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봉을 올라 용문산에서 내리다 080210

강기한 2008. 2. 10. 20:09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빤히 보이는 백운봉을 오르니 보다는 제대로 된 등로를 찾는게 옳았는가 보다.

기도원을 지나 오르기 시작한 계곡의 끝 무렵 쯤 해서는 따라간 발자욱이 없어졌다.

이정표는 커녕, 가지 끝에 있을 법한 그 흔한 리본 조차 없다. 

예까지 온 것 이왕지사...

고라니(노루 일지도 모른다)의 발자욱을 따라 눈 덮힌 급사면을 오르기 시작했다.

사면의 군데군데 이 놈들이 잠시 머물렀다 갔다.

그리고 백설위에 떨어져 있는 몇가락의 누렇고 뻣뻣한 한 촌 가량의 털...

멧돼지다. 

눈 표층을 막 스치며 지나친 흔적.

'왠 놈이 여길...'하는 심정으로 아주 느리게 움직이며 놈은 그렇게 급사면을 올랐고,

객은 별 수 없이 그 뒤를 따라 �는 형국이었다.

말라 비틀어진 성가신 잔가지를 뚝뚝 부러뜨리며 이리저리 헤치면서 오르는 눈 덮힌 급사면은 놈의 나와바리(り)였다.

그래도 '만나서 서로 좋을 건 없잖아'

하는 같은 마음에 길잃은 객은 호루라기를 연거푸 불어 대었다.

한 걸음 올리면 반 걸음 미끌어져 내리면서 기어이 올라선 능선은 새수골에서 오르는 등로에 연결되었다.

 

연무만 없다면 눈맛이 괜찮을 백운봉은 등산객이 제법 있다.

동북방향으로 뾰족한 구조물을 이고 있는 용문산이 지근이다.

오르는 등로는 밟혀 부서러진 참나무 잎사귀가 깔린 흙길이 드러나 있으나 내리는 북사면의 길은 등산화에 다져진 빤질한 눈길이다.

매발톱을 채우고도 얼어붙은 바위에서 쭉하며 미끌어졌다.

대략 2미터 정도되나?

바지 엉덩이에 구멍이 생겼다.

새건데...

근래 산행마다 손재가 있었다.

화악산 하산길에서 헤드랜턴을, 호명산에서는 장갑을......

 

능선길의 오르내림이 빠르다. 

용문산정까지 2시간 반이나 걸렸다.

도상에 나타난 소요시간 보다 더 걸릴 줄이야...

경기4번째(화악,명지 국망,용문,...) 인 용문산정은 적어도 높이로는 주변에 걸림이 없다.

다만 뿌연 연무에 막혀 북편의 저 먼 화악산에 다정한 눈 한번 맞추지 못함이 아쉽다.

 

하산길은 클라이밍 다운과 다름 아닐 정도로  아래로 그냥 내리 꽂는다.

 

용문사 너른 경내를 하릴없이 쏘다니는 산행의 끝 맛이 감칠나다.

곰삭은 찻집에서,

... 차 한잔 하고 싶었다.

   

 

 

 *

 

30년 전으로...(용문 군내버스터미널)

 

연수리에 공사 중인 영어마을을 지나자, 어김없이 나타난 펜션 

 

등로없는 급사면 능선에서 바짝 긴장을 하며... 

 

어렵사리 올라선 능선에서 올려다 본 백운봉 

 

용문산 정상이 지근으로 보이나 오르내림이 그리 만만치는 않다

 

뒤돌아 본 백운봉과 북사면을 덮은 눈 

 

정상이 KT 중계기지 였구나 (군 기지 철망아래의 8부 능선을 반바퀴 돌아야 한다)

 

연무로 인하여 인근의 봉 이외의 저 멀리는 그냥 희끄무리했다. (화악을 봐야 했는데...)

 

우측으로 도일봉, 바로 앞 능선엔 용조봉이, 가까이에는 뾰족한 용문봉, 그리고 좌측으로는 폭산(문례봉)

 

 제일 좌측 끝으로 소구니산이 봉우리만 살짝 보여주며 그 앞에 높이 쏟아 있는 유명산에  많은 부분이 감춰져 있으며 어비산이 손에 닿을 듯 있다. (아래 막사는 군기지임)

 

 

수령 1,100년의 은행나무

 

 

 

경내를 하릴없이 기웃거리다 

 

 노출을 하늘에 맞추고 다시 -2/3 정도로 해볼껄...

 

 

 

 

 

 

지기와 차 한잔 하고 싶었다.

 

 

 

 

 

 

06:50    청량리 환승센터 망우역 버스 2228

07:05    상봉터미널

08:15    용문향 버스 /  5,200

08:30    용문하차

09:00    용문 군내버스 연수리향 / 900

09:12    연수리농산물센터

09:14    산행시작

09:50    계곡 등로없는 능선 진입

10:40    능선마루

10:47    579

10:54    헬기장

10:56    삼태재

11:25    백운봉 (15 휴식)

12:09    함왕봉 (20분간 휴식 간식)

13:09    장군봉

13:23    군기지

13:57    용문산 (23 휴식)

15:17    마당바위

16:00    용문사 (35분간 경내 관람)

16:45    주차장 / 산행시간 7시간 31 , 산행시간 6시간

17:20    상봉행 버스 / 6,300 (양평에서 환승하여 동서울 바로 출발)

18:30    동서울 도착

 

 *

 

 시내 버스시간표 (용문사에서 17:20분에 상봉으로 출발하는 시외버스도 있음 / 청량리에서 8번, 강변에서 2000-1번 시내버스는 양평까지 운행하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