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산 들머리인 상학마을의 성황당
암컷, 雌 / 구멍을 들락거린 흔적을 보아한 즉, 네 인심이 두터웠나 보구나.
수컷, 雄 / 멀리서 보이는 금수산은 여체가 누워 있는 형상으로 남자들의 양기가 쇠진해 진다고 하여 그를 비보하기 위해 세운 양물거석
정상 직전에서야 단풍이 좀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니, 시월 말경이면 색감이 더 좋겠지.
발아래로 충추호가 놓여있고 멀리는 첩첩한 산 그리메의 풍광이 펼쳐지기는 하나 개스로 인해 희미한 자태만 보여지는게 아쉽다
정상 아래의 공터에서...
금수산에서 가장 색이 좋았던 단풍나무 한 그루
상천마을 백운정사의 산신각에서 올려다 본 금수산
상천마을을 빠져 나오면서
錦繡山
가을 단풍이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고 하는 퇴계의 경탄 이후 명명되었다고 하였으나
적기가 아니었는지 단풍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삼만원에 사은품도 주고 간식은 물론 석식까지 제공한다는
모 브랜드의 산행 프로그램에 갔었는데, 결과적으로 괜한 짓이었다.
흙 먼지 풀풀 날리는 지겨운 등로도, 기대를 못 미친 초라했던 단풍도, 정상에서의 뿌연 조망도,
그리고 예정시간 계획과 상관없이 틀에 박힌 늘어진 행사도 그러하였지만,
무엇 보다도 언잖았던 건, 남의 집에 찾아온 초대받지 못한 객이라는 느낌을 가지게끔 한 것이 내내 캥겼다.
골수 고객이 되질 못한 탓에 자타칭 최고라는 그 브랜드의 의류를 갖추지 못하고 철없이 따라간게 잘못 일 수는 있겠다.
그렇다고 하더래도 대 놓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갖추지 않았다 하여 공개적으로 홀대하는 진행 캡틴의 버르장 머리 라든지...
그건 장사속이라는 점에서 그렇다손 치더래도,
트윈 또는 닮은 꼴로 차려 입은 그들 골수 산객들이 나누는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 듣게 되는 곤혹 스러움이 더 그랬다.
붉은 색깔로 대변 되다시피한 의류로 치장한 그들은 시종, '끼리문화'를 만끽하는 부한 산객이었다.
다만 그들의 언행에 다른 차림의 빈객을 인정하려는 배려를 빼먹지 않았더라면...
긴 밥 줄에 서있던 대전에서 멋모르고 따라 왔다는,
어느 등산객의 설익은 푸념이 내 기분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았다.
하다못해 그 브랜드의 자일이라도 둘러메고 예의, 그 비브람창의 암벽화라도 신고서 금수산행을 해야 했을까 보다.
형식보다 실질을 더 중요시 하고 싶은 내게, 대중성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듯 한
그 브랜드는 클라이밍 자일 외의 구입엔 더더욱 소극적일 것 같다.
모자는 블랙야크로 재색천에 때가 끼어 꾀죄죄한 고어텍스.
상의는 스노우 프렌드 짚티 위에 밀레 클라이밍 윈드스타퍼 재킷.
바지는 블랙야크의 연두색 쉘러로 5년전에 산 이월품 3만원 짜리.
등산화는 창갈이 하여 6년째 신는 K2 고어텍스로 고무가 벌어진 것을 본드로 붙이고 다니며 비올 때가 아니면 신을만 함.
스틱은 코베아.
배낭은 블랙야크 30리터 짜리로 어깨끈의 천이 미어지고 양 그물망이 헤어졌으나 아직은 쓸만하여 암장으로 메고 다니고 있음.
나의 행장이었다.
*
자주 가는 인근의 인공암장이 있다.
난 운동을 즐길 뿐 회원은 아니다.
5년 전의 개장 초창기엔 회원이었었다.
아니, 그 이상...
발걸음이 뜸해진 몇년 후.
'우리끼리...' 라는 의식이 유독 강한,
비회원에게는 빌레이는 커녕, 외면하는 시선이 역력한 사나운 신념의 소유자와
함께 우리가 되어 생각과 말을 섞을 자신이 내게는 없다.
Rene Froger / I Who Have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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