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에서 천마로 100306
구글어스로 본 산행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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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의 천마산으로 가는 교통편은 많다. 청량리역앞 환승센터에서 가는 마석방향으로 또는 광릉내로 가는 버스는 배차간격이 10분이 채 안된다. 이만하면 시내 노선에 못지않다. 그 중 330-1번은 여름철 피서지로 이름난 수동을 거쳐 비금계곡까지 들어간다. 경춘국도의 지선인 362번 지방도로를 따르면 입구의 천마산은 물론 철마산으로의 진입도 용이하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축령산이나 서리산으로도 올라 갈 수 있다. 종점 부근인 몽골문화촌에서는 주금산으로 오르는 등로도 있어 교통편에 대해 시간표를 별도로 짜지 않는다 하더래도 손쉽게 접근할 수가 있다. 산정에서의 조망도 가까운 가평 일원의 산군은 물론 북한산 도봉산까지도 좋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런 연고로 천마산과 주금산은 두어번 오른 적이 있었으나 북으로 이어지는 철마산으로의 연계산행은 하지 못했다. 그건 아무래도 늘 편리한 교통편이 있기에 오히려 소홀히 여긴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일종의 역차별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축령산과 서리산에도 족적이 없다. 철쭉이 좋은 5월쯤 해서 가면 좋겠다.
종주 코스는 천마산에서 철마산으로 진행을 하는게 오름길이 적다는 이유로 흔히들 택하나, 난 그 역방향을 택했다. 아무래도 하산시의 교통편이 46번 경춘국도에 접해 있는 천마산이 훨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남들과 같은 행로를 그대로 따른다는 것 보다는 작은 것이라도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 나고 싶어하는 깐깐함이 상대적으로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비월교 앞의 이동화장실 좌측 길로 접어들었다.
버스가 축령산 자연 휴양림 입구를 지날 무렵, 선잠을 깼다. 비월교에서 하차한 객을 마지막으로 하여 버스는 텅빈 채로 두어 정류소 위쪽에 있는 종점으로 가버렸다. 수동계곡 방향에서 철마산을 오르는 등로는 통행이 드문 곳 이었다. 입구의 너른 길과는 달리 접어든 산길은 산사면을 깍아 내려 흙이 드러나 있는게 잠시 당혹스러웠다. 겨우내 몸 풀은 작은 지계곡으로 재잘거리며 흘러 내리는 물 소리가 다소 낯선 풍경일 정도로, 휑한 산 풍경과는 별 조화롭지 않았다. 사면을 조심스레 올라섰다. 숲을 가꾸기 위한 가지치기 등의 간벌로 보기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베어 넘겨졌다. 벌목에 대한 어떤 규칙성을 찾기 어려웠다. 여전히 땅에 뿌리박고 남아있는 나무덩걸은 앉아 쉬기 좋은 의자인 듯 하나 베어진 단면엔 수액이 드러나 보이는게, 벌목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 했다. 그건 여전히 생생한 푸른 솔가지를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으며, 그런 연유로 객은 제대로 된 등로는 커녕 쓰러진 나무가지를 피해 다녀야 했다. 초장부터 알바 아닌 알바를 겪으려나 하며 우려가 되었는데 그런 능선을 계속 이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수차 살펴 본 지도상에 그려진 등로가 그랬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희미한 산길이 나타났다.
늘씬하게 뻗은 낙엽송 군락지는 훤한 대낮에도 음험할 정도로 어둡다.
올라선 산은 잔설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으며 그건 능선을 좌우로 경계하면서 생겼다가 지워졌다가 하였다. 능선으로는 등로를 알리는 낡은 리본이 드물게 보여지긴 했으나 없다고 해도 길을 놓칠 정도는 아니었다. 허나 눈이 덮혀 있으면 다소 애로 사항이 있을 수 있을게다.
거친 숨 토해가며 올라선 조망처에는 소나무가 있었다. 첫 조망처에서.
이런 곳엔 소나무 말고 그 흔한 참나무류는 없다.
참나무는 한그루만 덩그러니 있기 보다는 늘 군락을 이루고 있다.
허나 소나무는 그렇지 않다.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도 드물지 않지만 외그루로 있는 경우도 많다.
뚝 떨어지는 단애위에 자리하고 있는 나무는 어김없이 소나무였다.
걸음에 여유가 있으면
이런 곳에서는 무거운 등짐을 내려놓고 올라선 저 아래 마을로,
그리고 건너편 산능선으로 조망을 즐겨도 좋다.
아니, 산으로 와서 까지 바쁠 이유는 없다.
소나무는 梅蘭菊竹 만큼이나 시화의 단골메뉴다.
1시간 반만에 천마산에서 주금산으로 이어지는 주 등로로 올라섰다.
허물어진 폐타이어 진지로 올라온 비월교 방향의 등로는 이정표시가 없다.
진행은 좌측의 철마산이다 .
철마산(768M,) 정상에서 보는 천마산 .
불만이라면 시계가 그리 맑지 못하다.
내마산? 조금전 지나쳐온 768M의 철마산을 말함인 듯.
천마산까지 거리는 9.2 Km.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능선의 이정목은
늘 간략한 싯귀가 걸려있었다.
간간이 걸음을 멈추고 읽는 재미가 있다.
'이 다음엔 어떤 시가 나올까' 하며...
가끔은 이런 등로도 있다.
711 M의 철마산.
이게 국토지리원에서 말하는 철마산이다.
그러니까, 북쪽에 있는 768 M 철마산은 '내마산'이라 호칭하는가 보다.
사진을 찍은 여기가 사실은 더 높았다.
과라리고개의 이정표.
고개는 남양주 오남의 팔현리와 수동의 수산리를 잇는다.
아리랑 고개에 관련된 노래가 여럿 있는 건 알았었는데, 과라리 아리랑은 낯설다.
'과라리' 이게 무슨 말일까...
< 과 라 리 아 리 랑 >
산다는 게 살아 간다는 게 모두
굽이굽이 돌아 산마루턱에 다다르는
산길과도 같아서
천번을 다녀도 갈 적 마다 새로운 것이
우리 인생 여정과도 같아서
늘 한 자리에서
만고풍상 마다 않고 얼싸 안는 모습이
따스한 어머님 품속 같아서
그래, 많이 힘들 제?
여기 잠시 쉬었다 가거라.
긴 숨 한 번 크게 들이 켰다가
쭉 내 뱉어 보거라.
세상사 뭐 그리 부러운 님 없을 게다.
그래도 어디 한 구석 짠 한데가 있거든
여기 과라리 고갯마루에
무심한 돌 하나 던지거라.
아리랑 아리랑 과라리 아리랑
과라리 과라리 울엄니 아리랑
자, 다시 시작 하거라.
가는 길에 행여 고비를 맞거든
스스럼없이 이제
나를 밟고 지나 가거라.
무심하게 그냥 무심하게
Since 1996. 6 ~
천마산이 지근이다.
전위봉인 이곳에서의 조망은 정상 못지 않다.
아니 바위 봉이라 나무가지로 인한 간섭이 없어 오히려 더 좋았다.
오남저수지와 오남읍 방향
전위봉에서.
동으로는 용문산에서 우측의 백운봉으로 이어지는 눈덮힌 능선이 저멀리로 보였다.
화야산, 뾰루봉 등의 청평방향
천마산정 812 M.
바위틈으로 겨우 끼워 넣은 정상비가 애처롭다.
용문산을 당겨보았다.
천마산 스키장 슬로프
천마산정의 태극기와 서편으로 고단한 겨울해
조금이라도 빠른길로 하산하려 묵현리로 내려갔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을 잃었다.
잡목덩쿨을 헤치는 등, 어렵사리 스키장으로 내려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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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여겼다.
바위 암릉을 오르내리는 천마산에서 바위를 내려서는 등로를 찾느라
그리고 탁 터인 조망을 즐기느라 2시간이 더 걸렸다.
차라리 산정에서 일몰이나 보고 내려 올 걸 하는 생각이 듬은,
오후 느즈막하여 시계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용문산에서 북으로 흘러가는 설릉의 조망을 본게 큰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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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라리 고개를 막 올라설 무렵, 천마산을 내려 오던
산친구인 무크님과 산순이님 그리고 함께한 베리아 님을 만난건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겨울 막바지의 스키장은 파장이었다.
안양천 다리를 건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