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산, 곁 길로 오르 내리기 101023

강기한 2010. 10. 24. 07:56

 

 

 

 

 

화악산(1468M)에 이어 경기 제 2봉인 명지산(1267M)으로 오르는 등로는 아재비고개를 사이에 둔 남의 연인산(1068M)에 비해 그리 많지 않다.  명지산으로의 산행은 익근리 계곡이 오름길이던 내림길이던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등로 상태 또한 안내목과 함께 그런대로 정비가 잘되어있다.  준족의 산객이라면 연인과 명지산을 당일에 주파하여 보다 다양한 코스를 계획하기도 하고, 남의 아재비 고개로 내려서기 전의 명지3봉 갈림길에서 서편의 귀목고개로 하여 다시 현리 상판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그나마 인기가 있다.   이 역시 익근리 계곡의 원점 산행에 비해 한층 난이도가 있다.  그 외는 도상으로 보자면 몇몇 등로의 표시가 붉은 선으로 그려져 있기는 하나 왠만해서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고 자칫하면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메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발길이 쉬 옮겨지지 않는다. 

이래저래 봐도 약간의 주의만 기울인다면 익근리 계곡에서 명지3봉을 거쳐 귀목고개에서 상판리로 산행을 한다면 계곡과 능선산행을 함께 맛 볼 수 있는 멋진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물론 이는 사전에 충분한 대중교통편에 대한 정보를 갖고서 덤벼야 함은, 적어도 가평 인근의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본적으로 갖춰야지 산골의 대중교통은 몇 번 갈아타는 것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하루에 5,6편에 불과하여 이를 놓친다면 뜻하지 않은 낭패에 빠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명지산을 간다.  장황하게 늘어선 서두의 코스는 아니다.  명지산을 사이에 두고 익근리계곡을 형성하는 능선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좌는 명지2봉에서 분기되어 백둔봉으로 이어지는 말하자면 백둔능선(공식명칭이 아니라 편의상) 그리고 우는 장막봉으로 이어지는 장막능선(장막봉은 사향봉이라고도 불리운다)이다.  익근리 계곡과 계곡을 사이에 둔 양 두 능선, 그러니까 3개의 코스는 익근리에서 나누어진다.  그 두 능선 중 좌의 백둔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려고 한다.  

지난 겨울 백둔리에서 올라 이 능선을 타려고 했는데 중간에서 등로를 놓치고는 무릎까지 빠지는 심설속을 헤메다가 무려 7시간이나 걸려 해가 질 무렵에서야 명지 2봉으로 겨우 오른 적이 있었다.  길도 초행이었고 무엇보다 눈이 깊어 산 걸음에 무진 애가 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거꾸로 내려서 익근리까지 제대로된 등로를 확인하고 싶었다.  중간의 들머리도 귀목고개로 하였는데 흔히들 이용하는 상판리가 아니라 그 반대편인 적목리인 논남기에서 오르고 한다. 그 길 역시 이용한 적이 없는 초행길이다. 
 
논남기에서 버스를 내려 좌측 다리를 건넌다.  이른 아침의 심산 언저리는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과 길 섶으로 스치는 검불에는 방울방울 이슬이 맺혔다.  가을이 짙어 있었다.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졌으며 넓지는 않아도 길을 놓칠 염려는 없을 정도로 뚜렷하였으나 단 한군데의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이 있었다.  좌측의 길을 택했다.  가지 않은 길이 어디로 이어질련지 아니면 되돌아 나오는지는 알 순 없어도 짐작컨데 귀목봉으로 오르는 샛길일 지도 모른다.  이는 순전히 짐작에 지나지 않는다. 
 
산길은 반대편인 상판리에서 오는 것과는 달리 인적이 뜸한게, 드물지 않게 멧돼지가 진탕 놀다간 파헤쳐진 흔적이 보였다.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들이었지만 예전과 달랐다.  혹 나타날지 아니 덮칠지도 모를 멧돼지의 존재감이 더욱 뇌리에 뚜렷하게 각인되었다는 것.  비퍼를 꺼내어 입에 물고는 힘껏 불어대기를 수 번. 만족스럽진 않으나 날카로운 소리가 산 구석구석으로 스며든다.   지난 번 설악 독주골에서 야밤에 우연찮게 조우한 그 아찔한 기억에서 온 학습효과였다.   산 객들을 만난 건 산행 시작 후 1시간 반이 지난 귀목고개에서부터였다.  길은 한층 가팔라 졌지만 사람들만이 다니는 등로는 더 이상 거칠 것 없다.  아니 숨은 더 거칠어졌다.  
 
명지3봉(1199M). 가릴 것 없는 암봉의 조망은 1봉이나 2봉에 비해 좋다. 다만 정상인 1봉에 가려 동북방향의 화악산이 가려지긴 해도 명지산에서 최고의 전망대다.  발 아래의 백둔리와 상판리 남의 아재비 고개로 하여 다시 일어선 연인산 그리고 인근 한북정맥은 물론 저 멀리의 용문산정의 군시설물도 보였으며 그 인근의 폭산과 봉미산 그 너머로 홍천의 고산들… 한참 즐긴다.  뭔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리저리 시선을 던지는 것 외에 별 생각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다.  

백둔리에서 고도를 세우는 연인산 쪽 산 등성이로 화려하게 붉은 단풍까지는 아니나 가을빛이 은은하게 익었다.  지근의 2봉(1250M)을 끝으로 하여 1봉으로 이르는 길을 잇지 않고 가이드 밧줄을 넘어 백둔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시 시작되는 인적 드문 등로다.  능선이라고는 해도 익근리 계곡 건너편의 장막능선과 마찬가지로 조망은 없다.  한참을 오르내리며 나타난 헬리포트가 백둔봉(974M)이고 능선을 따라 2개의 헬리포트가 더 있는 곳이 백둔 2봉과 백둔1봉이다.  
 
명지산은 최고높이 순으로 1,2,3,4봉을 칭하는 것과는 달리, 백둔봉은 백둔리에서 볼 때 가까운 쪽으로부터 1,2봉이고 정상은 그냥 백둔봉으로 하였다.  이게 정확한 명칭인지는 의문은 드나 확인할 길이 없다.  사실 별 궁금한 것도 아니고 중요한 것도 아닌데 이런 잣대의 기준을 삼는 것이 못된 습성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뭐든지 딱 맞춰야 하는, 별 쓸데 없는… 문득 정암 조광조가 생각이 난다.  얼마 전 읽은 책의 영향이다.  정도에 한치 벗어남 없이 원칙을 지키며 개혁을 부르짖다가 그가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중종의 배신으로 창졸 간에 사사되고 만다.  그의 나이 불과 38세.  중앙무대 데뷰 4년만이었다.  마음 속으로 이는 분노는 여전하다.   ‘그래도 원칙이 중요할낀데…’  
 
전망바위(950M) 에서 지나온 걸음을 뒤돌아 본다.  명지2봉과 1봉의 자태가 하늘아래 뚜렷하다.  등로가 그리 뚜렷하지 않으나 걸음은 잘도 길을 찾는다.  아니다 싶으면 이내 돌아설 줄도 안다.  예전 보다 한결 노련해졌다.  반가운 변화다.   길게 이어지는 능선이 숲으로 접어드는가 했는데, 아 이게 웬걸… 사방천지로 단풍이다.  걷는 내내 단풍 물이 몸으로 옮겨 붙는 듯 했다.  뜻하지 않은 수확이다.  오랜걸음 동안 계속 그 황홀함에 젖어 산을 내렸다.  

 

"저으기, 익근리 개곡으로 단풍은 어뜨튼가예?” 

"단풍이 들기는 들어도 띄엄띄엄이어서 별롭디다.”

"그래예? , 저리로 내리완는데, 몸에 불붓는 아라슴니더

 

어스럼하게 해가 넘어가는 도로에서 막차 버스를 기다릴 동안 기분은 한결 좋아지고 있었다.

 

 

*

 

논남기 마을

 

 논남기에서 귀목고개로 가는 길.

 

 산아래의 단풍

 

 쑥부쟁이

 

개울로 찾아든 가을.

 

 

 아지랭이 피어 올리는 빈터로 스며드는 아침 갈 빛

 

 

 

 

 붉은 빛깔이 고은 단풍으로 내린 아침 이슬.

 

 

 

 귀목고개에서 흘러 내리는 개울

 

 

 

 촛점을 맞추자 꽁무니를 빼던, 딱정벌레

 

 귀목고개

 

 좌 연인산과 우로 보이는 운악산 그리고 현리의 상판리 마을.

 

 

 

 명지3봉에서 보는 동에서 남으로의 파노라마 전경.

저 멀리 용문산이 보였다.  그리고 폭산, 봉미산... 

 

암봉인 명지 3봉이 명지산에서 조망이 제일 좋을 듯.

 

 명지 2봉에서 백둔봉으로 가는 등로가 있다. 

 

 좌는 명지산 정상인 1봉, 우측 저 멀리로 보이는 화악산과 매봉(鷹峰)

 

 당겨 본 화악산과 매봉

 

2봉을 내려서자 본 추모 동판.

그 대는 58년 개띠였구나.

 

백둔봉으로 가기 위해서는 좌측으로 가야한다.

우측의 백둔리는 그냥 마을로 떨어지고 만다. 

 

땅에 떨어진 명판을 다시 달았다.

난 우측으로... 

 

집채 만한 바위가 등로로 떨어져 나왔더라. 

 

여기가 백둔 1봉의 헬리포트. 

 

 암봉에서 보는 명지산

 

 숲으로 서서히 단풍이 드는가 했다.

 

  

 

 

 

 

 

 

 

 

 

백둔 1봉 다음의 암봉을 지나자 능선 주변의 숲은 단풍나무 군락지 였다. 

 

 

 

 

 

숲으로 붙은 불이 내 몸으로 옮겨 붙는 듯.

 

 

 

 지난 태풍으로 쓰러진 소나무가 마지막 내림길의 등로를 덮었다.

 

 

*

 

 

가평군내버스 출발시간표

 

 

 

 

 

가평발

백둔발

가평발

용수발

현리발

상판발

 

6:20

7:10

09:00

7:00

7:00

7:25

 

9:35

10:15

11:00

10:10

8:50

9:20

 

13:40

14:30

15:00

12:00

10:20

11:10

 

17:20

18:20

16:40

16:10

11:20

12:00

 

19:30

20:00

19:20

17:50

13:00

13:25

 

 

 

 

 

15:50

16:20

 

 

 

 

 

17:20

17:50

 

 

 

 

 

19:30

19:50

 

 

 

* 논남기 경유 

 

20:20

20:40

 

 

 

 

 

 

 

 

 

 

 

 

 

청량리 버스출발시간표

(가평까지 1시간 30분 ~ 소요)

 

 

가평 백둔리향

가평 용수목향

현리 상판리향

 

 

8:00

7:00

6:50

 

 

1330-2,3

1330-2,3

1330-4, 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