.

견치봉 일까 ?  민둥산 일까 ?

 

 

 1시간 반 만에 다시 만난 민둥산향 이정표.

 

 

간간이 나타나는 리본을, 그리고 누군가가 막 지나쳤을 단 하나의 발자국이 끊어지지 않는걸 길잡이로 삼아 사면을 올랐다. 뒤로 보이는 철구조물이 우뚝한 저 곳이 화악산정이라는게 적막하기 이를데 없는 숲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적잖은 위안이 되었다.  산입구에서 보았던 이정표는 그로부터 1시간이나 지난 뒤, 눈 속으로 자맥질을 하며 올라선 지능선에서야 나타났다.  민둥산 이정표.  반갑다.  꼭 견치봉 이정표가 아니어도 좋았다.

 

 

눈을 헤치며 산행 2시간 반만에 한북정맥의 주릉으로 올라섰다.

...민둥산이었다.

 

 

민둥산정과 그 뒤로 보이는 경기 최고봉인 화악산

 

 

 화악산에서 좌측으로 내리면 석룡산으로 ... 그리고 도마치로 이어진다.

 

 

 화악산정에서 좌로 흘러 내리는 산릉

 

 

2시간 만에 올라선 민둥산.  잡목이 없는 정상은 사방으로 거침이 없다.  지근으로 보이는 견치봉을 향해 설사면을 내려선다.   심상치 않았다.   한북정맥의 주능선은 오름길의 지릉과 달리 쌓인 눈이 무릎까지 잠겼다.   설사면에 비스듬히 선 채 게이트를 했다.   등산화 속으로 눈의 침투를 막을 수 있다고 해서 눈 속으로 푹푹 빠지는 걸음마저 빠를 수는 없었다.   지능선에서 부터 따랐던 하나의 발자국은 여전히 능선길 심설에도 그대로 이어지기는 했으나 워낙 깊은 눈으로 좀체 진행이 되질 않았다.  민둥산에서 견치봉까지 1.3Km의 심설 능선길을 헤엄치다 시피 할 땐, 중간에서 용수목으로 내려설까 했다.   그건 임도를 막 벗어난 사면에서부터 여태까지 이어지며 따랐던 발자국마저 능선을 잇지 못하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내림 길로 찍혀 있었다.   탈출을 한 듯.  

 

 

눈이 깊은 곳은 하반신이 눈속으로 잠길 정도다.

 

 

 가야할 견치봉과 국망봉

 

 

 犬齒峯(개이빨산)

민둥산에서 견치봉까지의 능선길은 눈이 깊어 1.8Km를 오는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

 

 

국망봉까지 1.4Km.

많은 산객들이 다닌 듯, 길이 잘 뜷려 있었다. 

 

 

지나쳐온 능선길. 

그 뒤로 명지산과 귀목봉이 보인다.

우측 끝으로 희미하나마 연인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정복이 서 있는 기존 등로는 허리까지 눈으로이 덮혀 그 우회길로 갔다.

 

 

견치봉을 지나서는 많은 산객들로 내어진 눈길이 뚫려 있어 국망봉에 이르기 까지는 한층 수월한 걸음이 다행이었다.   오후3시에 도착한 한북정맥의 최고봉인 바람 한 점없는 국망봉에서 화악산을 앞에 두고 늦은 점심을 하였다.  

 

 국망봉.

산행 5시간만에 도착.

 

 

정맥이 내려 오는 북으로는, 신로봉이 가까웠고 광덕산의 기상레이더와 오똑하게 솟은 상해봉도 아련하게 보였다. 그로부터 좌측으로는 자등현을 지나 올라선 각흘봉과 서편으로 내려서는 약사령 그리고 험준한 산세가 볼만한 명성산이 서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화악산에서 석룡산을 거쳐 도마치로 흐르는 화악지맥도 반가웠고 그 유한 이음은 도마치에서 한북정맥과 만나는게 목격되었다.   그리고 북으로 계속 이어지는 아련한 산 군들의 모습에서 수피령에서 부터 밟았던 옛 걸음이 뭉텅거리며 솟구쳐 왔다. 

 

 

 신로봉과 가리산이 좌측의 포천 이동방향으로 슬그머니 흘러가고

북으로는 한북정맥 저편의 광덕산과 인근의 상해봉이 희미하다.

그 좌로는 47번 국도인 자등현에서 오르는 각흘산을 볼 수 있다.

 

 

정동으로 보이는 화악산은 우측으로 내려서는 듯 하더니 애기봉으로 잠시 일어 났다가 화악리와 도평리를 동서로 가르는 애기 고개에서 숙이는가 했는데 남은 기운은 여전한 듯, 마지막 기력으로 남으로 수덕산을 일으키는 광경도 여전하였다.  객이 서 있는 남으로는 명지산이 그 높은 봉우리를 하늘아래 웅장하게 새겨 놓으며 아재비 고개로 내려서는 그림, 그리고 다시 귀목봉으로 솟아오르는 것도 목격이 되었으며 그 뒷편으로 연인산의 흔적은 물론 우측으로 축령산과 천마산, 포천 47번 국도 저편으로의 사향산과 관음산 가깝게는 주산의 능선이 하늘아래 선명하였다.   그리 맑은 시야는 아니나 경기 북부의 왠만한 산들이 국망봉 주변으로 빙 둘러 도열해 있는게, 이만한 그림은 없다.

 

가리산.

저기로 하산할 수 있을까. 

 

 

 좌측 끝으로 보이는 명성산

 

 

 경사가 빠른 설사면을 내려서다가 미끄러지지 않으려 안감힘을 쓰다가 이내 포기했다.

차라리 그대로 주저 앉아 미끄럼을 타며 내려왔다.

'마트 쇼핑비닐 봉지라도 있었으면...'

 

 

국망봉에서 신로령으로 내려서는 등로는 엉덩이 썰매를 타고 내려올 정도로 심설산행의 별미.

 

 

 커니스를 이룬 곳에서. 

 

 

우측에 도마치 재가 보인다.

 

 

 화악산정에 가렸던 응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국망봉에서 신로령으로 내려서는 등로는 넓은 방화선으로 거침없는 조망이 일품이었다.

 

  

 심설과 조망을 함께 즐기는 겨울능선 산행지로 모자람이 없다. 

 

 

 '돌풍봉'

군인 아저씨들이 작명?

 

 

 신로봉과 그 좌로 내려서는 가리산.

 

  

 신로령

 

 

 새길령?  아...新路嶺 !

 

 

 뒤돌아 본 행적 그리고 좌측으로 화악산.

 

 

신로봉. 그 아래는 아찔한 낭떠러지다. 

 

 

 포천 이동방향

 

 

한무리의 단체산객들이 국망봉 정상을 가득 채울 무렵, 다시 북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국망봉에서 신로봉으로 이르는 능선길은 널다란 방화선으로 막힘없는 조망으로 신로봉으로 이르기 까지의 발걸음은 한층 여유로웠다.   내려서는 가파른 설사면을 위태롭게 걷느니 보다 차라리 눈밭에 주저 앉아 미끄러져 내려오다가 눈속으로 파묻히기도 할 정도로 능선길은 눈천지 였으며, 신로봉에서 가리산 방향을 이리저리 재어 보았으나 느즈막한 시간도 눈덮힌 단애위를 오르내리는 위험을 감수할 수가 없었다.   새길령(新路嶺)에서 광산골을 거쳐 휴양림으로 내려서며 8시간에 걸친 심설산행을 마무리 했다.

 

 

 신로령에서 하산을 했다.

가리산으로 가기에는 시간도 촉박했거니와 깎아지런 눈덮힌 날등을 홀로 넘어 설 수가 없었다.

2인 1조로 보조 자일을 지참하고 가야할 듯.

 

설사면을 지그재그로 내려 서기 보다 눈속에 푹 주저앉아 떨어지 듯 내려왔다.

 

 

 게곡은 이미 봄이다. 

 

 

 장암저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