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없다. 차에도 2번 내려갔다 오고 내다버린 쓰레기통도 뒤졌다. 사무실에도 다시 가보고 퇴근 전 들른 남의 가게는 물론 잠시 내렸던 시흥대로변의 신축건물 담벼락에도 가봤다. E/V 타기 전 쓰레기 통을 다시 한번 더 꼼꼼하게 챙겼다. 구닥다리 단말기도, 미리 백업 해둔 정보도 아깝진 않았는데 받을 전화를 당분간 못받는다는게 두려웠다.
그런데 그 노메 폰이 함께 들고와 쿠션 위에 던져 둔 3000원 짜리 강냉이 까만봉다리 밑에 있더라. 한숨 돌리긴 했으나 시간여 동안의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더라. 찾느라 미수신된 번호가 숱하게 찍힌 채, 음소거되어.
폰을 두고 출근했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수 번. 뭔 생각을 했는지 붉은 신호등도 안보고 사거리에 접어들었다가 꺾어들어오는 반대편 차를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었고 가스불에 올려둔 된장 냄비가 쌔까맣게 타들어 갔던 일. 이대로 나이들어 감인가.
핸드폰 사건은 아무래도 기계 오류인 듯하다. 단연코 음소거한 적이 없다. 그래야 맞다. 설사 잠깐 잠깐은 깜박 한다손 쳐도 말이다.
새 봄을 맞이하여 소흘했던 모든 것들에게 생기가 돌았으면 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었던 것을 포함하여 모두 다. 어제와는 또 다른 일이 있을거다, “화이팅!” 외치며 가게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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