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상청 투어

강기한 2009. 9. 3. 21:12

 

여행은 늘 설레인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나그네의 마음은 학창시절 수학여행 갈 때 만큼이나 마음 속으로 잔잔한 동요가 인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상상의 나래를 편 마음만은 이미 그 곳에 먼저 가있다.  거기에는 뭐가 있을까.  그리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을까 라며 가는 길 내내 커다란 궁긍증을 지닌 체 가서는 여행지에서 하나 둘씩 풀어 놓으며 가슴 가득히 담아오길 바쁘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공항철도는 여늬 노선의 지하철 보다도 깔끔하다.  그게 새로 생긴 노선으로 새 객차라는 것 외에 객차의 한 면을 커다란 창 두어개로 되어 차창 저 너머로 던지는 시선에 거침이 없다.   인천 앞바다의 작은 섬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의 바다를 매립하여 건설한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철도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물 빠진 갯벌의 너른 풍경을 좌우로 두는 듯 하다가 이내 바다를 양쪽으로 거느리며 새로 생긴 땅, 서쪽 끝으로 달려 갔다.  철로 변의 코스모스는 한결 높아진 푸른 하늘아래 간들거리는 듯 하다가 이내 뒤로 넘어진다. 

 

여름의 끝자락… 인천국제공항으로 간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객들은 그냥 비행기만 이용할 뿐인데 진작 그 비행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리게 하는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천 공항내의 항공기상청을 블로그 기자단이 방문하러 가는 길이다.    공항 로비에서 두어 달 만에 만난 면면들이 반갑기만 하다.

 

공항 북편의 활주로 끝에 자리한 공항기상청사로 들어가는 것 부터가 심상치 않다.
미리 인적사항이 통보 되었겠지만 통제구역인 활주로로 바로 연결되는 관문 통과는 비행기 탑승시와 같은 검문이 있었다.   1차례의 검문에 그치기는 했으나, 보딩시와는 달리 디카를 죄다 영치해야 했다.   말하자면 절대 보안이 유지되어야  하는 곳이다.  사전에 숙지를 하고 있었으나 
청사가 가까이 있는 활주로를 벗어나 카고로 서서히 이동하는 비행기, 그리고 저 멀리서 냅다 달려오다가 머리를 바짝 들고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치는 비행기를 보는 순간에 밀려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회의실에서의 항공기상 업무 브리핑  

 

 

준비된 슬라이드와 브리핑을 통하여 복잡하기 짝이 없을 항공기상청의 업무를 간략하나마 숙지하였다.   일반 국민들이 가장 자주 대하는 관공부서는 정부 여러 부처 중에서도 아마 기상청이 아닐까 여긴다.    날씨는 바로 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상청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빈도가, 글쎄…가장 많지 않을까 짐작한다.   ‘오늘 비가 올까.’  ‘며칠 후의 야외 행사 일의 날씨는 어떨까…’ 그 덕에 변화무상한 하늘의 일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여 예보가 벗어날 때는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항공기상청은 일반 국민들과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항공 기상의 직접적인 수요자는 ‘공항 내’에 한정되어 있다.   1차 수요자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안내하는 관제탑의 관제사와 그로부터 항공기 운항에 대한 정보를 얻는 2차 수요자인 조종사…  아마 그 정도가 될 것이다. 
 

항공기상청 청사앞에서 본 활주로 방향의 전경

 

 

인천공항의 건설은 바다를 매립하여 현 3개의 활주로(3,750 M 가 2 Lane, 4,000 M 가 1 Lane)가 있으며, 1개 Lane의 활주로가 추가로 건설 예정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서해바다를 면하고 있는 오성산이 항공기의 이착륙에 지장이 있어 안전한 고도를 확보하기 위해 건설당시 산의 봉우리를 가지런하게 깎아 남북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 더 낮게 깍지 않은 덕에, 햇빛으로 따뜻해진 활주로의 공기가 상승할 때에 서해 바다에서 발생한 해무의 이동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되어 공항으로서 천혜의 입지 조건을 가졌다며 타국의 공항 관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날씨는 항공기의 이착륙에 절대적인 요소이다.  그 중에서도 항공기 운항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바람이라고 한다.   흔히 돌풍이라 칭하는 바람, 기상용어에 의하면, 지상과 인접한 저층에서 바람의 속도와 방향이 일시적으로 급변하는 ‘윈드시어(Wind Shear)’와 강우를 내리게 하는 적란운에 의한 ‘마이크로버스터(Microburst)가 가장 조심해야 할 바람이라 한다.    얼마 전 일본에서 착륙하는 비행기가 이런 류의 바람으로 전복되는 사고도 일어 났다는 관계자의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인천기상대의 조찬 포럼에서 마이크로버스트로 인해 미국 팬암기가 착륙하면서 나무와 건물을 이따라 부딪히며 폭발하는 영상이 기억되었다.   인천공항도 윈드시어류의 예기치 못한 돌풍이 년간 70여 차례로 일어난다고 하니 한시라도 긴장을 멈출 수는 없겠다.

 

활주로 주변으로 설치된 풍향, 풍속계로부터 실시간 바람의 동태를 체크하여 이런 류의 위험에 대비를 하고자 숱한 분석기기들이 즐비한 자료들이 끊임없이 모니터로 쏟아지고 있었으며 또 관제탑 등으로 빠르게 자료들이 때론 재가공되어 송신되고 있는 등 청명한 날에도 분주히 이루어 지고 있었다.   

 

 

 관제탑 내부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안내하는 관제사가 항공기 조종사와 교신을 하는 모습

 

 

정중동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항공기상청사를 나와 공항 내의 도로를 가로질러 간 곳은 항공기의 이착륙을 진두 지휘하는 관제탑이었다.   그 넓디넓은 활주로의 한 가운데에 유일하게 하늘로 우뚝 솟아있는 건물인 관제탑의 방문은 이번 인천공항 방문에서도 단연 백미라고 여길 수 있다.    지문감식 까지 하는 엄격한 출입과 보안 통제를 거친 후에 관제탑으로 이르는 E/V를 탑승하며 올라 갈 때는, 007 영화의 제임스본드 내지는 다이하드 시리즈의 브루스 윌리스가 순간적으로 떠 올랐다면… 액션 영화에서 조차 관제탑이 주요 소재가 될 만큼 그 어떤 신비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리라.    활주로의 온 사방이 빤히 내려다 보이는 관제탑은 항공기상청으로 부터 쉼없이 실시간 수신되는 기상정보를 담은 데이터가 모니터링 되고 있었으며 이를 참고하여 관제사들은 비행기의 이착륙를 지시하며 지상 관제탑으로 인도하는 현장을 보게 된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으며 아울러 항공기상청 업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왕산 레이더 돔  

 

 

인근의 공항청사와 지상관제업무를 담당하는 기상청 소관의 관제탑을 잠시 방문한 후, 인천 공항의 실제 기상을 관측하는 인근의 왕산레이더 기지로 향하는 길은 공항을 벗어난 북쪽 방파제를 가로 질러 가게 되었고, 오전과 달리 만조가 되어 늦은 오후의 햇살이 서편으로부터 비스듬히 서해 바다에 내리며 반짝거리고 있는 풍광을 빠르게 곁눈질 하는 것도 잠시, 기자단 일행을 실은 밴은 레이더기지가 있는 통제구역인 왕산의 정상으로 빠르게 올라섰다.

 

레이더 내부

 

 

왕산레이더 기지는 전국의 산 정상에 있는 여타의 5개 레이더 기지와는 별도로 이곳 항공기상청에서 단독으로 관측하는 레이더 장비라 한다.      래이더에서 보낸 전파가 구름에 반사되어 오는 수신상태를 분석하여 인천공항의 하늘을 관측하는건 여느 래이더와 운용면에서 같았으나 그 성능은 여타 래이더 보다도 우수하며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안전 운항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불시에 있을 고장에 대비해 듀얼로 운영한다고 하였다.

 

지난 5월 관악산 기상관측소 개방식에서 봤던 레이더에 비해 회전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걸 느낀 것은 그 만큼 짧은 시간내에 관측을 하여 보다 세밀한 기상정보를 얻기 위함이라 여겨진다.   답사후 접한 며칠 전 김해공항에서의 관측 레이더 고장으로 4시간여 동안 공항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뉴스 보도가 지금 이순간 아프게 다가온다.   최첨단 시설로 완벽하게 정비된 비행기와 최고 실력을 갖춘 베테랑 조종사도 여기 왕산 레이더 기지의 기상관측과 항공기상청의 도움 없이는 비행기를 전혀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 자기 몫을 다하는 항공기상청 관계자 분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뜻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저마다 부푼 가슴을 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여행객들의 무사 출발과 도착 뒤에는 항공기상청, 그들이 있었다.

  

 

레이더 기지국에서 내려다 본 왕산해변과 저 너머로 보이는 무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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