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간 강촌, 그리고 밤에 간 검봉산. 101217

강기한 2010. 12. 18. 10:38

 

경춘선 열차가 운행을 멈춘단다.

대신 춘천까지 전철이 운행된단다.

괜시리 열차가 타고 싶었다.

아주 오랜  기억을 짚으며...

 

 

강촌에 와서 막국수 아니 먹을 없다.

옆으로 즐비한 닭갈비집에서 막국수를 판다.

6,000.

 

 

 

삼악산 등선봉 그리고 북한강.

 

이미 3시가 넘었다.

구곡폭포까지 4시간 정도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

'으음... 그래, 가는데 까지 가보자.'

 '

 

조망.

강촌역 방향인데, 가물하다.

눈이 내렸었다.

 

 

 

역시 강촌.

 

1977. 5. 5. 아마 일요일로 기억한다.

논산 연무대 역을 까만 새벽에 출발한 열차는 용산역을 거쳐 강촌역을 지나치고 있었다.

 통기타를 어깨에 두르고 출렁다리 저편으로 건너가던 또래 청춘들이 열차 차창 밖으로 보였다.

, 생각을 했지.

그래,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 싶네' 라는 노래가사를 순간적으로 읍조렸다.

'~ 강촌이 실제로 있나보네 하면서...'

 

이른 아침 아지랭이 피어올리며 노릇하게 봄이 익어가던 강변 풍경과는 달리,

다른 피끓는 청춘들의 심란한 마음을 가득 실은  

  군용열차는 여전히 강변을 달려가고 있었다.

 

 

 

뒤집어 .

빈몸에 디카와 손전등만 챙기고 나선 길이라

가파른 바위를 올라서려  애를 먹었다.

 

 

강선봉.

날이 흐려 조망이 없다.

 

 

 

검봉산으로 이르는 능선.

삼거리를 무심코 지나쳤다가 되돌아 나왔다.

알바로 1시간 가량 허비.

애고, 어떡하나 시간도 없는데...

 

 

 

어둠이 내린 검봉산정.

 

 

 

한참을 망설였다.

 

문배마을로 내려선 후에도 한참을 걸어 산을 넘어야 차가 다니는 도로로 간다던데... 

' 있겠어...' 라며 손전등을 키고는 문배마을로 방향을 잡았다.

 

 

 

 

1.95 이정표를 지나쳤는데도 여전히 1.95Km?

 

 

밤길이 만만치 않다.

어둠이야 후렛쉬불로 밝힌다하지만,

하나 잡을 없는 경사진 등로는 대체 올라설 수가 없다.

간신이 걸음을 떼보지만 번이나 미끄러져 내린다.

우측 사면이 뚝떨어지는 아슬한 등로를 지나칠 얼마나 용을 썼던지...

 

겨울산을 아무런 장비없이 간다는건

깊은 산이던 인근 산이던 무모하긴 매한가지 더라.

더군다나, 밤에.

 

 

 

 

검봉산에서 부터 문배마을을 거쳐 구곡폭포 주차장으로 가는 길의 이정표는 맞지 않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있나.

거리는 무시하고 방향만 참조하면 된다.

 

이정표의 관할이 어디인지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대체 마을 주민들은 뭘하나.

어제, 오늘 세운 것도 아닐텐데.

다들 차를 타고 다니길래 이런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겐가.

이정표는 해당 지역의 지리를 잘아는 주민을 위한 시설물이 아니라 이방인들을 위한 것이 아닌가. 

가득이나 엉금엉금 기어가기도 어려운 빙판의 밤길을 얼마나 가야 지를 가늠조차 못하니... 

 

 

 

 

문배마을 입구의 안내도.

 

마을은 산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사륜구동차가 다닐 정도의 임도가 구곡폭포 주차장까지 있는데,

산이라고는 가지 않는 안해가 예전에 일행들과 함께 힘들여 걸어갔다고 하니

아마 일반 차량은 다니는 .

마을 전체가 외지인 상대로 음식점 영업

 

차라리 없는게 나았을 이정표에 속으며 숱하게 미끌어지면서,

빙판의 산길 밤을 한시간 걸어 구곡폭포 주차장까지 간신이 내려왔다.

 

그리고 걸었다.

1시간을 강촌역까지.

 

*

 

 열차 안은 여행 중인 중년들로 가득했다.

끼리끼리,

가끔은, 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