暇
세상에서 제일 슬픈 표정!
강기한
2007. 4. 25. 13:03
▲ 25일 오전 제주도 서귀북초등학교에서 방송조회를 통해 실종됐던 양지승 양의 죽음을 알리자 같은 반 고남혁 군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승아,
너무 오랫 동안 니가 학교엘 오질 않아서 '혹시...'하며 나쁜 생각은 했었지만,
그래도 난, 니가 그렇게 아무 말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
지승아, 넌 그 아저씨에게 글 가르쳐 줄려고 따라 갔다면서?
니가 집에서 학교에서 배운대로 그런 착한 마음을 안 먹었으면 너도 죽지 않았을테고, 지금 쯤 아무일 없이 나와 친구들 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었을텐데...그치?
너네 엄마, 아빠랑...그리고 선생님은 지금 어떤 생각이 들을까?
'잘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도와주면 안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하지도 않겠지만은, 나도 우리 친구들 모두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 줄려고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
니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 맞지?
지승아,
많이 아팠어?
전에 친구들이랑 장난치다가 넘어지고 다쳤을 때 보다도 훨씬 많이 아팠니?
그리고 얼마나 무서웠어?
밤에 무서워서 혼자 자지도 못하고 엄마 아빠 하고 같이 꼭 끌어 안고 잤는데,
그 나쁜 아저씨는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널 무섭고 아프게 했을까?
오랫동안 그 냄새나는 헛간에 쪼그리고 앉아 있어 많이 불편했지?
그 곳은 거름 냄새가 나서 우리들이 언제나 피해 다니던 곳 이었는데,
넌 너무 오래동안 그 곳에 혼자 있었구나.
그 곳에서 조금 밖에 떨어지지 않은 집에 많이 가고 싶지 않았어?
지승아,
나 있잖아 지금 얼마나 슬픈지 몰라.
널 앞으로 영원히 볼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슬퍼.
오늘 학교로 많은 아저씨들이 와서 니 책상에 놓인 꽃도 찍고 또 우리 반 아이들의 표정도 찍고 했는데, 그 때 넌 뭐했니?
많은 친구들이 너 땜에 그렇게 많이 울고 슬퍼한다는 걸 너도 알고 있니?
지승아,
나와 친구들이 널 지켜 주질 못해서 미안해.
너랑 자주 같이 얘기하고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전에 너와 다투었을 때 며칠동안 널 멀리하고 미워한 거 미안해.
그럴려고 한 건 아닌데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너무 오래동안 니가 보이질 않아 나쁜생각을 한 건 정말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하면 네게 용서를 받을 수 있겠니.
지승아,
앞으로도 니 생각 많이 날꺼야.
넌 착한 천사가 되어 나와 친구들을 나쁜 사람들로 부터 지켜줘.
약속해 줄 수 있지?
지승아,
이제 나쁜 사람없는 하늘나라에 가서 편히 쉬어.
지승아,
친구들이 꼭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데.
다 같이 큰 소리로 부를테니 잘들어.
"지승아! 사랑해, 많이..." .
(친구를 잃은 아이의 시각에서...)
#
친구를 잃은 어린 아이의 꾹 다문 표정엔,
참으려고 또 참으려고 했건만, 그래도 어쩌지 못한 슬픔은
끝내 밖으로 새어 나와 눈 가에 이슬 한방울 맺었다.
어찌,
어린 아이가 저리 슬픈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아이의 그 맑디 맑은 눈에 담긴 슬픔을 오래 쳐다 볼 수가 없다.
많이, 슬프다, 나도....
어린 영혼의 명복을 빈다.
정수년 -국악명상 해금.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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