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이다.
사고를 당하고 난 후 처음으로 자전거를 끌고 천변으로 나갔다.
그 날 몸을 가눌 자신이 없었더라면 아예 전철을 타고 귀가를 했을 것인데, 이 정도 쯤이야 했는데…
그게 객기였는지도 모른다.
*
이런저런 사고들이 점철된 설악산 원정등반에 대한 반성을 겸한 해단식을 일주일이 지나 숨은암 등반을 마치고 관악역 주변에서 가졌다.
‘안전등반’을 재 다짐하면서, 잘 먹고 잘 놀았다.
홀로, 안양천변으로 자전거를 타고 귀가를 한다.
초 가을 밤, 외진 도심의 불빛이 되 피어 나는 천변으로 달리는 마음이 시원하다.
페달을 천천이 밟아 가다가, 비탈진 길에서 쏜살같이 내려간다.
앞서 걸어가던 사람을 피해야겠다고 느낀 것과 브레이크를 잡은 핸들이 심하게 요동을 친 순간은 거의 같았으리라.
허공으로 몸이 뜨는가 했는데, 느닷없이 우측 눈 언저리 주변으로 압박감이 깊어지며 아득해져 왔다.
'.....'
누군가 어깨를 흔드는 걸 느꼈다.
'그냥 좀 내버려두지, 난 이게 편한데...'
"아저씨...아/저/씨." 목소리의 톤이 차츰 빨라지더니 그는 어깨를 더욱 세차게 흔든다.
'그냥 내 버려 두면 좋으련만...'
자전거 도로 바닥에 얼굴을 묻고 마냥 편안한 자세를 취하는 나 보다는, 날 흔들어 깨우는 그가 더 걱정스러웠다.
스카프로 대충 머리를 감싸고는, 우측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전거를 끌고 홀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는 새로운 날이 막 열리고 있었다.
*
아파트 담장을 끼고 도는 보도 블록 위는 누런 은행 잎이 잔뜩 깔렸다. 가을 깊었다.
간간이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제법 총총거림은 며칠 사이로 싸늘하게 느낄 정도로 기온이 떨어졌기 때문이리라.
기분 같아서는 이런 서정을 즐길 수 있도록 은행잎을 그대로 내버려 둘 법도 한데, 관리하는 입장은 그게 아니란다.
미끄러져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 책임 소재를 묻는다나 어쩐다나.
멀쩡한 길에서 넘어진 내 경우와는 다른가…
아파트를 끼고 도는 담장 아래에 깔린 가을
나도 이 길을 걸어 봤다. 낙엽을 밟으면서…
아니구나,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나왔구나.
늦은 일요일 오후 이긴 하나, 기어이 자전거를 몰고 나옴은 산을 못 간 찌부둥한 심신이 동하기도 하였지만 그저께
택배로 받은 다운재킷의 필드테스트를 겸하고자 한 이유가 더 컸었기 때문이다.
간만의 라이딩이라 조심스럽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눈자위 주변의 상처 보다는 당시 도로바닥으로 넘어지면서, 멀쩡한 컬럼비아 팩라이트 자켓과
그날 처음으로 개비한 바지가 너덜거리며 헤어진게 내내 속이 쓰렸다.
푸른 다운 재킷의 지퍼를 가슴 정도로 올리고는 ‘오늘은 조심해야지’ 하며 천변으로 내려서는 비탈을, 양손의 브레
이크를 지긋이 당기고는 얌전히 내려섰다.
얼마 전만 해도 천변으로 많은 이들이 산책을, 때로는 달리기를, 인라인 블레이드를 타는 둥 그리고 무리를 지어 요란한 원색으로 날렵하게 차려 입으며 라이딩을 하던 풍경들 이었는데, 어둠이 내리려는 일요일 늦은 오후의 싸늘한 천변은 휑하기 까지 하다.
안양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억새 너머로의 아파트는 밤을 준비하려 불을 밝히려 하고…
싸한 기운을 가슴으로 느낄 때쯤 해서는 지퍼를 목까지 채우며 고단 기어를 넣고는 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찬 바람이 맨 얼굴을 때려 다소 얼얼 하기는 하지만 춥다고 느낄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안양천과 한강의 합수 지점에 이르자 이미 어둠이 내렸으나 한강 저 너머의 난지도 공원이 어둑한 하늘 보다 더 검게 몸을 두르고 만만치 않은 덩치를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 옆의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까만 하늘로 어지러운 불빛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북으로는 마포와 남의 목동을 잇는 성산대교는 얼마 전만 해도 화려한 조명으로 치장을 하였는데, 다리를 밝히는 밋밋한 가로등불이 검은 한강 위로 희미하게 어스러지고 있을 뿐, 드문드문 지나치는 차량의 불빛이 간간이 눈에 들어오는 초라한 서울이 낯설기 까지 여겨진다.
어쩌면 가을 타는 지도 몰러. 내가 말이여...
한강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중에 어둠은 순식간에 내렸다.
/ 난지도를 개발한 공원이 어렴풋이 엎드려 있는 곁의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시시각각 어지러운 빛을 까만 하늘로 뿌리고 있다.
그 옆을 잠시 잠시 이으면, 검은 한강을 성산대교가 가로 지른다.
오래토록 어둑하기만 하던 강변은 여의도로 접어들자, 선상카페의 밝은 조명이 다소 환한 야경을 보여주기는 하나 그나마 손가락으로 헤일 수 있을 만큼의 드문 사람들만 차가운 강바람을 피하려 잔뜩 몸을 움츠리며 맥없이 지나친다.
무심하다.
멀리 남산 타워가 왜소하게 보이는 좌측으로는 용산 방향의 아파트 숲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우측으로는 거대한 원효대교가 하늘로 난다.
벤치 위에, B타임으로 디카를 거치하여 재빨리 자전거에 오르는 순간에 그만 걸렸다.
증명사진을 남겨야 되자너.
완모타임 했는데… 불안하다. 표정이.
돌아 오는 길에 담은 목동 방향의 마천루가 하늘을 뚫었다.
간간이 쉬면서 구경을 하다가 또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전혀 바쁠 것 없이 슬금슬금 페달을 밟으며 원효대교를 반환점으로 하여 되돌아 오는 길의 가을 밤은 더 깊어져 있었다.
두어 시간이면 될 거리가 5 시간도 더 걸렸다.
야밤의 만추는 낮보다도 적막하다.
잠시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다가…
안양천변을 가르는 고척교의 야경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랬다.
혼자는…
외롭잖아요.
.
.
.
그래서…, 둘이 랍니다.
/ 그건 좋은데, 등은 왜 돌렸어.
/ 아~ 그건, 이 쪽 길도 밝혀야 되고, 저 쪽 길도 밝혀야 되거든요. 그래야, 다들 편하게 밤길을 가더라구요.
/ 아~ 그렇구나. 미안해. 내가 괜한 생각을 해서…
<FT>
1. 방풍은 굳.
라이딩 중에는 더웠다.
몸에서 피어 나는 열기로 인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퍼텍스 중에서도 완벽한 방풍 스펙을 가진 앤듀런스 원단의
기능 때문인지 상체로 스며드는 바람으로 인한 체온 손실은 없었다.
다만 완벽한 방풍은 투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이…
즉, 몸의 열기 배출이 원활하지 않으면 충전재인 다운이 응축 습기에 젖는다.
그럴 경우, 보온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한마디로 다운 재킷은 활동 중에 더군다나 격렬한 활동인 등산이나 라이딩 시에 입기 보다는 잠시 쉴 때 체온을 뺏기기 전에 입는 게 효율적이다.
심플한 디자인 및 고만고만한 활동성에는 제약이 적어 한 겨울의 시티웨어로 입기에 제격이다.
2. 플랩(Flap)의 유무 여부는?
어제는 다른 다운 재킷을 입고 자전거를 탓다.
기 언급한 바 있는 지퍼 보호 및 방풍,보온을 위한 안쪽 플랩(Flap)이 없는 모델이었는데, 라이딩 중에 메인 지퍼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을 느끼지 못했다.
이너재킷으로 착용시 플랩이 불필요함은 당연하고 아우트 재킷으로 착용하여도 라이딩 정도로는 바람의 침투는 느끼지 못했다. 중량과 부피 감소를 위한 관점에서 이다.
3. 본 재킷에 이런 식의 지퍼는 아니다.
위쪽 지퍼 풀리의 손잡이가 앞뒤로 넘어가도록 되었다.
앞뒤로 바꿔 입을 수 있는 리버시블 재킷의 경우는 본 지퍼 하나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본 재킷은 리버시블 타입이 아니다.
이 타입의 지퍼는 체결 및 탈착 시 손잡이가 뒤로 넘어 가는 경우가 왕왕 있어 불편하다.
아래 쪽 지퍼의 안쪽 손잡이는 전혀 필요가 없음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즉, 상하 지퍼 모두 범용인 싱글 지퍼면 된다.
부자재의 사용 및 부착은 원 재킷의 용도에 맞아야 한다.
과잉 스펙의 부자재 사용은 오히려 불편하고, 무게 증가는 물론 원가 상승요인이다.
명품 일수록 이런 식의 불필요한 것은 없다.
소녀와 가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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