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가듯 오른 치악산 남대봉. 100206
남대봉 오르는 등로는 널널했다. 흔히들 치악산이라는 이름에서 보여지는, 우스개 소리로 ‘치가 떨리고 악이 받치는…’ 라는 선입견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네 뒷산 가듯 한 것은 아니다. 등로는 이랬다. 들머리인 상원골 주차장에서부터 남대봉(1182m) 까지의 표고차 500m를 도상거리는 6.4 Km(실거리 7Km 남짓)를 올라야 함에 따라 산술적으로 보면 이름에서 오는 살벌한 인식과는 달리 등로가 완만한 것은 사실이다. 허나 아무리 완만 하더라도 산길 7Km를 쑥 넘어가는 거리도 거리이거니와 초입부터 쌓인 눈이 녹아 얼어붙은 등로를 아이젠을 하지 않고 살펴 오르기에는 그리 만만한 길만은 아니었다. 그건 아이젠이 없었던게 아니라 오름길이고 다들 그만한 산행관록(?)으로 다져진 솜씨가 있는지라 ‘고까짓꺼…’ 하는 심산이었을 걸로 미루어 짐작한다. 내 경우에 비추어 봐서…
이른 아침, 강변의 테크노마트 앞에서 오늘 산행의 좌장이신 이원장님이 모는 밴에는 본 산행 모임을 주선한 이송헌님과 나 모두 3명이 탑승하였다. 애초 10여명 정도 기대 되었는데 산행공지의 꼬리글에 붙은 참석인원이라고는 기획과 현지 사전답사를 한 둘 외는 아무도 없었다. 굳이 참석 댓글을 달은 건 호응없는 공지에 대해 불편했던 마음에서 온 반발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나역시 갈 처지는 못되었다는 것이다. 차는 중부와 영동 고속도로를 거쳐 원주로 빠져 나왔다. 원주 토박이며 오늘 산행의 길잡이를 자처한 최면기님 내외와 반갑게 해후를 하며 하산지점인 영원골 주차장에 타고 온 고속도로를 달려온 밴을 파킹시켰다. 그러니까 산행경로는 성남의 상원골로 접어들어 치악산의 남쪽인 남대봉(南臺峯)을 올라 영원골로 하산하는 것이었다. 픽업 수고를 해준 최면기님의 지인은 안면 틀 여가도 없이 상원골까지 차로 안내를 하고는 그대로 가버린다. 함께 산행을 하는 줄로 알았었는데… 일행은 모두 5명.
산행 의류 필드테스터 라는, 말하자면 ‘꿩먹고 알먹는’ 행사에 참여 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예년과 달리 수은주가 마이너스 10몇도 아래를 예사로 내려가며 맹렬하기만 했던 겨울이 요 근래 따뜻한 날이 며칠 계속 되는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온산이 허물허물해지면서 산으로 이르는 등로 옆의 계곡으로는 시퍼렇게 얼어붙은 거대한 빙폭이 곳곳으로 늘려 있기는 했으나 그 표면으로는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의 간격이 빨랐고 간간이 구멍뚫린 두터운 얼음장 밑으로는 계곡물의 흐름도 있었다. 물론 등로 역시 질퍽거리기도 하였으나 아직은 겨울이 그대로 눌러 붙은 채, 옮기는 발걸음이 조심스러웠다.
고속도로를 달렸다. 중부를 거쳐 영동으로 ...
성남에서 오르는 남대봉 등로의 초입
등로 초입에서 행선지를 들여다 보는 일행
雉岳山 上院寺 일주문.
치악산 상원사는 오대산 月精寺의 末寺라고 한다.
공양간에서 남으로 보이는 조망.
제일 뒷편으로 아스라한 저곳이 소백산.
尋劒堂.
심검당 !
수행 하는 절에서 웬 '칼을 찾는다'?
번뇌의 풀(無名草)을 끊기 위함이라는 의미가 있단다.
심검당의 측면
심검당 우측으로 尋牛堂.
심우(尋牛)란 마음 찾는 것을, 일허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것.
대웅전 처마 끝의 風磬과 시명봉 능선의 風景.
상상원사는 산신각, 심검당, 그리고 뒷편으로 일부만 보이는 심우당과 본 대웅전,
대웅전 뒤에 가려진 독성각이 전부였으며 가람의 짜임새는 별 특징이 없는 듯 했다.
석가모니불을 모시는 대웅전 정면의 모습.
단청을 하지 않아 고졸한 맛이 우려 나오는 심검당 건물을 사면에서 바라본다.
3층 부도, 이게 뭐 였더라...
상원사는 雉岳山의 이름이 유래하는 절이다.
은혜를 갚기 위해 꿩이 자신의 머리가 부서지도록 까지 鐘을 울렸다는 바로 그 鐘인지...
원주 시내 대부분이 내려다 보이는 남대봉 조망처에서 담았다.
백운산.
우측의 움푹 들어간 골짜기에서 잠시 솟은 봉이 보름갈이峯이라는 원주토박이인 일행의 안내가 있었다.
강원도....산도 많고 골도 깊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남측 방향을 당겼다.
남대봉에서 본 감악산 방향
*
봄을 말하기엔 등로엔 여전히 겨울의 흔적이 짙었다.
허나 빠르게 내려서는 영원골 얼어 붙은 빙폭 아래로는
이제야 기력을 되찾아 가는 듯,
개울물이 제법 소리를 내며 흘러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