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에서 '수덕'을 이은 후, 칠흑 어둠에 들다. 110205

강기한 2011. 2. 6. 09:59

 

 

 

 

석룡산에서 내려오는 지계류는 조무락골의 본류와 합류한다.

 

모든게 멈췄다.

시간도 ...

 

저편 끝으로 얼어붙은 복호동 폭포가 있다.

 

좌, 석룡산과 우, 화악산으로 나누어 지는 조무락골 상류.

 

봄이 와도 이게 녹을까 ...

 

흘러간 채로 얼어붙은 계류

 

입산 1시간 반이 쑥 지나서야 본격 오름길이 시작된다.

 

설릉을 넘어서는 겨울햇살

 

나목 ...

 

화악산정의 군시설물.

본 조망 포인트는 적목리의 가림과 용수목에서 오르는 등로의 교합점에서 머지 않다.

 

객, 겨울산으로 들었다.

 

서남방향으로 보이는 명지1봉과 그 너머의 2봉.

명지1봉에서 흐르는 사향능선(장막능선)은 익근리로 내려서고

뒤의 2봉에서 동쪽 백둔봉 능선을 따르면 역시 익근리에서 만난다.

두 능선 사이로 익근리의 승천사를 거치는 주 등로가 있다.

 

화악산 북봉으로 가려면 군부대 철책을 따르나 중봉에서는 이 철조망을 넘어야 하는데 이게 여의치 않다.

북봉에서 중봉으로는 오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역시 만만치 않다.

 

정 중앙으로 매봉()이 어렴풋하다.

 

화악산 중봉

 

국망봉이 오롯한 한북정맥이 화면의 중앙을 가르고 우측의 석룡산은 쉬밀고개를 거쳐 화악산 북봉으로 이어진다.

저 너머는 기온차에 의한 대기층의 경계.

 

애기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적설이 깊으나 등로는 러셀이 되어 있어 별 무리없다.

 

중봉에서 애기봉으로 이르는 능선은 조망 없다.

그저 코박고 걷을 뿐.

 

그럼, 재밌나.

그럼, 재미없겠나.

 

'눈 밭에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 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욱은 후일 다른 이의 이정표가 될지니.' 

 

백범이 애송했다지, 아마.

 

 

중봉에서 대략 2시간을 바지런히 걸어야 한다.

 

아래에 보이는 애기고개는 화악리에서 도대리로 이어지며 화악산과 수덕산을 가른다.

 

3년여만에 다시 찾은 애기고개

 

수덕산으로 가려 다시 오름질.

 

이쯤해서는 어지간히 힘에 겨웠다.

수덕산, 언제 나타날려나.

 

오후 6시에 도착한 수덕산정.

 

그리고 1시간 여,

그믐의 까만 밤길을 더듬으며 산을 내렸다.

 

 

*

 

 

 

정지된 시간, 조무락골을 따라 중봉으로 올랐다.

저 먼 사위 헌걸찬 연봉들의 지난 발걸음을 헤아렸다.

 

눈 덥힌 남의 연릉으로 더운 숨 개우며,

애기봉을 찍고는 내친 김에 수덕산까지 달렸다.

 

가뭇한 밤하늘로 눈썹달이 서늘하다.

칠흑 어둠을 동무하며 나의 산을 내렸다.

 

 

 

Eros   /   Chris Sphee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