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잘 자라줘서.

강기한 2013. 12. 17. 18:40

 

시험끝나기가 무섭게 그날 저녁, 기어이 지네 엄마를 끌고 가다시피 최신 폰으로 하나 장만하더라.  죙일 화면을 쳐다보고 문자질 하며 만지작거리는걸 그러려니 했었다.   이왕 지나간 시험이야 어쩔꺼냐 하며, 혹시라도 재수할 생각이 있을까 싶어 넌지시 보니, 이건 아예 아니올시다,.  

 

"아빠, 나 낼부터 아르바이트가  아니 이게 뭔 쏘리?  했는데,  아빠 휴대폰 카바 사줄께. 한다.

그러면서 업소 메뉴판 카피를 보며, 이거 외워야 하는데 잘 안외워진단다.  슬쩍 훑어본 카피에는 붉은색과 형광색으로 잔뜩 메모를 해두었더라.  늘 책한 구퉁이에 활자보다 더 많이 보였던 메모처럼,

 

10시쯤인가 절인 배추처럼 푹처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아빠, 나 밥차려줘, 배고파죽게쓰 

지 딴에 알바가서 몹시 고단했는가, 보다.  그럼그러치 지넘의 또 다른 수발을 들어야 된다.   

이런 우라질넘!

 

핏덩이 같았던게 이젠 저런다 싶어,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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