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모처럼 마음먹고 찾은 중원계곡 입구에서 입산통제로 맥없이 물러난 적이 있었다.
*
중앙선과 태백선의 출발지인 청량리 역은 열차를 이용하려는 산객으로 인산인해
(청량리 발 08:00 --> 용문역 착 09:03)
중원계곡 입구의 산행 안내판
(용문역에서 터미널 까지 도보 5분,용문터미널에서 20분 소요 / 용문 발 9:10 --> 중원2리 착 9:30)
무르익은 5월의 산
전날 비내린 5월의 푹 익은 봄산은 세상의 초록이란 초록은 다모인 듯,
산야로 던져진 시선엔 푸른물이 흠씬 들었다.
대지를 젖시고도 남은 빗물은 등로를 간간이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아 발걸음이 조심스럽긴 해도
흙먼지 폴폴 피어대던 마른날 산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건 투박하게 내 딛는 등산화마저 푸근한 촉감으로 전해져 오는게... 아~ 산에 오길 잘했다.
진입로 옆의 금낭화
펜션 입구에서...
일단, 들국화라 해두자.
중원계곡 옆으로 이슬을 머금은 나뭇잎.
햇살이 귀해 감도를 높히다 보니 화질이 거칠다.
등로는 이내 푸른 숲으로 잠겨 햇살이 가문가문 했고
계곡을 흘러내려가는 계류는 굵은 힘빨이 서 내림에 거침없다.
여느 때 같으면 충분히 디딜만할 징검다리 돌은 계류의 물에 쑥 잠겨 버려,
그나마 반쯤 잠긴 바위돌의 위태로운 꼭대기를 간신이 디디고는
스틱 2개로 물속을 이리저리 헤지며 한참을 재다가 겨우 건넌다.
쪽동백나무의 꽃 몽오리
5개로 열리는 꽃잎은 한결같이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나도 무릎을 꿇었다.
버스로 왔던 단체 산객들은 좌측의 중원산으로 죄다 올라갔나 보다.
새 디카 테스트 샷 하느라 수번 발걸음을 멈추고,
물먹은 수풀을 이리저리로 만지작 거리느라 다소 처지긴 했어도,
그 많은 산객들의 흔적이 이리 없을 순 없다.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한 중원폭포.
밝다. ND필터를 써야겠다.
우측의 도일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으뜸되는 봉우리 라는 도일봉(道一峰)은
인근 서편으로 솟구친 용문산의 유명세에 눌러 다소 덜 알려지긴 했어도
오히려 그 덕에 청정계곡인 중원계곡을 발원하고 있으며
산정에서의 막힘없는 조망으로,
이름 꽤나 알려진 여타의 번잡스런 유명산 보다는 산행의 맛은 한결 낫다.
해서 오래 전 부터 찾아 올려고 했는데 작년 여름에 친우와 함께 버스표가 없어서, 그리고 두달 전 즈음해서는
경방기간으로 인해 발걸음을 되돌리다가 3번째 만에서야 올 수 있었다.
도일봉 산정. (사진에서 봤던 정상석이 없다.)
산안개가 잔뜩 끼였다가 이내 사라질 적에 저편의 산을 잠시 담았다.
중원계곡에서 갈라진 지계곡인 먹뱅이골을 잠시 접어 들어 이내 나타난 좌측의 등로로 안내 되었다.
들머리에서 부터 계곡으로 이어지던 등로는 완전히 숲으로 잠겨 능선을 오르기 까지도 조망은 없다.
능선으로 방화선이 줄창 이어지던 포천의 한북정맥을 타던 몇 해전,
가릴 것 하나없는 땡볕으로 소금절인 배추 마냥 푹 늘어져 맥없는 발걸음을 간신이 이어 갔었는데...
계곡을 끼고 수음이 짙은 여긴 한 여름 산행지로 제격이다.
정상을 얼마 앞두고 바위 사면으로 굵은 동앗줄을 잡으면 이내 산정으로 이어진다.
너른 헬기장의 산정은 이편 저편으로 산안개가 중모리 장단 처럼 바람을 타고 빠르게 움직이면서
간간이 눈을 열어주긴 하나,
도시 아니다.
초록 숲으로 덮힌 참 걷기 좋았던 산길
애기나리
몽환적인 안개는 간간이 이슬로 흩뿌리다가 이내 비가 되었다.
'안개...'
생태적인 그 모호성...
껍데기에 불과한 모습을 감춰 버릴 때의 그 안도감, 그리고 어떤 신비로움.
옛님의 추억을 담은 정훈희의 '안개' 대중가요가 쓰윽 떠오르는가 했는데,
같은 안개를 두고 요절한 시인 기형도는
어릴 적 동네가 있던 구로공단옆을 흐르는 안양천의 기억으로,
산업화의 사생아인 환경오염을 암울하게 그려내었다.
실 생활 이른 아침 뉴스엔,
안개 낀 도로의 교통사고가 캐스터의 건조한 음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무렴 기상이 문학, 예술과는 전혀 다른 과학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을 지라도,
산정에서 무심한 객이 바라보는 안개는 아무래도 서정적일 수 밖에 없다.
'안개낀 카렐리아' 라는 흘러간 음을 제대로 기억해 내었다.
아니, 저절로 흘러 나왔다.
휴식을 취하던 한무리의 산객들을 지나쳤다.
궂이 안개가 아니더래도 가려진 숲으로 조망이 없었을 산정.
이게 중원산인줄 알았었는데...
도일봉을 내려서자, 안개는 비가 되어 뿌리긴 했어도 탄력 받은 산행길은 서편 능선길로 이어졌다.
등로는 여전히 자욱한 안개가 여전했으나 바쁠게 없다.
어느 정도 손에 익은 디카로 눈에 띄는 야생화를 담기도 하고 몽환적 분위기의 산길도 담는다.
무리를 지은 산객들이 여럿 마주치며 지나긴 했어도,
비 내리는 늦은 봄산은 여유롭다.
다시 20분 거치른 암릉을 오르내리다가 나타난 중원산정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이기 시작할 무렵, 하산지점인 신점리의 용문사 주차장 방향을 당겼다.
당현종과 양귀비의 사랑 連理枝.
지네들끼리 붙었다가 굵은 신갈나무 둥지와 또 한몸을 이루었다.
그래, 홀로 서기는 힘들어...
능선 3거리.
서편의 폭산(문례봉)에서 용문산과 한강기맥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등로를 예서 끊으며,
남으로 흐르는 800고지의 중원산을 잠깐 올라 이내 계곡으로 내렸다.
비는 그치고 이제사 날이 맑아 오는게, 산을 내리는 발걸음이 다 서운하다.
하산로인 용계골
내린 비는 용계골의 곳곳에 폭포를 이루었고
물에 잠긴 징검다리를 십여차례나, 쌍지팡이를 디디고 간신이 건너야 했다.
신점리로 내리는 용계골은 오를 때의 중원계곡 보다 계류가 거칠었다.
곳곳으로 제법 수량이 풍부한 폭포수가 늘어져 있는 계류를 한가로이 따르며,
용문사 입구의 너른 주차장으로 내려섰다.
3단으로 흘러 내리는 용계골의 폭포
*
상봉에서 버스를 탔는데, 올라서는 계단이 없다.
내리는 계단도 없다.
'바퀴가 도로에 바짝 붙어 있지 않을까' 라고 우려 했었다.
저상버스 / 올라서기만 하면 된다. 통상의 버스는 올라선 후 계단 2개가 더 있다.
참 좋은 버스.
*
농부는....
내다.
Spotnicks - Kare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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