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전문가, 인수봉을 오르다. 120519

강기한 2012. 5. 20. 12:21

 

 

 

 

 

 

 

 

 

 

 

 

 

 

 

 

 

 

 

 

 

 

 

 

 

 

 

 

 

 

 

 

 

 

 

 

 

 

 

 

 

 

 

 

암벽 등반을 중단한지 3년이 되었다.  특별한 이유라기 보다는 워킹산행과는 달리 홀로 없다는 것과 한동안 어깨 통증으로 크랙 등에서 바위를 채고 오르는데 불편을 느끼던 차에 장소 등에 구애를 받지 않고 홀로 겨울 설산을 쏘다니는 등으로 장거리 워킹산행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암벽 등반을 제대로 하려면 그에 맞는 평소 훈련을 해야 하고 나아가서 몸을 만드는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집중적으로 파고들기 보다는 남들이 하니 나도 해보자 라는 극히 단순한 호기심에 지나지 않은 이유라 해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암벽등반에서 느낀 매력이라면 일반 등로에서는 없는 앞이 탁터인 바위 단애에서의 거침없는 절경들을 조망하는 정도였지, 바위에서 난다긴다 하는 클라이머들처럼 난이도를 높이는 그리고 선등을 서는 그런 것들하고는 거리가 있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중력을 거스러는 암벽 등반은 나의 신체적인 특성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수음이 짙은 5월의 어느날, 거의 전문가들이 북한산 작전 지역으로 스며들었다. 

 

 

 

그런데 지난 겨울 듀엣으로 설산을 함께 누비던 흰그림자님이 암벽등반에도 상당한 캐리어가 있었으며 이번 몽벨 업그레이드 활동을 거의 전문가팀으로 함께하면서 지난 한석규 자켓에서도 그랬었지만 이번의 크로스오버 GTX 등산화도 일반 산행을 포함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체험을 하면서 느낀 점에 대한 상호 의견 교환과 개선점을 찾아 가자는 일치를 보았다.  어째뜬 암벽 등반,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설레임은 어쩔 수가 없다.

 

 

 

무명봉에서 조망을 즐길 겸, 주변 지형을 살핀다.

 

 

짧은 클루와르 지역을 올라선다.

 

 

 

크로스오버GTX 등산화를 신고 인수봉 암벽등반을 간다고 하니 말렸다.  암벽화나 어프로우치 용도의 리지화에 비해 바위 접지력이 떨어져 수직 단애를 오르는 행위로는 부적합하며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족두리봉에서의 단체 산행시에 착용한 결과에 따라 딱히 말에 대해 부정하기 어려웠으나 선등자가 아닌 후등자로서는 그렇게 무리하다고 여기진 않았다.  나아가서 어떤 호기심이 일었다.  좋은 표현으로는 실험정신이었다.   닦인 등로에서 그리고 일상에서의 활용만으로는 주어진 시간에 등산화의 장점을 제외한 개선점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 연유로 크로스오버 GTX 등산화는 어느 화창한 봄날, 인수봉에서 다음과 같은 가혹한 필드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드디어 나타난 오늘의 작전지역, 인수리지의 초입.

온갖 암벽 장비를 세팅하고 작전개시.

 

 

인수리지의 1피치를 오른다.

 

 

인수리지에서 좌측 지근으로 보이는 귀바위.

 

아이를 업은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부아악(負兒岳) 등으로 불리웠던

북한산 인수봉은 인근 도봉산 선인봉과 함께 우리나라 암벽 등반의 메카로

서울 도심 대중 교통편으로 쉬 접근 할 수 있어 시즌이 되면 

 암벽 등반을 즐기려는 숱한 클라이머들이 즐겨 찾는다.

 

 

본격적인 인수리지 스타트 지점이다.

 

 

바위턱을 잡아 챈 반동으로 오른다.

 

 

인수리지의 바로 우측은 거의 전문가 팀이 지난 어린이날 올랐던 숨은벽 능선이다. 

 

 

숨은벽 능선이 슬랩이 주 등반 포인트라면

여기 인수리지는 슬랩과 크랙, 페이스 등이 다양하게 있다.

 

 

건너편 바위로 가기 위하여 5M를 하강한 후 건너야 한다.

 

 

스스로 안전확보를 하며 등반을 진행한다.

 

선등자의 유연한 등반 모습을 지켜 보면서 크로스오버 등산화를 한켠에 함께 담았다.

크로스오버 등산화의 접지력은 지난 주 족두리봉 단체 산행시에 바위와의 접지력을 잠깐 확인 했었다.

암벽화는물론 리지화로 불리우는 어프로우치 화의 접지력에는 못 미치는

 리지 등반에서는 과잉 테스트 일 수도 있으나

ALL TERRAIN SOLE의 전천후 아웃솔에 대한 바위에서의 접지력 정도를 확인 하기 위해

선등자가 아닌 후등자의 어프로우치 슈즈로는 어떨까 하여 착용했었다.  

 

 

바위 슬랩 구간을 오른다.

선등자는 암벽화와 리지화를 번갈아 신으면서 등반을 했다.

 

1차 하강하여 바위를 건넌다.

 

후등으로 바위 슬랩에 붙었다.

직전의 어프로우치시에 이보다 경사가 완만한 곳에서 다소 밀림을 느꼈다.

허나 경사가 더 급한 여기에서는 별 무리가 없더라.

그건 자일을 묶어 안전한 확보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다이얼로 조여 등산화를 발에 딱맞게 피팅시킨 것이 차이였다.

 

 

인수리지에서 유일한 중간 휴식처인 안부로 내려서기 위해 다시 15M를 하강한다.

 

거의 전문가팀의 도우미로서 후배 클라이머를 초빙했다.

그가 세컨을 봐준 덕에 선등과 말번을 한 거전가팀은

등반은 물론 시간적인 여유로 사진 촬영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크랙을 올라선다.

뒤는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의 숨은벽 능선.

 

 

안전을 위해 바위 사이에 캠 작업중인 흰그림자님.

 

캠은 바위의 벌어진 크랙사이에 끼우는 암벽 장비로

선등자가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후 자일을 통과시키면서 오른다.

그러니까 등반시 추락을 해도 캠이 설치된 지점부터 메달리게 되어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게된다.

 

캠의 정식 명칭은 SLCD(Spring Loaded Camming Divice)로 통상 '프렌드'라고 칭한다.

이 장비를 개발한 이들이 암벽 등반 중에 '걔, 가져왔니' 라고 했단다. 

물론 잉글리쉬로 햇게찌.

 

 

 손가락 굵기 정도의 크랙이 사선으로 10여 미터 이어져 있는 이곳 실크랙 구간은

 숱한 클라이머들의 발디딤으로 크랙 모서리가 마모가 되어

인수리지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곳이다.

 

주마링으로 올랐다.

암벽화는 실크랙에서 발끝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으나

끝이 뭉퉁한 등산화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실크랙 구간 통과후 이내 이어지는 악어크랙 구간을 오른다.

길이는 30여 미터로 대체적으로 어렵진 않으나

마지막 볼트에 슬링이 걸린 구간을 올라서는 곳은 

집중력과 발란스를 요한다.

 

 

푸른 하늘을 향한 날개짓

클라이머의 유연한 오름질은 늘 아름답다.

 

 

아래에서는 선등자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추락을 대비하여 빌레이(확보)를 한다.

따라서 등반에 필요한 최소 인원은 2인 이상이다. 

이를 '자일파티'라 하며 상호간의 깊은 신뢰감이 있어야 된다.

 

 

악어크랙 구간.

발을 너무 깊이 넣으면 나중에 발이 잘 안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어 조심해야한다.

후등으로 가면서 내가 그랬다.

암벽화로 바꿔 신을까도 했으나 다이얼을 두어 클릭조여 딱맞게 피팅 후 올랐다.

외측에 위치한 보어의 다이얼이 크랙 속에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악어크랙의 상단으로 올라선 리딩자인 흰그림자님이 조그맣다.

 

 

뒤로는 다른 팀들이 하강을 한다.

악어크랙의 바위 단애를 오르는 중에 휴식 겸 뒤 돌아서서 담았다.

 

 

오름길 좌측으로는 상장능선과 뒤편 도봉산의 오봉을 비롯하여 

주봉군인 자운봉, 신선봉, 만장대. 선인봉이 보인다.

 

 

위에서 빌레이를 보고 난 후 확보물을 제거하는 흰그림자님.

바로 뒤는 지난 어린이날 다녀온 숨은벽 그리고 원효리지의 파랑새 바위가 가깝다.

 

 

인수봉 정상에서의 헬멧에 붙은 BOA 로고및

BOA  시스템이 적용된 몽벨의 크로스오버 등산화.

뒤로는 북한산 최고봉인 백운대가 흐릿하다.

 

 하강은 아무리 긴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침착하게 하강 시스템을 스스로 점검한 후엔

반드시 동료들로부터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자신도 동료의 하강시스템이 제대로 되었는지 교차 확인해야 한다.

3년만에 오른 인수봉에서의 하강은

등줄기로 서늘한 긴장이 땅으로 발이 닿을 때까지 떠나지 않았다.

 

 

함께 외줄로 하강하면서 담은 흰그림자님의 오버행 구간.

 

각각 외줄로 나란이 하강하면서 서로를 찍고 찍혔다.

 

 

하강하는 거의 전문가.

하강 거리는 60M 자일의 거의 끝부분이 땅으로 닿는다. 

 

 

인수봉 비둘기 길 등반 중인 클라이머와 하강자.

하강자는 오늘 거의 전문가 팀의 등반과 촬영을

도와 주기 위해 초빙한 클라이머가 마지막으로 내려온다.

암벽 등반은  의사 소통의 원활과 신속을 위해 3,4명이 이상적이다.

 

 

 

*

 

 

 

 

산행 중 대개는 등산화를 신은 채로 휴식을 취한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는 이 시기일수록

잠시 등산화를 벗고 발의 열기를 식히고 싶을 때가 있으나

힘이 든다고 단순히 끈을 풀고 묶는 것 자체가 귀찮기만 하다.

크로스오버 등산화의 보어시스템은 이에 대해 아주 적절한 해답을 제시했다.

언제든지 쉽게 벗고 신을 수 있는 다이얼이 이 보다 편리 할 순 없었다.

 

아주 가벼웠다.

인솔의 Arch Support는 발디딤시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압력을 적절히 분산하는 시스템이라 했다.

보어의 클로져 시스템으로 조인 후 산걸음 내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한마디로 편했다.

 

All Terrain Sole 이라 하여

암벽 등반까지 망라한다는 것이 아님을 사전에 인지하지 않은 건 아니다.

전 주 수리봉으로의 단체 산행시에 저비중 부틸창의 내마모도와

 돌출된 다이얼이 이번 거친 바위길에서의 내구성은 적합하지 않았으나 

그래도 굳이 거대한 바위 덩어리인 인수봉에서 어프로우치화 대신으로 신은 건,

순전히 아웃솔의 접지력 확인을 위함이었다.

선등이 아닌 후등으로서의 접지력은 '이 정도면 해볼만 하겠다' 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다음 산행은 다양한 지형의 보편적인 산 길에서의

크로스오버 GTX 등산화의 효용성을 확인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