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반 이면 도착할 버스는 30분이 더걸렸다.
이른 아침의 도로가 그다지 심할 정도로 막힌 것은 아니었다.
기껏 건널목이나 사거리의 신호에는 착실하게 걸렸던 것 하고
바퀴 라이닝 문제로 청평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탄 정도였을 뿐인데 말이다.
허나 그렇게 누적된 지체시간으로 종점을 얼마 앞두고서는
버스전면의 디지털 시계에 시선이 아예 고정되면서
붉은 빛이 점멸되는 일각의 흐름에 애간장이 다 녹았다.
버스가 가평터미널로 들어서려 좌로 회전을 하는 9시 정각,
갈아타야 할 용수동향 군내버스는 터미널을 막 빠져 나가고 있었다.
아~ 더버라.
백둔리 마을 입구
반시간 맹숭하게 기다렸다가 연인산 입구인 백둔리향 버스를 탔다.
그 동안 늘 마음에만 뒀던 구나무산(현, 노적봉)을 가야겠다.
그리고 남으로 내리는 능선을 따라 옥녀봉을 올라선 후,
용추계곡으로 내려서서 시원한 계류에 맥빠진 몸이나 달래련다.
계곡의 다리를 건넌다.
공제선의 능선은 연인산에서 명지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이고 그 앞의 봉우리는 백둔봉.
구나무... 그러니까. 이게 굴참나무의 옛이름이라 한다.
코르크마개의 원료로 쓰인다는 그 굴참나무 말이다.
그러니까 산으로 그 구나무가 많은가 보다.
참나무의 이름은 참 많기도 하다.
도토리 상수리 신갈 졸참 굴참 갈참나무...
별칭으로 불리우는 외에 그 종류를 죄다 구별한다는 건,
일반의 상식 외 별도의 지식이 있어야 될 듯 하다.
대원사로 오르는 임도에서의 참나리.
참나리는 숲 속에서 본 적이 없다.
마을 주변에서만 흔하게 보이더라.
명지산 대원사.
연인산에 속하면서도 인근의 명지산 이라는 명판이 걸렸다.
明智山이 戀人山 보다 더 높기도 하거니와
연인산이란 명칭은 불과 몇해 전에 가평군에서 개명을 한 명칭이다.
연인능선, 장수능선, 청풍능선, 우정능선 등도 그 때 함께 만들어진
새 이름으로 郡의 홍보를 위하여 개칭을 하였다.
등로 들머리에서의 쑥부쟁이 혹은 개미취.
대원사 산신각.
산신을 모시는 山神閣은 불교가 우리나라로 전래되면서
민속신앙과 결합하여 나타난 우리나라 고유의 전각이다.
사찰에 따라 七聖閣 또는 三聖閣 등으로도 칭하여 지곤한다.
불사를 중창인 대원사에서 부터 시작되는 산길은 별 가파르지도 않았고
뿌연 산안개가 낀 숲 역시 별 깊지도 않는게, 길 놓칠 일없는 뚜렷한 외 길 등로로 이어져 있었다.
지난 봄 온갖 연초록빛으로 온 산을 물들이던 새 이파리들은
이젠 더 이상 짙푸르지 않을 정도로 농익어 숲은 별로 신비로움도 없었으며
꽁꽁 힘써가는 오름질에서 그리 눈 길 끌만한 그 흔한 여름꽃 한송이 조차 보여주질 않았다.
매걸음, 여름 숲의 열기는 습한 대기가 덧붙어져 온 몸으로 끈적거리며 달라 붙었다.
노란 망태버섯
맹숭하기 없는 숲 등로는 초장부터 이름모를 버섯 류가 눈에 띄였으나
노랑망태버섯 한 송이가 눈에 뜨일 때 까지만 해도 별 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허나 노란 망사치마를 두른 귀부인의 자태가 연상되는 망태버섯을 본 이 후부터는
어디 색다른 버섯 없을까’하며,
등로 주변을 두리 번 거리는 산걸음이 이어지기 시작하였다.
딱 한 송이 있는게,
노랑 망사 치마를 두른 조막만한 머리를 가진 귀부인의 자태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여름 숲의 귀부인.
버섯들도 이것저것 마구 섞여 있는게 아니라 같은 것들끼리만 함께 어울러졌다.
버섯의 갓이 다른 것들과는 달리 딱딱한 편이었다.
참나무에 기생하는 버섯
이게 식용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온 산으로 엄청 열렸다.
큰 것은 보다시피 어른 머리통 보다 더 컷다.
이런 하얀 버섯도 숲으로 군락을 이루엇다.
한 가족 인 듯.
이건 두 가족.
능선을 올라서자마자 나타난 무인산불감시탑.
버섯 갓이 줄줄 흘러내린다.
이런 점박이도 있었고
빨간 머리를 가진 버섯도 숲으로 피었다.
푸른 숲에서 붉은 색이 눈에 띄였다.
얘네들도 한 가족.
숲 안개가 스며든다.
생기기도 잘 생긴, 갓이 덜핀 붉은 머리의 버섯.
싸리버섯?
이제 막 깨어나는 듯.
푸른 숲에서의 강렬한 붉은 유혹
안개로 조망이 없던 노적봉(구나무산)정상
남으로 가는 능선 길은 여전히 안개가 꼈다.
옥녀봉으로 가는 헬기장의 이정표
옥녀봉 정상과 그 뒤의 칼봉산
옥녀봉에서 용추계곡 하산길에서는 원추리가 많았다.
옥녀봉에서 보는 지나온 노적봉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와 6차례나 다시 몸을 섞으며 하늘로 올라가던 소나무
용추계곡으로 내려섰다.
용추폭포
*
비 내린 이튿 날의 숲은 버섯이 지천이었다.
식용 여부를 안다고 하면 얼마지나지 않아 한 보따리는 가득 채우겠더라.
버섯을 모르기도 하지만 웬만큼 안다고 해도 캐지는 못할 듯하다.
그건 얼핏 보기에도 '나, 독있어요.' 할 만큼 생김새나 빛깔이 흉측스러울 정도의 것이 많았다.
여름 꽃이 귀한 대신 얼떨결에 온갖 버섯을 따라간 산행이 되었다.
'登'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 속에 섬이 있다, 가리산 ! 101002 (0) | 2010.10.04 |
---|---|
논남계곡을 따라 오른 강씨봉 100821 (0) | 2010.08.24 |
내연산, 염천의 능선산행과 12폭 계곡산행 100724 (0) | 2010.07.25 |
장마 끝 무렵의 연인산 100718 (0) | 2010.07.19 |
앵자봉 양자산 100710 (0) | 2010.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