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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토요일 천등산 ‘어느 등반가의 꿈길’에서 펼쳐진 푸른 하늘은 뭉게구름으로 함께 어우러져 근래 보기 드문 장관이었다.
혹시하며 어택배낭에 챙겨 넣은 고어텍스 자켓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혹시하며 어택배낭에 챙겨 넣은 고어텍스 자켓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악우들의 사진을 찍는다며 티블록 만으로 확보하고 올라선 벼랑에서, 더 이상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고는 하는 수 없이 쥬마를 걸고 오토블록매듭으로 임시 래더까지 만들고서야 테라스에 겨우 올라섰었다.
바위 길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올라선 객기였다.
바위 길에 대한 사전 정보없이 올라선 객기였다.
힘겨운 오름질 후에 바로 이어진 계곡물 속으로 자맥질은 등반의 즐거운 고통(?)과는 또 다른 늘어짐의 여유가 있어 지난 여름에 이어 또다시 찾았던 것이다.
계곡의 평상에서 마련한 푸짐한 저녁먹거리와 반주, 그리고 등반 중에 있었던 저마다의 무용담은 밤새 불어오는 계곡의 서늘한 바람과 함께 왜 그리 신이 나던지…
내일의 대둔산 등반이 염려스러웠지만 드문드문 박힌 밤하늘의 별을 보곤 저어기 마음을 놓았다.
계곡의 평상에서 마련한 푸짐한 저녁먹거리와 반주, 그리고 등반 중에 있었던 저마다의 무용담은 밤새 불어오는 계곡의 서늘한 바람과 함께 왜 그리 신이 나던지…
내일의 대둔산 등반이 염려스러웠지만 드문드문 박힌 밤하늘의 별을 보곤 저어기 마음을 놓았다.
이른 아침에 합류한 4명의 동료를 포함하여 모두 13명.
8시 40분에 첫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탑승하고 내리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판단을 위한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르기는 하나 등반을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이정도 쯤이야’ 이라는 자신감과 여기까지 와서 그만 둘 수 없다는 아쉬움.
뭐, 그런 것들이 서로의 마음에 함께 자리하였으리라.
어제 밤하늘의 별을 보고, 늘 반쯤 틀린 기상예보를 믿고(?)는 고어자켓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리긴 했다.
2조로 나누었다.
금강길에 6명, 그리고 바로 옆의 동심바위를 오르는 대안길에 7명.
난 1조의 금강길로 붙었다.
금강길은 총 4피치로 4인 1조 등반시 6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 것을 1피치 초입에서 전해 듣고는, 난이도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해 보았다.
등반시 항상 말번이다 보니 이번 등반 길에 대한 사전 정보를 챙기지 못했다.
그건 후배인 최대장의 리딩에 대한 나를 포함한 대원들의 믿음이 큼이 원인이 될 수 있을까.
1피치는 약 45미터의 페이스 구간으로 중간 지점에서 부터는 발끝스탠스는 물론 홀드 마저 인색하여 바등바등 발버둥 치다가 젖은 바위에서 바란스를 잃고는 한차례 출렁하고 줄에 매달렸다.
별 수 없이 쥬마링을 하였다.
좌측엔 동심바위를 등반하는 2조의 모습이 기암으로 어우러진 스카이라인이 볼 만 했다.
8시 40분에 첫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탑승하고 내리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판단을 위한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흐르기는 하나 등반을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이정도 쯤이야’ 이라는 자신감과 여기까지 와서 그만 둘 수 없다는 아쉬움.
뭐, 그런 것들이 서로의 마음에 함께 자리하였으리라.
어제 밤하늘의 별을 보고, 늘 반쯤 틀린 기상예보를 믿고(?)는 고어자켓을 챙겨오지 않은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리긴 했다.
2조로 나누었다.
금강길에 6명, 그리고 바로 옆의 동심바위를 오르는 대안길에 7명.
난 1조의 금강길로 붙었다.
금강길은 총 4피치로 4인 1조 등반시 6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 것을 1피치 초입에서 전해 듣고는, 난이도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해 보았다.
등반시 항상 말번이다 보니 이번 등반 길에 대한 사전 정보를 챙기지 못했다.
그건 후배인 최대장의 리딩에 대한 나를 포함한 대원들의 믿음이 큼이 원인이 될 수 있을까.
1피치는 약 45미터의 페이스 구간으로 중간 지점에서 부터는 발끝스탠스는 물론 홀드 마저 인색하여 바등바등 발버둥 치다가 젖은 바위에서 바란스를 잃고는 한차례 출렁하고 줄에 매달렸다.
별 수 없이 쥬마링을 하였다.
좌측엔 동심바위를 등반하는 2조의 모습이 기암으로 어우러진 스카이라인이 볼 만 했다.
등반 전부터 흩뿌리던 비는 2피치 출발 전에 10여 미터 가량의 오버행 크랙을 올라서야 하는 껄끄러움에 비상탈출 여부에 대해 워키토키로 선등하는 대장에게 타진했다.
그 위는 괜찮을 듯 하다고 판단하여 엄청난 텐션 (사실상 끌어 올리는 수준)으로 오버행 크랙을 올라 섰다.
비에 촉촉이 젖은 흙 길의 넓은 테라스에 올라 서기는 했으나 선두는 이미 3피치를 향해 출발하였고 숨 돌릴 틈도 없이 3번째 피치 마저 인공등반으로 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고 난이도는 물론 이지만 물바위로 인해 발끝 스탠스 내지는 스미어링(발로 바위를 문질러 마찰얻기)이 대단히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구간도 페이스였다.
겨우 3피치의 테라스에 올라서자, 그 동안 슬금슬금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였고 탁 터인 허공엔 먹구름이 잔득하였으며, 더욱이 마지막 4피치를 오르던 대장은 무려 30여분을 오버행 크랙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을 밑의 후등자들은 고개 쳐들고 그냥 멀거니 지켜 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세찬 비바람에 세컨이 오바행 첫 스타트를 올라설 때는 밑에서 받쳐 주는 둥 너무나 치열하게 그 구간 통과는 지금까지의 어느 피치 보다 한, 두 단계 더 위인 금강길의 최대의 크럭스 였었다.(5.11B?)
이미 2피치에서 중간 탈출을 한 2조가 하산하며 얘기하는 소음이 워키토키로 간간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 바람과 함께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며 어둑해 질려는 하늘, 그리고 도저히 올라설 수 없을 것 같은 4피치 출발 점에서 비상탈출을 결정하게 됨에 따라 벼랑에 걸린 인공등반을 위해 걸어 둔 퀵드로우를 회수하기 위해 서어드가 4피치 오버행을 오를 때에는 대장과 세컨이 위에서 2동의 자일로 끌어 올려야 했다.
그러니까 선두 3명은 사투 끝에 정상까지 완등하고, 후미 3명은 3피치 테라스에서 탈출키로 하여, 60자를 연동으로 2,3피치를 한번에 하강하고 남은 1피치를 하강하는, 2번으로 나누어서 비상탈출 키로 하였다.
우선 두사람이1피치 테라스까지 먼저 하강하였고, 마지막으로 내가 2피치 테라스까지 하강하였으나, 그 아래로 하강하기에는 크랙으로 자일이 끼일 것이 우려되어, 여기서 우선 연동된 자일을 회수한 후 나 홀로 다시 반자로 1피치 테라스로 하강하여 다시 합류하기로 하였다.
물에 젖은 자일의 회수를 위해 쥬마를 끼워 자일을 당겼으나 휘청하고 늘어지기만 할 뿐, 자일의 움직임이 없어 수차 체중을 실어 당겼으나 꼼짝하지 않았다.
저 아래 늘어져 있던 자일을 끌어올려 다시 당기면 자일이 올라가는 무게 만큼 좀 수월할까 싶었으나 자일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지난 7월 설악의 경원대리지에서도 등반 중에 비를 만나 하강시 자일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었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때는 3명이 함께 당겼지만은.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축 늘어진 바지 끝단으로 떨어지는 빗물에 신발은 온통 흙탕물이 된 채 홀로 사투를 벌이다시피 하였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다시 올라갈 수 밖에.
그 위는 괜찮을 듯 하다고 판단하여 엄청난 텐션 (사실상 끌어 올리는 수준)으로 오버행 크랙을 올라 섰다.
비에 촉촉이 젖은 흙 길의 넓은 테라스에 올라 서기는 했으나 선두는 이미 3피치를 향해 출발하였고 숨 돌릴 틈도 없이 3번째 피치 마저 인공등반으로 오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고 난이도는 물론 이지만 물바위로 인해 발끝 스탠스 내지는 스미어링(발로 바위를 문질러 마찰얻기)이 대단히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구간도 페이스였다.
겨우 3피치의 테라스에 올라서자, 그 동안 슬금슬금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였고 탁 터인 허공엔 먹구름이 잔득하였으며, 더욱이 마지막 4피치를 오르던 대장은 무려 30여분을 오버행 크랙에서 사투를 벌이는 것을 밑의 후등자들은 고개 쳐들고 그냥 멀거니 지켜 보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세찬 비바람에 세컨이 오바행 첫 스타트를 올라설 때는 밑에서 받쳐 주는 둥 너무나 치열하게 그 구간 통과는 지금까지의 어느 피치 보다 한, 두 단계 더 위인 금강길의 최대의 크럭스 였었다.(5.11B?)
이미 2피치에서 중간 탈출을 한 2조가 하산하며 얘기하는 소음이 워키토키로 간간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 바람과 함께 비는 더욱 세차게 내리며 어둑해 질려는 하늘, 그리고 도저히 올라설 수 없을 것 같은 4피치 출발 점에서 비상탈출을 결정하게 됨에 따라 벼랑에 걸린 인공등반을 위해 걸어 둔 퀵드로우를 회수하기 위해 서어드가 4피치 오버행을 오를 때에는 대장과 세컨이 위에서 2동의 자일로 끌어 올려야 했다.
그러니까 선두 3명은 사투 끝에 정상까지 완등하고, 후미 3명은 3피치 테라스에서 탈출키로 하여, 60자를 연동으로 2,3피치를 한번에 하강하고 남은 1피치를 하강하는, 2번으로 나누어서 비상탈출 키로 하였다.
우선 두사람이1피치 테라스까지 먼저 하강하였고, 마지막으로 내가 2피치 테라스까지 하강하였으나, 그 아래로 하강하기에는 크랙으로 자일이 끼일 것이 우려되어, 여기서 우선 연동된 자일을 회수한 후 나 홀로 다시 반자로 1피치 테라스로 하강하여 다시 합류하기로 하였다.
물에 젖은 자일의 회수를 위해 쥬마를 끼워 자일을 당겼으나 휘청하고 늘어지기만 할 뿐, 자일의 움직임이 없어 수차 체중을 실어 당겼으나 꼼짝하지 않았다.
저 아래 늘어져 있던 자일을 끌어올려 다시 당기면 자일이 올라가는 무게 만큼 좀 수월할까 싶었으나 자일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지난 7월 설악의 경원대리지에서도 등반 중에 비를 만나 하강시 자일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기억이 있었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때는 3명이 함께 당겼지만은.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고 축 늘어진 바지 끝단으로 떨어지는 빗물에 신발은 온통 흙탕물이 된 채 홀로 사투를 벌이다시피 하였으나 속수무책이었다.
다시 올라갈 수 밖에.
저 위에서도 언급하였지만 1피치 테라스에 있는 동료와 나와의 거리는 10여 미터 안팍이지만 나와 함께 자일을 당길 힘을 보태기 위해 이 오버행 크랙을 다시 올라 온다는 것은 극히 어렵기 때문(사실 당겨 올릴 힘이 내게 없었음)에 기가 막히기도 하였으나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건 후등도 아니고 어찌될 지도 모를 자일에 몸을 실어 물에 젖은 바위 벼랑을 나의 힘 만으로 올라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밑에 있는 동료에게 쥬마(자일에 걸어 지지를 얻어 오르는 장비)를 추가로 하나 더 자일 끝에 달아 달라고 하였다.
별도의 래더(사다리)를 좌우 쥬마 1쌍에 각각의 자일에 연결한 후, 그야말로 처절한 절벽 오르기를 나 홀로 시작하였다.
많은 생각이 났는지 어땠는지…(혹 쥬마링 중에 자일이 그제사 풀리기라도 한다면...)오로지 올라야 산다(?)는 우직한 심정으로 어떤 의미에선 살아 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투쟁이었다.
그렇게 다시 40여 미터의 직벽 페이스 구간을 쥬마링으로 겨우 올라선 3피치 테라스에서, 자일의 연결 부위는 하강 링에서 겨우 1미터 가량 내려왔을 뿐 거기에는 자일이 끼일만한 아무런 크랙이 없었다.
허망했다.
당기는 힘이 모자랐는지 말하자면 더 큰 힘으로 당겼다면 회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달리 추측할 수 있는 건, 내가 당긴 ‘홍색자일’이 올라 가는 ‘청색자일’을 둥그스름한 바위의 경사면에서 짓 누리고 있었던 것 이었다.
하강링이 멀리 떨어져 있어 올라가는 자일이 둥근 바위면에 닿는 길이가 길었던 것(5미터 가량)이 댕겨도 요지부동, 그러니까 홍색자일을 당기면 당길수록 청색자일을 누르게 되는…물에 젖은 자일이 물바위에서나 일어 날 법한 그런 상황이었다고 여겨진다.
자일의 연결을 풀어 ‘홍색자일’을 내리고 ‘청색자일’로만 하강하려고 시도해 보니, 쥬마링 전에 나무에 자일을 묶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묶은 이유는 쥬마링을 원활하게 하려고 했으며 그 다음의 상황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자일이 크랙에 끼였다고 생각하였으며 바위와 자일 간의 마찰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자일이 너무나 요지부동 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별 수 없이 연동된 자일로 하강을 위하여 두 자일이 서로 닿지 않게 하강하면서 벌여 놓고 조금씩 내려서고는, 마치 만원버스속에 생계란을 호주머니에 넣고 탄 사람처럼 그런 심정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또 올라와야 한다는, 끔찍한 생각이…
다시 자일을 회수하려고 신중하게 힘을 쏟자 겨우 몇 센티 정도로 움직이기를, 그야말로 혼신의 힘으로 당겼다.
=======================================================
이상이 1시간 가량 일어난 나의 행적이다.
밑의 1피치 테라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궁금하던 차에 뭐라뭐라 하던 얘기를 흩어지는 허공에서 듣기도 힘들었지만 벼랑 끝에서 홀로 온갖 짓을 하면서 딱히 답을 할만한 그런 여유도 없었다.
비가 오는 악조건하에서 등반을 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 등반이 더 어려웠을 테고 그만큼 기억에 더 남을게다.
등반 할 적마다 매번 만나는 크럭스(제일 힘든 곳) 구간에서 온 몸의 기를 모아 어렵게 통과하기도 하고 때로는 파트너의 적잖은 도움으로 테라스에 올라 다소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이리도 원시적인 몸짓에서 오는 희열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어떠한 말로도 그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가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이런저런 오름질에 대해, 더욱이 함께한 파트너와 서로 교감을 나눌 수가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틀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였고 배웠으며, 그리고 여러가지를 반성한다.
(사진은 자일 회수 후 1피치 테라스로 내려서기 전에)
그건 후등도 아니고 어찌될 지도 모를 자일에 몸을 실어 물에 젖은 바위 벼랑을 나의 힘 만으로 올라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밑에 있는 동료에게 쥬마(자일에 걸어 지지를 얻어 오르는 장비)를 추가로 하나 더 자일 끝에 달아 달라고 하였다.
별도의 래더(사다리)를 좌우 쥬마 1쌍에 각각의 자일에 연결한 후, 그야말로 처절한 절벽 오르기를 나 홀로 시작하였다.
많은 생각이 났는지 어땠는지…(혹 쥬마링 중에 자일이 그제사 풀리기라도 한다면...)오로지 올라야 산다(?)는 우직한 심정으로 어떤 의미에선 살아 남기 위한 처절한 생존투쟁이었다.
그렇게 다시 40여 미터의 직벽 페이스 구간을 쥬마링으로 겨우 올라선 3피치 테라스에서, 자일의 연결 부위는 하강 링에서 겨우 1미터 가량 내려왔을 뿐 거기에는 자일이 끼일만한 아무런 크랙이 없었다.
허망했다.
당기는 힘이 모자랐는지 말하자면 더 큰 힘으로 당겼다면 회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달리 추측할 수 있는 건, 내가 당긴 ‘홍색자일’이 올라 가는 ‘청색자일’을 둥그스름한 바위의 경사면에서 짓 누리고 있었던 것 이었다.
하강링이 멀리 떨어져 있어 올라가는 자일이 둥근 바위면에 닿는 길이가 길었던 것(5미터 가량)이 댕겨도 요지부동, 그러니까 홍색자일을 당기면 당길수록 청색자일을 누르게 되는…물에 젖은 자일이 물바위에서나 일어 날 법한 그런 상황이었다고 여겨진다.
자일의 연결을 풀어 ‘홍색자일’을 내리고 ‘청색자일’로만 하강하려고 시도해 보니, 쥬마링 전에 나무에 자일을 묶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묶은 이유는 쥬마링을 원활하게 하려고 했으며 그 다음의 상황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자일이 크랙에 끼였다고 생각하였으며 바위와 자일 간의 마찰에 의한 것으로 보기에는 자일이 너무나 요지부동 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
별 수 없이 연동된 자일로 하강을 위하여 두 자일이 서로 닿지 않게 하강하면서 벌여 놓고 조금씩 내려서고는, 마치 만원버스속에 생계란을 호주머니에 넣고 탄 사람처럼 그런 심정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또 올라와야 한다는, 끔찍한 생각이…
다시 자일을 회수하려고 신중하게 힘을 쏟자 겨우 몇 센티 정도로 움직이기를, 그야말로 혼신의 힘으로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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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1시간 가량 일어난 나의 행적이다.
밑의 1피치 테라스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며 궁금하던 차에 뭐라뭐라 하던 얘기를 흩어지는 허공에서 듣기도 힘들었지만 벼랑 끝에서 홀로 온갖 짓을 하면서 딱히 답을 할만한 그런 여유도 없었다.
비가 오는 악조건하에서 등반을 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힘든 등반이 더 어려웠을 테고 그만큼 기억에 더 남을게다.
등반 할 적마다 매번 만나는 크럭스(제일 힘든 곳) 구간에서 온 몸의 기를 모아 어렵게 통과하기도 하고 때로는 파트너의 적잖은 도움으로 테라스에 올라 다소 머쓱한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이리도 원시적인 몸짓에서 오는 희열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어떠한 말로도 그 느낌을 제대로 전할 수가 있을까.
같은 맥락에서 이런저런 오름질에 대해, 더욱이 함께한 파트너와 서로 교감을 나눌 수가 있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틀 동안 많은 것을 경험하였고 배웠으며, 그리고 여러가지를 반성한다.
(사진은 자일 회수 후 1피치 테라스로 내려서기 전에)
8/11 (토) ; 천등산 / 어느 등반가의 꿈
8/12 (일) ; 대둔산 / 금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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