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원 입구에 들어서서
작심하고 늦게 합류한 대장의 예사롭지 않은 행장
소데나시의 포스.
안개 속으로 사라지려는 노적봉
돌양지꽃
솜다리.
앞 팀의 지체된 등반과 짙은 안개는 비가 되어 탈출
가리키는 손끝의 저 편으로는 날카로운 詩길 의 칼날능선
벽.
저긔 저기가 '나으 살던 고향이여~'
가자미 세꼬시 ...개앤찬더구먼 담에는 배위에서 한입 해 봐야거따.
*
밤새 비가 내렸다.
그리고 토요일 밤에 2명이 추가로 왔다.
전날, 예상보다 늦어진 하산과 피로감으로 애초 계획한 일요일 등반에 차질이 생겼다.
그보다는 젖은 바위가 마음에 걸린다.
급히 수정된 계획은 상대적으로 쉬운 리지인 소토왕골의
'한편의 시를 위한 길'로 가기로 하며 4명은 별도로 낚시를 간다고 했다.
그냥 늘어질 것만 같았던 전날의 피로도는 그리 느낄 수가 없어 다행이었다.
출발이 다소 늦어지긴 했어도 하늘은 다시 말갛게 개어 있는게
전날의 아침보다는 못했어도 등반하기 에는 별 무리가 없다.
허긴 출발전 금요일 밤 예보의 흐림을 기억하긴 했다.
숲으로 접어들자 한결 짙어진 초여름의 신록 곁을 지나칠 때는,
잎으로 머금은 빗물의 차가움이 잠깐잠깐 느껴지긴 했어도 이 정도는 괜찮다.
초보리지 코스인, ‘한편의 시를 위한 길’은 소토왕골의 숲에서 시작되어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바위 능선으로,
일단 능선을 올라서면 등뒤로는 울산바위와 웅장함이 볼만하고
간간이 수백미터나 뚝 떨어지는 칼날 같은 피너클 지대를 지나칠 때는
아찔한 고도감을 느낄 수가 있으며 저 아래로는 여러 갈래의 계곡물이 흘러 내리는 장관을 연출하는 바위길이다.
앞을 우뚝 쏟은 노적봉을 올라서면 무려 물줄기가 300여 미터나 되는
우리나라 최장 길이의 토왕성 폭포를 빤히 쳐다 보는, 최고의 광경을 볼 수가 있어
바위 길 이름에 걸 맞는, 한 편의 시가 줄줄 흘러 나올 만 하다.
마침 전날 내린 비로 건폭에도 물이 쏟아져 내리는 여기 저기 폭포수가 아득히 떨어지고 있었다.
18명이 함께하는 등반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산 아래서는 약간 흐리기만 하였었는데,
고도를 더할수록 안개가 산허리를 타고 빠르게 올라가다가 저편으로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저만치 보이던 노적봉 아래의 다른 팀들이 십수명이나 어려운 코스에서 조금도 진행을 하지 못하고
한참을 대기하고 있는게 영 마뜩찮다.
바위 길도 정체가 되기 시작하면 도심의 교통난 처럼 꼼짝없이 갇힐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안개비는 이젠 제법 굵은 빗방울이 되고 있었다.
중간 탈출이 불가피 했다.
급경사 너덜 사면을 조심히 내려 서다가 때로는 자일을 깔고 하강을 하며
피너클지대 에서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던 그 계류를 건너 출발지점으로 내려섰다.
안개비는 어느새 사라졌었고 배 낚시하러 간 이들에 의하면 속초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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