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내린 날의 한강기맥 101127

강기한 2010. 11. 28. 20:34

 

 

그나마 운치 있게 내리는 첫눈이 갑자기 거세어지며 차창을 후려치자 버스는 와이퍼를 미친 듯이 좌우로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덧 옷은 그 무렵의 버스 안에서 입어야 했었다.   고갯마루에서 버스를 내리자 마자 바람에 실린 함박눈은 머리가 아니라 옆으로 불어쳐 얼굴이 다 얼얼할 정도였으니까.   빙 둘러 가림막이라곤 없는 고개마루에서 자라목을 한 채, 주차 중인 트럭을 피난처 삼아 급히 등짐 속을 헤치며 후드가 달린 방수 옷을 간신이 걸쳤다.  

 

수도권 주변의 산들을 찾아 헤맨지도 이젠 제법 이력이 붙었나 보다.   ‘이번 주엔 어느 산으로 가지?’ 라는게 근간에 들어 고민 아닌 고민이 되었다.   가끔 남춘천역이나 동서울 터미널에서 오봉산이나 홍천 쪽의 가리산, 팔봉산 등으로 발길을 하긴 했어도 만만찮은 거리에 따른 오가는 소요시간이 늘 부담스러웠었다.   그러니까 비솔고개까지가 객 나름대로 정한 홀로 가는 주말산행의 나와바리였었다.

 

책에서 산줄기를 그려가며 산을 찾지는 않았다.   뒷동산에서부터 시작된 산행은 관악산과 북한산으로 걸음을 넓혔고 가끔은 안내 산악회 차편을 이용하는 지방의 명산들을 찾아 가곤 했었다.   그 마저 시들했던 건 목적지에 도착하여 버스 문이 열리자마자 사육장을 뛰쳐 나온 토끼떼마냥 우르르 몰려가서 주마간산 식으로 산을 타고 내려와서는 무슨 경기하듯, 기록 운운해 되는 그런 분위기에 자신도 모르게 편승하고 있는 게 거부감이 왔었다.   그런 이 후로 홀로 산을 찾았다.  인적이 없는, 때로는 산길에서 하루 종일 한 사람도 마주치지 않았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여유롭진 않았으나 걸음이 힘든 만큼 기억은 더 뚜렷해졌다.   그 느낌을 모니터 앞으로 그대로 가져와서 되새김질하는 인도어(In-Door) 산걸음이 실 산행 만큼이나 의미있게 다가온 것은 그 무렵이었다.  

 

왠만한 경기 일원의 산들을 두루 다녀왔던 실증나지 않는 산 고민은 그렇게 시작되었으며, 무슨 정맥이니 지맥이니 하는 산길도 이리저리 연결 하다보니 어느샌가 잘 맞춘 퍼즐마냥 이어지고 있었을 뿐.  

 

 

 

 

 

 

한강기맥! 이게 만만치 않다.  그 간에는 의도하지 않게 연결되었지만 이 즈음하여 서서히 다가오는 무시할 수 없는 이 존재감.

 

한강의 발원지라 알려진 오대산 우통수 인근의 두로봉에서부터 서진을 하는 물길을 따라 한강까지 이어지는 산줄기를 한강기맥이라 일컬었다.   허긴 인공위성으로 정밀 측정한 요즘은 오대산 우통수보다는 태백산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로 변경되었다고 하니, 기맥의 산길마저 바뀌어 질지는 모르겠다.   솜씨좋은 누군가가 태백산에서부터 산맥을 이으려는 새로운 시도를 할련지는 두고 봐야겠으나, 아니면 그 맥이 끊어지지 않고 한강까지 이어지는지 그렇지 않는지는 알아보지 않았으나, 오롯이 제 발품을 팔아야만 되는 산행에서 인공위성 운운하는 것이 어째 성에 차질 않는다.  다행히(?) 한강기맥의 기원은 여전히 오대산 두로봉으로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기맥의 발원지 인근으로 일반인은 찾아갈 수 없는 오대산의 서대 염불암(수정암)에 있는 우통수에 걸음하고 싶다.   예로부터 于筒水의 물로 끓인 차 맛은 조선 제일이라고 했다.   차 맛을 논할꺼리 조차 없는 문외한이지만 그림으로 본 세월의 더께가 덕지덕지 내려앉은 허름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그 한적한 암자의 햇살로 데펴진 쪽마루에 걸터앉아 이른 새벽의 정안수로 우려낸 차를 마신다면 누구에게나 그 차 맛은 기가 막힐게 틀림없을 게다.   이왕지사 눈 내린 겨울이면 더 좋겠다. 

 

도계를 따라 이어지는 산으로 눈이 내렸다.   예보를 듣기는 했어도 오후엔 갠다고 하는 것만 머리에 남아 별다른 겨울 산행 준비를 하지 못했다.   다른 건 그런대로 견딜만 했으나 방수가 되질 않는 등산화를 신고 온 것과 게이터를 준비하지 않았던게 산행내내 불편했다.   오를때 보다는 눈 쌓인 급사면을 미끄러지듯 내려갈 때, 허물어지고 뭉게지는 눈이 등산화 속으로 들어와서는 이내 질퍽거렸으며 중간에 밥을 먹을 때는 발가락이 시려 애를 먹었다. 

 

조망 없는 산길로, 기맥 길이 아니라면 좀체 찾을 이도 없어 보였던게 신설위로 막 지나간 듯한 고라니 발자국 몇 개가 있을 뿐, 버스에서 우연히 동행하게 된 수원에서 오신 분과 눈 내린 산길로 새겨 나가는 두 발자욱 외 아무도 없었다.    72만 볼트의 송전탑이 등로 곳곳으로 늘어서 있어,  날씨도 음산하기 그지 없는데 고압이 흐르는 저 하늘의 전선은 “그르렁~” 거리며 쉴새 없이 울어되고 있어 그 아래를 걸어가는 객의 마음은 한결 더 오싹해져 갔다.  

 

임도를 따르기가 뭣하여 잡목을 헤쳐야 하는 까탈스러운 능선을 따랐는데 이내 임도로 다시 연결되기를 수 번, 길만 놓치지 않는다면 임도를 따르게 나았다.  그건 결과론적인 얘기로 그 당시에는 ‘혹시~’ 하는 못미더움이 있었다.   산 걸음의 마무리인 신당고개를 내려서기 위해서는 돌을 채운 사면을 덮은 철망 위를 간신이 붙잡고 뒷걸음을 쳐서야 겨우 산을 내릴 수 있었다.

 

산은 이미 겨울로 접어들었다. 

 

 

*

 

늘보로 너 댓번 남은 한강기맥을 계속 이을련지 어떨련지는 여전히 정한 바 없다.   먼 길 동행할 산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

 

 

첫눈 내린 용문터미널 주변 풍경.

용산역에서 우연히 조우한 '검은산'님과 용문까지 함께 왔다.

그는 용조봉으로 해서 폭산, 그리고 설마치 재까지 간다고 하여

08:30발 용문산향 버스를 타고 갔으며

타고갈 석산향 버스는 8시 50분이 훨씬 지난 9시 15분에 왔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비솔고개.

좌는 도일봉, 중원산, 폭산, 용문산 등으로 간다.

트럭 옆에서 간신이 덧 옷을 입었다.

 

우측으로 있는 나무계단으로 소리산을 올라 신당고개로 이어진다.

 

한강기맥상의 소리산(658m)

자북선상으로 바위단애가 일품인 또 다른 소리산(480m)이 지근에 있다.

 

 

 

 

 

벤치의 눈을 대충 쓸어내고 점심을 먹었다.

라면을 끓이려 가스버너를 켰으나 화력이 영 시원찮았다.

밭배고개.

 

MTB 코스다.

 

 

 

이 즈음해서는 임도가 거의 신당고개까지 이어진다. 

 

순백에 첫 발을 디딘다.

 

 

 

 

 

 

 

 

 

 

 

굳이 능선을 따를 필요는 없었다.

이내 임도가 다시 연결된다.

 

 

 

 

 

 

 

고라니 혹은 노루 발자욱.

 

 

 

신당고개.

저 아래의 홍천 휴게소는 폐업.

 

돌을 덮어 싼 철망 위로 내려왔다.

 

홍천 휴게소 반대 방향으로1Km 가량 걸으면 차차차휴게소 앞에 용문가는 버스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