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잔인하기만 4월의 어느날,
산으로 간다.
계곡을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온 갖 봄꽃들이
모니터 화면 가득하게 담겨 있었다.
다들 참 찍기도 잘 찍었다.
실제 보는 것 이상으로 가슴에 확 닿았다.
김밥 한줄 사들고 청평 터미널에서 용케도 귀한 시골 버스를 타고 만다.
이따만한 대포 카메라를 목에 주렁주렁 걸은 채
몸 풀은 개울을 따라 어스렁 거리는 진사들은 어느 순간 한결같이 저자세를 취한다.
아니, 이건 땅을 긴다고 봐야한다.
논산 훈련소 이후 처음 본 낮은 포복, 그 거...
몇 번 따라했는데,
손이 떨리고 숨이 찼으며 다리가 후덜거렸다.
쬐그만 것 같고도 이런데, 저기 저 아줌마 내공은 과히 짐작이 된다.
*
4월, 이제 그만 잔인했으면...
운곡암.
麗末鮮初 이성계의 스승인 운곡이 1380년 창건하였다는데 오랜 역사에 비해 조촐하기 그지 없는 불사였다.
인근에 현대식으로 들어선 대웅전을 보건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대웅전인 듯.
난 이게 더 좋다.
아주 드물게 피어있던 현호색.
얼레지가 큰골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흐린 날씨로 인해 대부분의 얼레지는 입을 꼭 다물고 있는게 아쉬웠음.
햇살이 비치면 만개한 얼레지 군락이 산야로 피어 있는 장관이 대단할 듯.
차가 들어 가는 끝길.
화야산은 우측으로 간다.
개울이 끝날 무렵에 본 미치광이 풀
화야산정.
화야산은 가평과 양평의 군계였다.
남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고동산 역시 그리하여 정상비는 2개나 세워져 있다.
하나의 봉에 각 군마다 별도로 세웠다.
그러니까, '내 땅... 이라고요.'
지근의 곡달산과 그 뒤로 봉미산 그리고 릉이 이어지는 폭산.
鞍部 사이로 도일봉과 중원산.
자작나무 군락.
자작나무는 마치 숲의 정령같다.
하산길 마무리에서 본 두릅 군락지.
등로가 아니고 이리저리 헤메다가 봤다.
조만간 또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따만한 배낭 짊어지고서...
*
온갖 만물이 새로 솟아나는 4월,
창졸간에 산화한 젊은 영혼들을 기리며...
Deep Purple -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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