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명지산 종주 090404

강기한 2009. 4. 5. 10:13

 요즘 들어 깜박하는게,

참... 참으로 잦다.

안경을 어딘가에 벗어 놓고 그걸 찾느라 허둥 댄다던지... 

음식을 데우기 위해 전자렌지 문을 열었더니,

이틀 전 쯤 데워 놓고 그대로 둔 찌게 정도는 기본이고,

가스불 켜 놓은 채, 국을 다 증발시키다 못해 냄비를 까맣게 태우기도 했었고,

누렁지는 솥 채 몇 번도 더 태워 먹었다.

 이른 아침 신문을 들고 나오면서 그 동안 잘 챙기고 손에 들었던 지도와

교통편 발췌한 프린트를 그냥 두고 나왔다.

난감하다.

진입로가 우목골이라는 정도와 명지산이 연인산 북쪽이라는 것이 가진 정보의 전부다.

이젠 매사에 의도적으로 라도 신경을 곧추 세울 필요가 있다.

 

계곡을 따르다 접어 든 사면은 길이 끊기기 일쑤다.

하는 수 없다.

바위를 간신이 붙잡고, 때론 낙엽속에서 미끌어지지 않으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무조건 오른다. 그러다 보면 능선으로 연결되겠지...했다.

불안하다. 

애써 올랐는데도 능선이 아니라 골로 다시 떨어질까 싶어서...

 

따뜻하다고 했는데,

그러하지 못하다.

집에서 부터 입고 나온 다운재킷을 능선에서 벗었는데,

습기, 아니 땀이 흡씬하게 베였다.

아...그렇지...이걸 입고 오르면 안되는데...

팩라이트 재킷으로 갈아 입었다.

 

4월 임에도,

북사면으로는 눈이 그대로 남아있었고

나무가지로는 서리 꽃이 한창이다.

 

바람을 느낀 것은 머리 위로 수북히 떨어지는 서리꽃이 눈발 날리 듯 했기 때문이었지

직접 몸으로 맞은 바람은 없었다.

 

연인산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나쳐 온 능선으로

북사면 9부 능선쯤에 걸쳐 있는 서리 꽃이 장관이었고,

흐린 날씨로 먼 조망은 별 없다.

 

북 쪽의 아재비 고개로 간다.

슬픈 전설이 깃든 아재비 고개가 연인산과 명지산을 딱 반으로 나눈다.

고개를 내려서는 중간 즈음에 살짝 녹아 굳어있는 빙설이 두려워 아이젠을 채웠다.

(아재비 고개의 전설 ; 애기를 밴 새댁이 몸을 풀려고 친정으로 가는 고개를 넘다가

하도 허기가 져서 정신을 잃고 깬 후, 뭔가를 삶아 먹었는데 그게 자신이 낳은 애기라는...)

 

웹상으로 많이 뵈었던 분이 아재비 고개에서 올라온다.

간단히 목례만 하고 지나치고는 뒤에 오는 분에게 잠시 수작을 부렸다.

그, 뭐...산에서 지나가는 정도의 간소한 담소로, '어디서...?' 그 정도.

 

고개로 바람이 인다.

잠시 머물 수는 있을 지라도 허기가 지더라도 눌러 앉아 중식을 할 수는 없다.

막 식사를 마친 젊은 분들에게 사진 몇장 부탁하고는 이내 명지산 쪽 사면으로 붙었다.

 

능선을 살짝 내린 남 사면의 바위 아래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한잔의 커피.

이 맛...

 

고개가 절반이었으나 내림길과 달리 오름길은 그렇지 않다.

용을 쓴다.

 

3주만에 다시 찾은 명지산정.

조망없는 사위를 쓰윽~ 둘러 보고는,

몇 차례 망설이다가 사향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부지런히 2시간 즈음하면 막차는 탈 수 있지 않을까.

 

3주전 홀로 사투를 벌이던 소락개에서 치고 올랐던 설사면과 바위봉을

이젠 가볍게 눈으로 보고 지나간다.

등로가 뚜렷한 사향봉 능선은 길 놓칠 염려가 없으나

기대 했던 조망은 주변의 지형으로 시야가 가렸다.

지리하다.

우측 승천사로 떨어질 리본만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수차례나 능선 오르내림을 한다.

버스 시간에 맞출 수 있을까...

 

눈 아래로 보이는 도로로는 단애를 조금 면한 급경사였고 당연히 등로도 아니었다.

 

능선이 끝날 무렵,

그 동안 잘 따라왔던 등로의 리본을 놓쳤다.

낭패다.

 

그리 쉽게 빠져 나가리라 여겨지는 않았으나

가시덩쿨 속에 갇혀, 큰 욕을 본다.

팩라이트 자켓이 가시에 끌키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마음이 다 애린다.

 

여태 겪어본 수 많은 가시덩쿨 중에서도 최악이다.

불과 백여터 내려오면서 3,40분도 더 소요가 되었다.

학을 뗐다.

익근리가 아닌 선바위로 내려선다.

6시 20분.

막차는 10분전에 떠났다.

 

이래저래 건망으로 만만치 않은 댓가를 치루었다.

 이젠 아예 휴대용 낫이라도 하나 준비할까 보다.

 

 

*

  

 

 우목골 마을회관 앞 하차

 

우정능선의 북사면은 서리꽃이 잔뜩 피어 희미한 바람에도 서리꽃을 등로로 흩뿌렸다.

 

서리꽃 터널을 지나면서 

 

정면으로 보이는 연인산정 

 

春來不似春

 

능선을 기준으로 극명한 차이

 

 

 

 지나쳐온 능선길을 문득 되돌아 봤다.

 

 연인산을 막 내리면서 본 북편 

 

 

 우정능선으로 방화선이 길게 놓여 있다.

 

아재비 고개에서 본, 바람꽃 

 

땅에 붙어 있다시피한 작은 꽃잎을 쉴 새없이 떨고 있더라.

그래서, 바람꽃인가...난 느끼지도 못했는데.

 

고개는 바람꽃의 군락지였으며 노오란 몽우리를 맺은 복수초도 간간이 있었다.

 

희안하게도 바람 꽃은 고개를 중심으로 연인산 쪽으로만 있었다.

 

 명지3봉에서 내려다본 백둔리

  

 간간이 볼 수 있는 참나무에 붙은 이런 혹들은 다 뭔지...

 

가시덩쿨을 헤치며 간신이 내려선 선바위의 사면으로 내려선 직후에...

 

가평역전에서 (목동에서 버스가 출발하지 않아 기차를 탔다)

 

 역으로 들어 오는 기차

 

 *

 

 

 

 

* 

 

1)  산행경로

 

 우목골 --> 우정봉 --> 우정능선 --> 연인산 --> 아재비 고개 --> 명지3봉 --> 명지2봉 --> 명지산 --> 3거리 --> 사향능선 --> 사향봉 --> 선바위  

 

 

 

2) 이동거리

  

 

도상거리 (Km)

실 거리 (km)

 표고차 (m)

1 Km 에 대한

표고차 (m)

거리계수

   우목골

-

-

-

-

-

~ 연인산

6.4

7.68

868

135

1.2

~ 아재비

2.4

2.88

268

112

1.2

~ 명지산

5.5

6.05

467

85

1.1

~ 선바위

5.75

7.475

1,037

180

1.3

20.05 Km

24.085 Km

-

-

-

 

 

 

 3) 산행시간 : 9시간 10분

 

우목골         09:10

능선            11:20

연인산         12:00

아재비 고개  13:00

명지3봉        14:27

명지산          13:30

3거리           15:57

선바위         18:20

 

 

 

영광의 탈출 (Exdus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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