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늦다. 고작 10 분이 지났을 뿐인데…하면서 급히 청사역 11 출구를 올라섰으나…없다. 슈퍼에서 서울막걸리 한 통 샀다. 난 먹걸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소주도 약간은 그런 편이고… 술하고는 많이 친하지 않으나 안주와 그 분위기하고는 친한 편이다. 그런데 막걸리를 산 건, 무거운 자일 안 가지고 갈려고 꾀를 썼는데, 대신 막걸리 한 통 가져오란다. 1,300원… 줄 가지고 간다 할 걸…
혹시나 하며 관악산로를 달려가 꽁무니를 잡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없다. 또 없다. 그 새 샛길로 갔나 보다. 주차장 끝에서 올라선 등로는 뚜렷하게 선을 그어 올렸고 가뿐 숨을 몰아내며 오름길을 재촉하다가 겨우 사방이 열리는 바위봉에 이르자 기어이 거추장 스러운 자켓을 벗어버렸다. ‘어이구, 와 이리 덥노. 진작 벗을 걸…’ 생수 반 통을 한 번에 들이키고 나서야 봄빛이 완연한 관악산을 더듬더듬 �었다. 왼편에 있어야 할 6봉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대로 가다가는 꼼짝없이 연주대로 오를 판이다.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왼편 아래의 빠른 경사와 바위 정도는 문제가 아니다. 잎사귀 넓은 누른 참나무 잎이 잔뜩 깔린 저 급사면을 어떻게 내려서나… 내려서야 할 방향을 건성으로 훑으며 ‘골로 떨어지고 난 후, 건너편 안부로 일단 올라선 저기서는 보일까.’ 하며 짧은 생각을 가졌다. 등로없는 빠른 비탈을 바로 내려서려는 객의 마음은 마음 뿐이었다. 예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잎사귀 다 떨어진 잡목 가지를 헤치다 보니 바지 가랭이를 길게 물고 늘어지는 것들이 있다. 간혹 뾰족한 가시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이리 긁히고 저리 긁히고…그래도 다행이다. 새 자켓을 벗어 배낭 안에 두었던 것이. 그렇게 골짜기로 내려서고 사면을 올랐다. 6봉을 봐야 한다. 6봉을… 안부를 겨우 올라서자 문원폭포가 내려다 보인다. 저 멀리 6봉 아래를 오르는 산 객의 모습이 보이자 쇳소리를 내는 휫바람을 날려 보내었다. 긴가민가 했으나 그건 별 문제가 아니다. 흥이 났던 것이다. 6봉을 찾았다는 것이. 조금 전 잡목과 가시덤불로 덮힌 비탈을 내려서던 괴로운 과정을 한차례 더 겪었다.
아~~그 놈의 75번 뻐스만 아니었다면…갈아타는 정류장을 30미터 정도 앞뒀었나…옆을 쌩하고 지나가는 배차간격 귀한 뻐스를 보고는 뛰었다. 열린 버스 문이 닫히는 것과 동시에 버스에 다다르고는 버스의 꽁지 바로 옆구리를 3,4차례 쳤다. 그 뿐이었다. 버스는 헛기침한 번 크게 내 �고는 문을 완전히 닫지도 않으면서 그대로 내뱄다. 이 모든 과정은 전광석화 였다. 전광석화 라는 말이 이럴 때도 해당되는 건지는 모르겠다.
2피치 출발지점에서 일행을 만났을 때쯤 해서는 오늘의 운동량으로는 이미 충분했었다. 바로 내 뒤를 이은 악우를 포함하여 총 12명이 개장하는 하늘길 리지의 첫 등반자들이다. 먼저 온 악우들은 간단하게 첫 길에 대한 예를 갖추고 난 후 막걸리 한잔으로 음복을 한 모양이다.
꾸준하게 가는 워킹과는 달리 멀티피치를 하는 리지는 자신의 등반 차례가 오기 전까지는 빌레이를 본다든지 또는 대기를 하다가,길어야 30미터가 채 안되는 바위 벽을 오를 때는 그 순간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개개인이 지닌 모든 육체적인 역량과 집중력은 거의 신의 경지에라도 다다르지 않을까. 바위의 생김새에 의한 난이도에 따라 오름질에 대한 개인의 차는 분명하나, 그 바위길이 어렵던 쉽던 간에 나 자신의 임계점이 틀림없을 것 같은 천길단애를 오를 때를 상상해보라…그 무슨 생각이 스며들 여지가 있겠는가. 온몸의 신경을 바짝 세우고 발끝 손끝의 기를 모으면서 벽에 붙어 있고는 종이 한 장 만큼의 좌우 발란스 유지를 하며 하늘 끝이 걸려 있는 저 곳으로 올라서야 하는 그 절박함을… 바위벽에 발가락이라도 꽂아 넣을 수는 없을까 ..하며 믿을 만한 홀드가 없어서, 때로는 발란스를 찾지 못하여 줄에 매달리는 초라한..그래 바로 그 초라함이 미워 악착같이 단애를 기어 올라갈 때는, 저 아래의 회색빛 마을에서 좌충우돌 하며 부대끼는 그 많은 번뇌가 스며들 여지가 없다. 전혀…
거짓이 통하지 않는, 엄살을 피울 수는 없는 그 순간의 몸부림은, 적어도 그 단애를 올라서는 자에게 있어서는 이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숭고한 몸짓이다. 설령 그 동작이 어설플 순은 있어도 비난은 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저 보다 더한 삶의 애착을 언제 가져보기나 하였는가.
모든 피치가 끝난 후, 남겨진 장비의 회수로 몸이 무겁다.
과천 방향의 전망이 좋은 바위에서 등반을 마감하는 사진을 하나 남긴 후, 청사 뒷길을 길게 돌아가는 철망을 따라 산을 내려섰다. 다음부턴 여유롭게(?) 지각을 해도 되겠다. 8봉을 바로 오르는 진입로를 막는 불편함은 별 문제는 아니다. 철망 옆을 가는 그 길은 통제된 등로가 아니다. 단정하게 관리되는 묘지가 있는 엄연히 길이다. 단지 일반인들이 잘 모를 뿐이다.
하루가 지닌 지금, 기분 좋은 통증이 온몸으로 퍼진다.
*
‘6봉’을 쓸 때는 반드시 아라비아 숫자로 해야게따. 고기 ‘肉’자를 연상하게 할 우려가 있다.
특히 타지에서 오는 어름한 식자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 용어 해설 ; 그 분야에서 쓰는 용어는 그대로 쓰는 게 맞을 겁니다. 별 건 아니지만, 이전 후기 글에서 생소한 용어에 대해 몇 분들이 불편을 겪은 모양입니다.
l 멀티피치(Multi Pitch) ; 길이가 긴 암벽이나 바위능선(리지)을 출발서부터 끝까지 한꺼번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난이도 및 체력 여하에 따라서 몇 마디(일반적으로 1개피치의 거리는 30미터 이하)로 끊어서 등반하는 것을 일컬음.
l 빌레이(Belay) ; 확보자가 기구를 이용하여 등반자의 하네스(Harness, 안전벨트) 에 연결된 자일(Seil, 등반줄)을 내어주며 때로는 당기면서 등반자의 추락에 대비하는 확보하는 행위.
l 홀드 (Hold) ; 손으로 잡거나 발로 디딜 수 있는 바위의 부위.
프로쉘고어텍스 자켓 아니 모든 아웃도어용의 자켓에 대한 것이다. 아웃도어 자켓의 FT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아웃도어는 물론 외출복으로의 착용 소감은 틈틈이 메모하여 최종 리뷰로 올리고자 한다.
자켓 호주머니 지퍼를 채울 시의 문제
아웃도어 자켓의 호주머니는 격렬한 활동으로 인한 호주머니 속의 소지품이 흘러 나가지 않도록 모든 제품에 지퍼가 달려 있다. 지퍼를 아래로 내리면 열리고 위로 올리면 닫히게 된다. 열 때는 한 손으로 가능하나 닫을 때는 한 손은 자켓의 끝단을 잡은 채 나머지 한 손으로 올려야 한다. 한 손으로도 올릴 수는 있으나 그게 또 쉽지 않은 동작이다. 산행 중 소지품이 필요하여 열어 놓고는 닫는 것을 소홀히 하여 물품을 잃어 버린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매번 지퍼를 채우는 그게 잘 안되더라. 간단한 것 같지만 산행 중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방수지퍼는 일반 지퍼 보다 활성이 떨어져 작동에 힘이 더 든다. 지퍼를 열 때나 닫을 때 한 손으로만 할 수가 있는 어떤 획기적인 개발품이 있다면 모르겠으나, 현 자켓의 구조상 어려운 일이다. 현 지퍼의 개폐 방향을 거꾸로 하면 어떨까. 그러니까 열 때는 불편하더라도 양손을 이용하여 지퍼를 올리고 닫을 때는 한 손으로 지퍼를 내리게 하면 호주머니의 지퍼를 쉬 닫을 수 있어 아웃도어 활동 시 소지품을 잃어 버리는 경우는 크게 개선 되리라 본다. 개폐 방향을 바꿈으로서 불편한 정도는 같으나 나타나는 그 결과는 다르다. 물론 메인 지퍼는 당연히 지금처럼 해야 할 것이고, 가슴 지퍼의 개폐 방향은 현 개폐방향에 문제가 없으나 호주머니 지퍼의 개폐방향과 같이 해야 헤깔리지 않을 것 같다.
밑단 스트링(끈)…그것의 사용빈도는.
모든 아웃도어 자켓에는 밑단 스트링(끈)이 있다. 바람이나 눈 등이 들어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조이면 약간의 보온도 되겠다. 그런데 조끼에도 달려 있다. 난 한번도 조여 본 적이 없다. 조이면 고무가 늘어질 것 같기도 하고 또 옷에 주름이 져 모양새가 틀어질 것도 같았고… 한마디로 필요성을 못 느꼈다. 산행을 함께 하던 동료가 바람에 날려 넘어지던 그 지독했던 겨울 소백산에서도, 눈이 거의 허리까지 잠겼던 그 설산에서도… (국내에서 이런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2피치 테라스에서 빌레이
3피치 바위 언덕을 넘어 오는 햇살
Sky Rock Alpine Club 에서 개척한 관악산의 하늘길 리지
각은 있으나 바위가 살아 슬랩이 할만했던 5피치.
역광으로 잡은 5피치의 빌레이어
아래의 과천과 뒤로는 청계산이 보인다. 6피치...
7피치의 빌레이어를 6피치 에서 바라봤다
주밍
나를 끝으로 7피치를 마무리하는 악우를 앞에서 담다.
리지화로 갈아 신고 골로 내려서자 선등자는 이미 8피치에서 후등자의 빌레이를 보고 있었다.
8피치를 하강하다가 보너스인 옆의 9피치에서 빌레이하는 악우들.
8피치에서 연속으로 하강하다 2번째 하강 코스에 있는 악우의 모습을 아래에서 보다.
9피치 등반 중인 악우
등반 종료 후 하산에 앞서... 총 11 + 1 명
'登'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바뀌어야할 리지산행 (0) | 2008.03.22 |
---|---|
관악산 하늘길 리지 루트 (0) | 2008.03.22 |
관악산 하늘길 리지 개척작업 [컬럼비아 FT] 080308 (0) | 2008.03.09 |
종자산에서 지장산까지...080301 (0) | 2008.03.01 |
고동산 화야산 뾰루봉 080223 (0) | 2008.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