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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벽+인수리지 090531

강기한 2009. 6. 1. 11:02

 하루재에서 바라다 본 인수봉.

우측으로 돌출되어 있는 귀바위의 우측으로 오를 예정이다.

 

 

 

총 12명 / 7명은 설교벽으로 올라 인수리지의 실크랙에서 정상으로, 5명은 인수리지로...

 

5월의 끝, 숲의 초록은 짙어져 갔다.

  

뒷편 능선으로 5봉의 끝이 자물어 지고 도봉산의 주봉들이 하늘아래 걸려있다.

 

설교벽의 스타트 지점

 

기철 대장의 등반 루트파인딩

  

첫피치는 완만한 슬랩

 

 

  

 

 

2피치를 향해 출발하는 대장.

 

  

  

 

 

하루재에서 본 귀바위가 바위길의 좌측으로 있었다.

  

도봉산군으로 조망은 더욱 선명해져 가고...

 

영봉과 그 너머 서울의 회색 숲...그리고 뒷편으로는 불암산과 수락산이 길게 늘어져 있다.

 

3피치째의 등반을 하는 악우

 

귀바위 아래의 초록 숲

 

서울의 회색 숲이 좀 더 많이 보였다.

 

4피치가 시작되는 저길 가려면 급사면을 트레버스해야 한다.

 

 

 

자일을 길게 사면으로 걸어둔 후 이 바위사면을 트레버스해야 한다. 

 

트레버스 도중에 바위 틈에 핀 야생화를 담았다. 

 

4피치 스타트 지점 저편의 귀바위에 사람이 걸렸다.

  

귀바위 오버행 후 빌레이를 보는 클라이머.

 

20 배율로 당겨 보았다.

귀 바위 천정에 매어 달린 퀵드로우가 주렁주렁 매달렸다. 

 

 

 

 

 

 *

 

설교벽의 마지막 피치인 10여 미터 가량의 침니 구간을 어렵사리 마치

올라선 인수리지와 만나는 길인 사선크랙 아래의 넓은  공터는

숱한 등반인들로 몹시 붐볐다.

 

급히 우리팀을 따르느라 숨도 제대로 돌리지 못한 채 사선크랙으로 붙는다. 

역시나, 그 크랙은 발디딤이 전혀 믿음을 주지 못할 정도로 쭉쭉 흘러 내렸다.

죽을 힘을 다하여 버둥거리는데, 저편 아래의 등 뒤는 잡음들이 많다.

두렵다. 아니 긴장감이 온몸으로 흘렀다.

허나, 그 긴장감은 바위단애를 아슬하게 올라설 때 느끼는 그런게 아니었다.

긴장치고는 아주 질이 낮은...

 

뒤따라 오는 타팀의 인파에 떠밀리다 시피 인수봉 정상을 향하여 빨리 도망칠 생각만이 가득했다.

이건 등반이 아닌 아수라 판이었다.

추월도 예사였고, 심지어 타팀의 자일을 이용하여 주마링을 하고.

"쥬마링 함해도 되겠죠?"  라는 말만 던지고는 ...

또 나중에는 자일을 걸어 달라는 것이 한번으로도 부족하였는지 내게 연속으로 부탁(?)을 한다.

 

" 저...이젠 댁이 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라며 억지로 한마디 내 뱉었다.

12명이나 벙개로 붙은 인수리지에 자일 3동을 가져 왔다는 얘기를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직전, 설교벽 마지막 구간에서. 

불어터진 육신을 한없이 탓하면서 낑낑대며 겨우 침니를 올라서는 내게,

왠 아줌마가 빨리 올라 오라고 성화가 연속이다.

'왠, 지랄...'

하며 속으로 '욱' 했으나 대꾸할 힘도 없었다. 

 

간신이 올라서는가 했는데,

옆을 지나칠 틈도 주지 않고

그냥 허연 엉덩이를 까고는 푹 주저 앉아 버린다.

 

'아~ 증말, 너무들 한다.' 

  

*

 

 

 

주마간산으로 쫓기다시피하여 인수리지에서 유일하게 찍은 사진.

  

   

 동편의 서울 숲을 배경으로.

 

 지근에 있는 서편의 백운대를 뒤로 하고...

 

 

 

 

  

 

  

 차세대 주자 

 

  

 

 

 

 

  

 

  

  

  

   

     

  

  

 

 

 

*

 

 

절대...아쉬웠던 하강 백업장치

 

 

복잡하고 긴 대기 시간이 소요되는 서면 하강 코스를 피하여 택한

인수봉의 남면 하강은 연동된 60자로 정확하게 2번을 끊어야 땅으로 닿더군요.

 

거의 수직에 가까운 하강이었고,

무엇보다도 2번째 확보 지점에서 자일을 갈아탈 때는

어느 하강 포인트에서 보다 오싹할 정도의 위험이 느껴지더군요.  

그건, 즐긴다는 의미가 내포되어있는 스릴과는 엄연히 차원이 달랐습니다.  

 

더군다나 먼저 하강한 2분의 대장은 전혀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그야말로 수직벽에서 오로지 확보 줄에만 의지한 채

2번째 자일 설치를 해야 하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그 작업을 하였다는 걸 생각하니

후미에서 하강(말방은 김영보 대장)을 하면서도 그 장면이 아찔하기만 하더군요. 

 

하강 코스로는 절대 불리한,

한마디로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는게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허나, 그 모든 건 생각일 뿐이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하강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게 있습니다. 

(특히, 설악의 토왕골…)

 

말하자면 주어진 상황에 맞게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보다 안전하게 하강을 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어제 하강 시 아쉬웠던,

특히 먼저 하강하여 어려운 작업을 한 2분의 대장에게 더욱 하고 싶은 얘기이기도 합니다.

 

2번째 하강포인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수직벽이었고 발 디딜 곳은 아예 없었으며,

첫 하강포인트에서 오른 쪽으로 펜둘럼 (약 10미터)을 하며 하강해야 했었습니다.

 

그 지점에서 첫번째로 내려 진 2줄의 자일 끝은

불과 5,6미터 정도 밖에 남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두 자일의 끝은 매듭도 없이 각자 수직벼랑으로 자연스레 내려져 있더군요.  

하강 막바지 지점은 자일의 자체 하중이 작아 하강 속도가 빠릅니다.

대장들 외 8명이나 그 상태로 하강을 하였으며 새로운 자일을 갈아 탔더군요. 

아찔하였습니다.

 

수직벼랑에 그냥 내려진 자일은 느슨하게 하여

2번째 하강 포인트인 확보지점에 묶여져야 했습니다. 

 

하강자가 실수를 한다던지, 혹은 막판의 빠른 하강 속도로

불과 몇 미터 남지 않은 자일의 끝이 하강기로 빠져 나갈 수 있는,

그런 위험한 상황에 대한 백업이 안되었습니다.
 
고작 요런 정도의 말을 하려고 얘기가 길어졌네요.  ‘고작, 요런 정도…’  

하지만, 난 이게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곡해 없기를 바랍니다.


세분의 대장님들 애 많이 쓰셨고,

함께 한 모든 분들 어제 좋은 등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