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서 종로 카메라 서비스센터의 전화를 받다.>
“ ~ 수리가 3,4주쯤 걸립니다.”
“예에?” “ 아니 무슨 수리 기간이 그리 깁니까”
“일본이 휴가 중이고 부품 수입하는데…”
“무신 쏘리합니까, 지금 공장에서 만들어도 며칠이믄 될낀데…”
전화가 걸려 온 것은 액정이 깨어진 디카를 맡기고 1호선 인천향 지하철을 갈아 타기 위해 기다리고 서있던 신도림 역에서 였다. 순순히 수긍할 눈치가 아니라고 판단되었는지, 조금 후에 다시 전화한다고 하는 수리기사의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말허리를 잘라먹고는, ‘다시 알아보라.’ 는 얘기를 기어이 저 편의 수화기에다가 꽂아 넣는 걸 잊지 않았다.
그리고 2,3분 이나 지났을까. 좀 전에 찍혔던 그 번호로 부터 온 벨이 울린다.
“언제 필요합니까.”
“언제는… 필요 하기야 지금 당장이지요.”
“아아니, 그게 아니고... 언제 필요 하십니까.”
“…그라믄 내일은 됩니까.”
“내일 고치면, 모레는 받아 볼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아까는 3,4주 얘기 하드니만, 부품 있는지 본사에 알아 보지도 않고 전화를 하믄 우짭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고치는 김에, 아까도 얘기를 했지만 작년 11월에 스트로보 에이에스 받고 나서 보니, 뷰파인더
플래시 라고 해도 될걸 그는 굳이 스트로보 라고 했다.
“그건, 그 때 생긴게 아니고, 사용 중에도 이물질이 들어 갈 수가 있습니다.”
라고 얘기하는 수리기사의 대꾸에, 참았던 열이 확하고 치밀어 올랐다.
“머요, 사용 중에도 이물질이 들어 갈 수가 있다고… 이게 교환렌즈도 아니고 일체형인데, 그기이 말이 되요. 누굴 바보로 아나….”
그는 더 이상 말을 가려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말을 가려서 하기로 했다. 과격하게…
“그 때는 우리가 안하고 본사에서 수리를 했었기 때문에 이물질 제거는 우리는 좀…”
주섬주섬 말을 집어 삼키는 기사의 목소리는 한층 나긋해져 있었으나 ‘~다’ 라는 끝맺음을 언제 할련지 핵심없는 말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긴말할꺼음꼬, 그 카메라 손대지 마소, 그라고 본사로 보내주소. 본사하고 내가 직접 얘기 할꺼요.”
“아,예…그러면 본사에다가 보내는데…”
“내 지금 바뿌거등요, 끈어요. 미안함돠.”
전혀 미안하지도 않은 뻔한 멘트를, 그는 짜증을 섞어 무선으로 흘러 보내며 기사의 말이 희미하게 멀어지고 있는 핸드폰의 폴드를 닫아버렸다.
*
수리기간이 한 달이나 된다 해놓고, 5분도 안 되어서 내일까지는 완료 되며, 이물질도 사용중에 들어 갔을 수가 있다 라는
종로 서비스 센타의 말도 안되는 행태를 신랄하게 비난하고는 내 말을 허투러 여기지 말라는, 짧고 강한 불만을 본사 책임자급(?)
직원더러 핸드폰을 통하여 단단히 새겨 두었다.
*
“ ~ 내 말 듣고 있슴니까.”
“네에~햇~”
“이거바요, 무슨 대답이 노래를 부르는 듯 끝말을 질질 끔니까. 그냥 얘기하듯 바드믄 안댑니까. 아~증말, 별 희안하게 전화를 다 반네…”
“고객님, 저희는 전화를 그렇게 받으라고 교육을 받아서 그런거지... 일부러 그런 거는 아닙니다.”
“댁 회사에서 어떠케 교육 시킨 걸 말하는게 아이라, 댁 전화 반능게 그게 머요, 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댁 전화받는 태도는 교육하고 상관음는거 가소.”
“네에~햇~?”
“이이런…., 그 참…”
““네에~햇~, 아~, 호호홋…”
*
<학동역 1번 출구 앞의 디카 본사>
에이에스 받으러 온 사람들은 카운터에서 자신의 카메라를 맡기고 때로는 찾아가는 모습들로 약간은 분주하다.
그가 접수증을 내어 미니, 잠시 후에 디카를 수리한 본사기사가 나온다.
그리고는 다른 손님들과는 달리 그를 응접실로 안내한다.
기사는 본 카메라 수리시의 애로점을 우선 언급하고는 디카에 관해 궁금해 하던 새 기종의 설명은 물론 선택시의 어드바이스와 조작까지도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는 본사 수리 기사의 얘기를 열심히 듣는 척하며, 그가 카메라 부품을 얘기할 때는 악착같이 전문용어로 발설하는 그의 대응에, 기사는 고개도 끄떡거려 주며 가만이 동조를 해주었다.
흡족한 표정으로 액정의 수리가 된 디카를 그가 받아 쥐고 응접실의 자리를 일어서자, 기사가 들고 왔던 고객 상담 이력 카드에는
빨간 색연필로 ‘강성’ 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는걸 그는 얼핏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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