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로의 잠입 / 사삼봉 --> 가칠봉 --> 응복산 120606

강기한 2012. 6. 7. 10:43

 

 

지난 춘삼월, 늦은 폭설로 연인산을 다녀온 이후 산행을 못했다. 그렇다고 산을 가지 않은건 아니다.  관악산도 갔었고 북한산행도 했었고 리지는 물론 인수봉으로 암벽 등반도 했었다.  몽벨 업그레이드 과제 수행을 위해선 연출이 필요한데, 특히 동영상을 담으려면 이건 산행은 뒷전이고 화면 잡는데 신경을 쓰다 보니 진작 나의 산이 고팠다. 더군다나 몽벨의 업그레이디 활동의 무대가 산이 아닌가, 라는 측면에서 다소 아이러니컬했다.  

 

무크님의 오지 산행 제안이 없었더래도 산걸음을 이상 멈출 수는 없었다. 그건 머리가 반응하기 이전에 다리가 허전했었고 몸이 먼저 반응을 하더라. 더군다나 오지란다. 구미가 당겼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하다가, 막판에서야 , 따라갈래했다.  허나 겁이 났다. 그들이 누구던가. 길도 없는 험한 데만 골라서 가는, 그야말로 오지 전문가들이 아닌가 

 

 

 

삼봉휴양림을 중심으로 산을 한바퀴 돌았다.

삼봉이란 사삼봉,가칠봉 그리고 응복산 이렇게 3개의 봉을 말한다.

 

 

 

홍천 철정휴게소까지는 때만 해도 별로 몰랐는데 내면의 지방도로에 들어서자 이내 짙은 수음으로 가득찬 산국에서 내품는 서늘한 기온이 온몸으로 음습하기 시작했다.  차는 좌우로 열병하듯 서있는 고산 사이의 구비치는 차도를 따르다가 산도로 왼편이 터지는 아래로는 내린천의 맑은 계류가 고맙게도 7인이 차를 따라 함께 흘러가준다.  아직 본격 더위가 시작되질 않아 싸한 기류가 열어둔 차창으로 파고들고 머지않은 저편 산등성이 위로 걸친 희미한 연무의 움직임이 없다.  산에도 등로가 있을까...

 

 

휴양림 입구.

잠시 주춤하는가 했는데 바로 우측으로 붙더라.

 

'어라, 거긴 등로가 읎짜느 ~'

 

 

들머리에 올라서자 군락으로 핀 매발톱.

 

 

자주병꽃.

 

 

私蔘峰.

그러니까 '이 산의 삼은 전부다 내꺼' ?

듣도보도 못한 봉우리가 무려 1107M.

 

결론적으로 여기 올라서기가 제일 힘들더라.

예열도 안한 상태에서 등로는 손 뻗으면 눈 앞의 땅에 닿을 정도로 바짝 섰더라.

아닌가, 나중의 철쭉 밭이 더 힘들었었나.

 

 

등로의 조망이라곤 없다.

그나마 철쭉이 없는 여긴 양반길이다.

 

 

오지 산행에서는 딱히 찍을 사진이 없다.

늘 보이는 건 무성한 수풀 뿐.

가끔 보이는 이런 여름 꽃이 반갑기만 하다.

 

 

 

 

 

여름이 짙어간다.

 

 

이 장면에서 노래 한 곡 올린다.

 

 

1967 Nancy Sinatra & Lee Hazlewood 이후

수많은 가수들이 'Summer Wine' 리바이블 했다.

영상은 에이레 출신인 'The Corrs'의 보컬 '앤드리아 코어'와

록밴드 U2 리드 싱어 'Bono'가 더블린 공연에서 함께 불렀다.

 

치정영화 '주홍글씨' 첫장면에서 '이은주'가 바에서 감미롭게 부른,

'only When I Sleep'의 원곡을 'The Corrs'가 불렀다.

인터넷 서핑하여 아래에 링크한다.

http://blog.paran.com/uodoon/42696855 

 

 

 

은방울 꽃.

맛이 쫌 갔다.

 

 

그는 늘 왼손으로 지도를 들고 다녔다.

잠시 들여다 보다가 그냥 가기도 하고

어떨땐 컴파스로 정치를 하면서 기록도 하고...

그러니까 늘 현 위치를 파악.

길이 없던 뭐가 두려울텐가.

 

 

8여년 만에 다시 선 가칠봉.

 

드뎌 오늘의 최고봉에서 하늘을 보았다.

홀로 겨울에  올랐던 그 땐 사위로 조망이 열렸었는데.

 

 

2004. 1. 23.

그해 겨울엔 정상석이 없었다.

그저 눈 밭으로 굴러다니는 나무표지판이 있더라.

 

 

함께한 7인의 멤버들.

두분만 초면이다.

물론 다음엔 구면이 될꺼고.

 

 

정상 아래의 표지판.

물론 가야 하는 길은 왼편 흑선을 따르다가 다시 새로 그려나간다.

 

 

휴양림이 가까워 모처럼 양호한 등로를 따른다.

 

 

은방울 꽃.

이번엔 싱싱하다.

 

 

벌깨덩굴.

 

 

지나쳐온 사삼봉(私蔘峰)이 무성한 수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산행을 하면서 가끔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 대견스럽다.

인생의 길도 늘 그랬으면 좋겠는데...

 

 

응복산을 내려선 안부에서 원래대로 능선을 잇느냐 아니면 탈출을 하느냐.

 

'그만 내려가지...' 했었는데...

 

 

 연장은 제일 좋은 걸로 준비하고는 더덕 한뿌리도 못캤다.

사실 따라댕기너라 그럴만한 정신도 없더라.

드문드문거리는 여름 꽃이 그나마 위안.

 

그러다가 좌측으로 뚝뚝 떨어지는 길도 없는 사면으로 내리 꽂았다.

 

 

400여 미터나 떨어지는 급사면을 구르다시피한 끝에 

휴양림 도로로 내리면서 산행을 마감했다.

 

 

휴양림 임도, 운치있다.

 

 

 

 

*

 

 

 

크로스오버 등산화를 신고 티엔티팀의 쿨아이님의 발걸음에 거침이 없다.  염려스러워 번을 물었으나편하단다얼마 암벽에서 돌출된 다이얼 손상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로우컷의 크로스오버는 등로가 양호한 가벼운 산행이나 둘레길 그리고 라이딩 등에 적합하다고 여겨 이번의 험한 오지산행에는 하이컷 등산화로 준비했었다 가볍고 끈 묶음이 없어 편리한 크로스오버 등산화는 라이딩 등에 두고두고 아껴 신으련다.

 

**

 

작년에 2차례나 흡혈 진드기에 피습을 당했었다.

위 사진은 봄엔 구목령에서 기맥길 이을 때 물려 집으로 돌아와서

샤워 중에 옆구리에 반쯤 들어가있던 놈을 간신이 떼어 내었고

여름엔 저항령에서 목을 물은 놈은 이튿날 다리만 몇개 떼어내었을 뿐이다.

결국 그 다음날 병원에 가서 파내었다. 

 

이놈들은 물어도 전혀 통증을 못느낀다.

아마 피부를 파고드는 동시에 마취액을 분비하는 모양이다.

강제로 떼내고 나면 그제서야 가렵다.

옆구리에 흉터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계곡에서 몸을 씻던 중,

우측 가슴 위에 붙어 있던 이 놈을 떼어 내었다.

다른 일행의 허리 뒤에 붙어 있던 놈은

깊이 주둥이를 박고 있어 떼려하자 집게로 피부를 물고 길게 늘어지더라.

이것들은 철갑을 둘렀는지 손으로 눌러서는 죽일 수 없다.

바위 위에 돌로 찍어야 된다.

허긴 안그래도 쉽게는 안죽일려 했다.

 

봄에서 가을까지 강원도 산행을 갈 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반 등로가 아닌 우거진 수풀을 헤치는 그런 험한 등로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