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기상예보 서비스

강기한 2009. 12. 4. 18:57

 

1. 바람이 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바람이 불었다.   온몸이 휘날리며 바위 단애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공포는 오름질 시작도 전에 확보줄을 볼트에 걸어야 했다.  설악의 소공원으로 접어들 무렵에서는 땅에 떨어진 낙엽들이 이리저리 휩쓸려 날리는 정도였을 뿐, 굳이 바람이랄 것 까지는 없었는데…

 

바람의 근원은 기온차 였다.  첨봉으로 에워 쌓인 리지 초입의 날등은 거대한 산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등 뒤의 노적봉으론 화사한 아침 햇살이 깎아지른 단애를 따뜻하게 데우고 있었다.

 

움푹 패인 계곡 건너,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솟구친 노적봉의 남측 단애로 아침 햇살이 잔뜩 내리고 있었다.  그 햇살에 데워진 공기가 상승을 하자 바위벽에 가려 여전히 어둑한 토왕골의 산등성이에서 부터 그 빈공간을 채우려 바람이 불었다.   돌풍이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추는 듯 했으나 이내 다시 달궈진 바위는 따뜻한 공기를 하늘로 보내고 또 다시 차가운 기류를 빨아들이기를 규칙적으로 반복했다.  좁디좁은 토왕골 상류는 이른 아침 내내 웅웅거리며 사정없이 바람을 뿌리고 있었다.  일찍 등반을 마치고 귀경길 정체를 피하고자 이른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온 사방이 바위로 둘러 쌓인 하늘이 좁은 토왕골 하루는 바람으로 그렇게 새 날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토왕골 상류의 솜다리봉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잔뜩 얼어 있다. 

(건너편 노적봉에서 바라본 솜다리봉의 전경)

 

클로즈엎한 솜다리봉

 

솜다리봉의 그림자가 토왕골 건너편의 노적봉으로 짙게 걸렸다.

좁디좁은 토왕골은 햇살에 데펴진  따뜻한 공기와 그늘진  차가운 공기 와의  순간의 급격한 기압차에 의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느닷없이 돌풍이 휘몰아치다가 멎기를 한동안 계속적으로 반복하였다.

(돌풍으로 솜다리봉 등반을 포기해야 했다)

 

 

 

2. 산악기상예보의 필요성 

 

위에 든 예는 재작년 늦가을에 찾았던 설악의 토왕골에서의 풍경이다이른 아침 토왕골의 돌풍은 다소 상징적인 의미의 산악기상 일 수 있으나, 어느 산이라도 골과 산정에서의 기온차에 따른 일기변화는 있다.   예전에는 산전체에 걸쳐 단 하나로 내어진 예보를 이제는 지형및 고도에 따라 예측할 수 있는 데 까지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전역을 격자형(5Km X 5Km)으로 나눠 해당지역의 일기예보를 이전보다 더욱 상세하게 제공하는 기상청의 동네 예보 서비스가 시작된 지 1년이 더 지났다.   이젠 굳이 기상청의 홈페이지가 아니더라도 웬만한 사이트에서도 자신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날씨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그 만큼 늘어난 예보의 양은 물론 질에 대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하여 기상청은 외국의 기상 전문가 영입을 포함한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연말에는 통신해양기상인공위성을 발사 추진 중에 있는 등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양질의 기상 서비스 제공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 보다도 높다. 

 

5일 근무가 정착된 현 시점, 과거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수도권을 비롯하여 전국 일원의 산과 들로 가서는 자신만의 다양한 형태의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아울러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져 예전에 비해 일기예보, 특히 주말의 예보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더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역시 산행을 즐겨 하다 보니 대상지의 일기예보인 산악예보를 자주 찾는다.   허나 지형의 높낮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일반적인 동네예보와는 달리 산은 지형과 높이에 따라 그 차이가 엄청 다르다.  따라서 관측지점의 한계로 인해, 현 동네예보의 5Km X 5Km 단일 격자형 만으로는 산의 높낮이및 지형에 따른 날씨를 망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여 늘 아쉬움을 느꼈다.   

 

 

 

산악기상 동네예보 서비스제공에 대한 보도자료

 

 

 

3. 산악기상 예보에 거는 기대

 

내년부터 산악기상예보가 하루 2회에 걸쳐 동네예보로 서비스 된다고 한다.  국립공원등의 주요 산에 대한 것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확대시행 예정이라 한다.  현 예보보다는 한결 정확한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은 산행 또는 산악사진 등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보다 정확한 산악기상에 대한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지점의 관측이 아닌 보다 다양한 지점에서의 관측이 수반됨은 당연할 것이며 이는 관측기기 만의 예보 생산 보다는 산악기상에 대한 경험자들의 관측 및 실시간 예보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 요소라 여겨진다.   예보의 태생적인 한계로 정확도에 대해 노파심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으나 지난 1여년 동안 시행해 왔던 동네 예보서비스 제공시에 쌓였던 갖가지 경험을 살린다면 보다 양질의 산악기상예보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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