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따라 2번이나 오르내렸으나 여전히 들머리는 묘연했다.
몇번이나 지도를 펼쳐다 보고는
눈 덮힌 과수원 중앙을 가르며 야산으로 접어든다.
우뚝하게 솟은 백둔3봉과 달리
좌측으로 이어받은 연인산으로 오르내리는 능선이 부드럽다.
서걱거리며 눈을 딛는 발걸음이 다 씩씩하다.
표지기 하나없는 설산으로는 어지러이 늘려 있는 야생동물의 발자욱과
눈밭에 머물다간 흔적이 군데군데 띄였으나 인적은 없었다.
발목정도는 쑥 잠기는 눈을 헤치며 오르는 산행은
애초부터 등로를 따랐던게 아니었다.
흔적 없는 가파른 설사면을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은
떨궈낸 이파리의 앙상한 나무가지 사이로
왠만한 거리의 시야가 확보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나마 희미하게 남아있을
길 흔적은 심설 속으로 잠겨 버렸을 것도 같았다.
2시간 가량 올라선 후의 안부(鞍部).
급사면에서의 눈은 발디딤이 없다.
간신이 더듬은 돌을 딛고 때로는 바위 끝으로
아이젠 발끝을 걸치는 등의 위태로운 곡예도 두어 번 넘겼다.
설사면에서 5미터 정도의 낙하,
그리고 굴러 떨어질 수 있는 위험마저 감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눈 때문에 허물어지는 발걸음을, 눈으로 낙하충격을 상쇄.
'以雪制雪.'
백둔리 마을과 그 뒤로 이어지는 연인산에서 흘러내리는 능선.
낭떠러지 위에서의 조망.
연인능선.
누군가 다녀갔다.
붉은 표지기가 가끔 보이는가 했는데, 동일인이다.
지도로 확인해 보니 기존의 등로를 찾아 제대로 올라왔다.
백둔봉은 명지산을 오르기 위한 등로로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좀체 찾는 이가 없는 듯.
지나쳐 온 흔적.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한 헬리포트에서 바라본 3봉과 명지산정.
1시간 남짓이면 3봉에 닿는다고 지도로 확인했다.
'늦어도 3시 이전이면 산정에서 점심을 먹은 후 논남기나 익근리 쪽으로 하산해도 될 듯.'
이라는 믿음을 가지려 했다.
.
.
.
그래... 가지려고는 했다.
백둔봉에서 본 연인산.
아재비 고개의 좌(남)로는 연인산, 우(북)로는 명지산.
그리고 동으로는 가평의 배둔리, 고개 저 너머의 서편으로는 현리의 상판리.
헬리포트 출발 30여분 후 조망이 열리는 곳에서 귤하나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연인능선을 뒤로 두고서.
눈 밭으로 찍힌 정체모를 이 발자욱은 ?
노상 찍혀 있지 않았고 간헐적으로 보이는게 궁금증 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며...
빙 둘러 나무 위를 올려다 보는 눈알로 싸한 찬기온이 스쳐 지날 뿐,
여전히 숲은 고요하기만 했다.
대체 이 거대한 발자욱의 주인은 누굴까.
난잡하지 않고 가지런히 일렬로 새겨두는 그 솜씨.
등 줄기로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로 빠져나가는가 했더니,
이내 스물거리며 엄습해 오는 /공/포/.
팽팽하게 당겨진 가느다란 한 올의 명주실로 흐르는 긴장이 이 보다 더할까.
인적없는 산으로 눈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오후 4시.
5시간 눈 밭을 헤매다 본 이정표가 그렇게 반갑지 만은 않은 건,
아직 700M가 남았다.
...그러니까 여지껏 지나쳐온 경험으로 봐서 1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것인데,
산정으로 다가갈수록 눈은 훨씬 더 깊어졌다.
산정에서 내리는 우측 계곡으로 그냥 내려설까.
이내 어두워질 길없는 설사면을 3시간 아니 그 이상 또 저 눈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뚝 떨어지는 급사면은 그럴지라도 바위벼랑이라도 나온다면...
무사히 내려선다손 치더라도 교통편은...
무릎으로 눈을 밀어 내며 다시 오르기 시작 했다.
'정상에서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꺼야.'
10 걸음 띄고 숨 한번 돌리고,
그리고 5걸음 걷고, 아니 허우적 거린 후 다시 숨한번 돌리고.
그러다가 저 비탈진 바위 벼랑 아래에서 밤을 지낼 수 있을까...
아까 본 정체모를 발자욱은 어떻하고...
오후 4시 38분.
아무런 흔적없는 눈 길을 헤쳐 온지 6시간 반만에 2봉을 거쳐 주릉으로 올라섰다.
안도감은 입에서 먼저 터져 나왔다.
긴장이 풀리자 그제사 무릎 양쪽으로 지끈 거리던 근육통이 좀 더 했으나
그건 별 것 아니었다.
심산 겨울 늦은 오후의 주릉에도 산객은 없었다.
허나 길은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눈을 헤치지 않아도 되었다.
발 아래의 백둔리와 그 뒤의 구나무산.
오후 5시.
내려놓은 긴장은 그제사 허기를 가져왔다.
눈 위에 쭈그리고 앉아 허겁지겁 속을 채웠다.
서편으로 기우는 해.
동편의 익근리로의 하산은 이미 교통편(6시)이 없다.
상판리에서 현리가는 7시 50분 버스가 있는 귀목고개로 내려가야 한다.
귀목봉, 그리고 뒤로 흐르는 한북정맥.
많은이가 다녀 이미 러셀이 되어 있는 능선길은 바쁠게 없다.
막힘없는 사방으로 시선을 던지며 이제야 느긋하게 산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성고개를 거쳐 강씨봉과 견치봉을 이어
한북정맥의 최고봉인 국망봉으로 장엄하게 흘러간다.
3봉에서 바라보는 명지1봉
명지3봉에서.
3봉에서 내려다 보는 백둔리.
그 뒤로 구나무산.
아재비 고개에서 올라서는 연인산을 보다.
일몰.
내려선 귀목고개.
상판리 버스 종점에서 7시 50분 버스를 기다리며.
현리의 상판리 마을 끝.
*
진종일 산에서 한사람도 못봤다.
*
*
가평 군내버스 출발시간표 / 2010-03-23 현
가평발 |
백둔발 |
가평발 |
용수발 |
가평발 |
용추발 |
가평발 |
화악발 |
현리발 |
상판발 |
현리발 |
마일리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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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0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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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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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0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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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0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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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출발시간표 (가평까지 1시간 30분 ~ 소요)
가평 백둔리향 |
가평 용수목향 |
가평 용추향 |
가평 화악리향 |
현리 상판리향 |
현리 마일리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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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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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30-2,3 |
1330-2,3 |
1330-2,3 |
1330-2,3 |
1330-4, 44 |
1330-4, 44 |
- 07:10에 출발하는 버스는 07:00 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버스의 회차 시간이 일정치 않음.)
- 가평이나 현리향 배차간격은 30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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