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가리산 101009
연 3주째 가리산이다. 허나 이번의 가리산은 전주에 갔었던 경기도 포천이 아니라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이다. 포천 가리산의 명칭이 '칼륨광산에서 유래된 가리' 였다면 홍천의 가리산은 '가을걷이 후 들판으로 높이 쌓아 올린 볏짚단인, 노적가리의 가리'에서 명명되었다고 한다. 이름의 유래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공교롭게도 가리산은 너나 할 것 없이 정상이 암봉으로 되어 있으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쌍봉으로 솟아있는게 포천의 가리산이고 홍천의 가리산은 3개의 암봉이 연이어 뾰족하게 솟아있다. 이런 연유로 포천이던 홍천이던 어느쪽이던 간에 정상에서의 조망은 막힘이 없고 저편에서 보여지는 이편 또한 하늘아래 그 모습을 아낌없이 드러내고 있다.
또 하나의 가리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게 설악 서북능선에서 한계령 도로 건너편으로 보여지는 가리봉이 있는데, 이게 또 쌍봉이라고 한다. 아직 걸음을 하지 못하여 글로 옮길 수는 없어도 글쎄, 정상에서의 그 느낌을 짐작 못할 바는 아니다. 만산홍엽의 이 가을, 내친김에 달려 가보고 마음이 인다.
어찌 되었건 남설악의 가리봉을 제외한 조망을 보자면 포천의 가리산은 서남북으로 조망이 뛰어나고 동의 한북정맥으로 조망이 좋다. 허나 이를 역으로 말하자면, 지보다 더 높은 한북정맥으로 그 너머 동으로의 시야는 가려지는 반면에 홍천의 가리산은 나홀로 우뚝 솟아있어 사방 둘러 이 보다 더 시원한 눈맛을 주는 곳이 또 어디 있을까 할 정도다. 서북쪽 저 아래로는 소양호까지 보여지고 정상으로 이르는 물노리 선착장으로 지금은 배편이 하루 2차례에 불과하지만 소양호를 배로 건너와서 가리산정으로 오르는 등로도 여럿 있다. 관광명소의 산이 다 그렇지만 깊은 맛은 없더라도 산행지로서 웬만한 구색은 다 갖췄다.
홍천터미널에서 갈아탄 군내버스는 가리산 자연휴양림 입구인 역내리에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버스를 내리자 마자 느낀 것은, 그러니까 생각이 아니라 몸으로 전해오는 느낌은, 역시 강원도였다. 서에서 동으로 수평거리를 달려 왔을 뿐인데 공기는 한결 차갑게 내려앉았고 천변으로 피어있는 들꽃은 도로 변이라기 보다는, 이슬내린 이른 아침의 산 속 어딘가에 피어 있어야 할 만큼 싱그러움이 잔뜩 묻어있었다. 강원도의 힘이었다. 계절은 시간의 흐름으로만 변하는게 아니라 위치의 이동으로도 왔다. 산행내내 가을이 온 산으로 스며드는 중이었다.
골을 따라 연한 안개를 피우는 역내리의 가을.
도로 맞은 편인 가리산휴양림까지는 4Km.
천변의 쑥부쟁이
능선을 오르면서
갈빛이 머문 산부추
산은 서서히 추색으로 변하고 있다.
돌쩌귀 또는 투구꽃
동쪽방향
2봉에서 보는 1봉
3봉 좌측 아래로 소양호가 보인다. 2봉에서.
서쪽 춘천방향의 산군.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등이 아련하게 보였다.
1051M의 가리산정
꽃 향유
정상에서의 꽃향유
1봉에서 보는 2봉의 모습
당겨 본 소양호.
남으로는 용문산과 폭산 그리고 뾰루봉,화야산...
등로없는 숲에서 무쇠골재로 올라서면서 본 가리산정.
어릴적 부터 올려진 돌을 차마 어쩌지 못하고 가슴으로 품었다.
구절초
가을걷이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용소간폭포.
홍천 제일의 폭포로 치는 백암산의 가령폭포 그 다음으로 쳐준다.
휴양림입구 바로 옆이다.
휴양림으로 들어가지 않고 폭포를 가로질러 오르는 등로도 있다.
도로를 따라 나오면서 공제선으로 가리산이 쌍봉으로 보인다.
가리산은 3개의 암봉이 있다.
붉은빛 결실.
등로는 휴양림에서 시작되는데 도로에서 휴양림 까지는 4Km 남짓. 한적한 아침 시골길의 여유를 즐길까 하다가, 아예 능선으로 해서 가리산으로 가기로 작정했다. "어디갑니까?" "가리산 갑니까?" 등짐을 움켜메고 능선 들머리를 찾을 무렵, 단문 두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받았다. 차창을 내리며 웬 중년이 차를 세우며 묻는 말이었다. 머뭇거렸다. '타라는 얘기인 것 같은데...' '그래, 시간이나 벌지,뭐...'1시간의 시간을 단축하며 덕분에 휴양림 통행료도 내지 않았다. 그는 휴양림에서 휴게소 운영을 하는 분이었다.
휴양림의 산이라 산길은 이정표와 함께 뚜렷했다. 지난 봄 여름으로 무르익어 가기만 하던 초록은 짙푸름을 거쳐 추색이 곁들여 지기 시작하였으며 숲으로 가을빛이 부서지며, 아직 드물기는 허나 몇몇 단풍으로 투영되었다. 오름질이 길어 질수록 그 정도는 더해 가는게 정상아래 6부 정도에서 푸름과 추색의 경계가 뚜렷하게 지어져 있는게 능선을 올라서자 선연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2봉을 필두로 하여 3봉 그리고 나서 1봉으로 올라서는 정상에서는 강원도의 고산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경기의 화악산, 연인산 그리고 남으로는 용문산 그 일대까지 그 모습이 뚜렷하게 보여졌다. 차를 타고 들어온 덕에 벌은 시간 전부를 가리산정에서 보내고는 계곡을 따라 산걸음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