歪
내일은, 늘 희망이다.
강기한
2015. 6. 17. 18:25
40년지기 친구가 있다. 그는 퇴직금으로 중고 트레일러를 사서 밤을 낮삼아 고속도로를 누비고 다녔다. 그러다가 허리병을 얻어 척추에 철심을 박으면서도 핸들을 잡으며 참 열심히 살았다. 그렇게 모으고 버텼는데 와이프가 일확천금을 꿈꾸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수억원을 한방에 날렸다.
지난4월 어느날, 수삼년만에 김해에서 초췌한 모습의 그를 만났다. 지난 한해는 자신에게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심야의 순대국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덤덤히 얘기하더라. 알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는데도 친구 와이프는 "그 언니는 그런 사람아니다." 라고 했다면서, 돈잃고 건강잃고 와이프잃고.
지난해는 세월호로 온나라를 슬픔에 빠지게 하더니 불황이 깊었다. 지금은 메르스로 온나라를 공포에 빠지게 하더니 가게 문을 밀며 방문하는 사람은커녕 전화도 없다. 며칠 전 객지에서 홀로 지내던 큰넘이 휴직을 해야겠다고 지네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가 왔다. 너무 힘들다고.
가끔은 시간을 내어 주변을 살펴야겠다. 소주값 챙겨갖고.
내일은,
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