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군을 둥글게 그리다 080216

강기한 2008. 2. 16. 21:38

 

바람은 없다.

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 막혔음에도 아랑곳 없이 차가운 기온은 맨살의 목덜미에 그대로 내려 앉았다.  산골의 공기는 도심보다 언제나 냉냉하다.  설이 지난 제법 되었는데도 겨울은 한치의 물림도 없이 여전하다.

버스는 유명산 종점을 돌아 나오는 듯 하였는데 인근 어비계곡의 대리마을을 잠시 들르고는,'그것도 모르냐'는 식의 기름기를 쏙 뺀 버스기사의 냉랭한 멘트가 간신히 입에서 삐져 나오는  들으며 내려서던 참이었다.  

 

등로가 아닌 어비산장 옆으로 오르는 초입에서부터 발걸음의 행방이 묘연하다.

한점 없던 산골 마을과는 달리 거죽이 얼은 위로는 짐승의 발자국만 있을 길을 올라간 인적은 마지막 눈이 오고 다음으로 아둔한 객 앞엔 아무도 없었다.

딛는 걸음은 견딜만 한데 버티는 뒷걸음엔 힘이 모이는가 하더니 급사면 속에서 빠지게 하는 오름길이다.

어비산까지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우측의 백운봉에서 부터 머리가 허연 용문산까지의 능선이 동으로 놓여있고 반대편으론 계곡을 가볍게 건너 유명산정이 가깝다.   너머로 간간이 차량이 넘나드는 도로가 서너치(선어치)  고개다.   

 

하늘이 서너 치 정도 보인다는 뜻의 선어치(서너치) 고개를 사이로 하고 유명산과 연결되어 있다. 선어치 고개에는 전설이 전해지는데, 신선이 남한강에서 고기를 낚아 설악면 장락으로 가던 길에 고개를 넘던 중 갑자기 고기가 살아나서, 즉 선어(鮮魚)가 되어서 소구니산을 넘고 유명산 뒤의 산으로 날아가 내려앉았다고 하며, 그 후 고기가 내려앉은 산을 어비산(魚飛山)이라 했다고 한다.       - ⓒ 두산백과사전 EnCyber & EnCyber.com,

 

고개에서 올라서는 작은 암봉이 중미산 임을 컴파스가 가리킨다.

 

단숨에 내려온 계곡은 유명산과 어비산을 가르며 상류를 계속 이으면 용문산으로 안내된다.

유명산 계곡이다.   도상엔 입구지계곡으로 표시되어 있다.

겨우내 햇살 한 줌 들지 않을 듯한, 폭이 좁은 계곡엔 산에서 내려온 물이 그대로 얼어 붙어 두꺼운 얼음소와 작은 폭이 군데군데 널려 있다.

홀로 다녔던 오지와는 달리 오르는 등로는 한층 넓어져 내려오는 단체 산객이 끊이질 않고 이어진다.      산정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어비산의 그것 보다 낫다.  억새의 너른 산정은 주변으로 눈 걸림이 없다.   아쉬운 건 강설이 오래 되었는지 맑은 날이긴 하나 박무로 인해 그리 청명하지 못하여 저편 북면의 화악산 방향은 가물거림 조차 없다.  햇살 듬뿍 내려 앉은 억새 밭 사이에서 떡 한덩이 먹고 따뜻한 커피 한 잔 했다.   동남 방향으로 쏟은 백운봉 아래의 양평 읍내와 너른 남한강의 한가로운 물줄기가 여유롭다.

빤히 보이는 소구니산으로는 어비산과 같이 산객의 방문이 귀하다.

잡목에 가려진 사위의 시선이 불편하다.     가까운 북편 아래의 서너치 까지는 단숨에 내 달릴 기세로 거침없이 눈 길을 헤쳐 나가다가 거동이 불편한 부부 산객이 미끄러운 하산 길을 간신이 내려간다.    부인이 발을 삔 모양이다.   스틱 2개를 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젠 1쌍을 서로 1개씩 나누어 신으며 스틱도 없이 겨울산행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겨우 고개로 내려서고는 산 길을 더디게 하여 미안함이 큰 몸짓에, 노 부부의 배낭에서 내어주는 약간의 간식거리를 마다할 수가 없었다.  차를 고개에 파킹을 하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서너치 고개 도로를 건너 중미산의 오름길로 바로 붙었다.

길을 바짝 세운 산은 내림 걸음은 물론 한 걸음의 평지 조차도 없이 오름세가 빨랐다.

작은 암봉의 중미산정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조망도 유명산과 버금간다.      발 아래 유명산 주차장이 빤히 내려다 보이는 동으로 하산 걸음을 하여 유명산 버스종점으로 내려섰다.

 

돌아오는 청량리행 버스 내내,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스타카토의 규칙적인 비트음에 간간이 섞여 나오는 디제이의 알 수 없는 멘트가 쉴 새없이 쏟아진다.

예사롭지 않은 음악을 즐기는 지긋한 연배의 기사에겐, 승객따윈 아무런 상관없었다.

 

 

 

 

 

*

 

 

 들머리의 어떤 가게?

 

흔적없는 등로

 

치열한 다툼 

 

어릴 적 부터 분가하여 자립심을 키웠구나

 

주변 조망이 좋은 너른 산정

 

좌, 용문산정에서 우로 이어지는 돌올한 봉은 백운봉 그리고 잠시 내리는 듯 하다가 다시 고개를 세운 두리봉, 그 뒤의 희미한 690봉 ?)

 

잡목에 가려진 소구니산 (유명산에서 불과 20분 거리)

 

조망이 시원한 작은 암봉의 仲美山  (서너치 고개에서 25분 거리 / 정상석을 가평군과 양평산악회에서 따로 세웠다 )

 

仲美山에서 龍門山群을 바라 보다 

 

용문산정에서 우로 이어지는 백운봉,

그 앞 능선의 漁飛山을 내려서면,

그늘진 계곡으로 떨어지다가 위로 치달아 오르는 유순한 유명산정의 봉우리가 자그마하게 보인다.

 

그 능선을 잠시 내리다가 곧추 올라서면 소구니산이 우측으로 나타나게 된다. 

 

잣껍데기를 태워 실내 난방을 하던 유명산 버스 종점의 식당에서... (기름 값이 아무리 올라도 난방비 걱정이 없겠더라 / 잣껍질 1포대가 2,000원)

이 난로를 한참 들여다 봤다.  

깔데기에 가득 담긴 잣껍질은 화로에서 타는 만큼 아래로 저절로 떨어진다.

혹 불 길이 위로 타고 오르는가? 하는 의문도 가졌봤으나 1시간 30여 분이나 있을 동안 전혀 그러지도 않았다.

화로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불 꽃은 세차게 탈 필요도 없이 여유롭게 타고 있었으며 타고 남은 재도 미미하고 매연이라곤 없었다.

이거야 말로 꿩먹고 알 먹으며, 도랑치고 가재 잡는 식이 아닌가...  

(빨간색 손잡이를 당기면 고구마를 구울 수 있게끔 레일이 있다.   넓은 실내가 훈훈함은 물론 물도 끓일 수 있다) 

 

 

1일 3편 운행하는 유명산행 좌석버스( 교통카드로 1,700 원 / 상봉행 직행은 6,200 원) 

 

 

07:30   청량리 출발 1330-2

08:30   청평도착

08:50   유명산출발 (상봉에서 출발한 시외버스를 청평에서 갈아 탐 /  2,500 )

09:30   대리 도착 (어비계곡)

09:40   들머리 (어비산장 좌측)

11:23   어비산 (8 휴식)

12:34   유명산 (35 휴식)

13:26   소구니산 (4 휴식)

13:50   서너치 고개 (소구니 산에서 하산중 산행 부상자를 만나 30 지체)

14:25   서너치 출발

14:54   중미산 ( 21 휴식)

15:51   도로에 내려

16:03   가일리

16:15   유명산 종점

17:55   청량리행 출발 (1330-6) 

 

 

좌석버스 (1330 - 6 / 1,700원)

시외버스 (6,200 원)

청량리 출발

유명산 출발

상봉 출발

유명산 출발

09:00

07:00

08:00 (대리종착)

06:40

 

 

09:20

07:40

 

 

10:20

11:00 (대리 경유)

 

 

12:30

12:00

13:45

11:45

14:30

13:20

 

 

16:00 (대리 경유)

15:10

 

 

18:30

17:20

19:50

17:55

20:05

18:30 (대리 경유)

 

 

*

 

청량리에서 길을 묻던 일본인 아줌마 셋.(둘은 모녀 지간, 1명은 일행)

청평에서도 같은 버스(상봉에서 청평을 거쳐 유명산 행)를 타게 되었다.

타국에서의 버스 타기와 하차 지점, 그리고 기사와의 소통이 막힌 짧은 요금 시비...

많은 짐과 함께 설악에서 내리고는, 버스가 사라질 때 까지 손을 흔든다.

...... 차안에서 나도 흔들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