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시간을 못 지킬 수는 있다. 오고 안오고는 손님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손님과의 약속은 늘 변동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집을 보러 가는 약속시간에 여유를 두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게 내 손님이 아닌 다음에는 이 변동의 가능성은 몇 곱절로 많아진다. 해서 공동 중개를 할 때는 상대부동산에게는 정해진 시간을 맞추려 수시로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그러니까 실수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을 한다. 이럴 땐 더 믿음이 간다.
중개업을 하다 보니 아주 단순한 위의 상식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손님의 마음이 변동스러운데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는 거다. 맞는 말이다. 허나 이것을 꺼꾸로 말하자면 ‘손님이 잘못한 거지, 나는 아무 잘못 없다’ 라고 손님 뒤에 숨어서 억지부리는 것과도 다름 아니다. ‘좀 늦을 것 같다’ 든지 아니면 ‘사정상, 더 이상 기다리지 말라’ 라고 하든지… 이러면 된다. 전화는 뒀다 뭣에 쓸려고 하는 건지. 약속시간이 쑥 지나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어떻게 되었냐고 이쪽에서 물을 때서야, 비로서 손님 핑계를 된다. 애당초 익스큐즈라는 건 없다. 미리 연락이나 하면 좋았을 텐데 라고 한마디 하면, 외려 뭐 잘못했냐고 따진다. 숫제 덤빈다. 낮과 달리 약속시간 7시가 넘으면 어두워지니까 답을 달라는 얘기에, “나도 부동산을 하는데요, 밤 9시고 10시고 보러 갈 수 있는 거지~.” 요따구 말이나 찌껄인다. 이럴 땐 전화를 먼저 끊어 버리는게 상수다.
요즘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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