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으로의 산행, 연인산 100102 [컬럼비아 F/T]
새해가 밝았다.
눈 덮힌 산국의 눈을 헤치며 오르는 힘겨운 발걸음의 겨울설산에서 묘한 오르가즘을 느낀다.
도심에서 번잡한 산객들을 헤집고 다니는 산이나
유명 해돋이 장소의 숨막히는 인파 속에 묻히면서 까지 새해일출은 관심없다.
내게 있어 산은 아무래도 오지의 산이어야 한다.
그래서 서울에서 그리멀지 않은 가평은 겨울이면 몇차례 씩이나 찾는다.
이른 아침, 청량리에서 가평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연인산으로 간다.
아재비고개.
그 길이 보고 싶었다.
아래는 홀로 간 연인산으로의 포토산행기이다.
*
백둔리의 죽터마을에서 오르는 아재비고개의 들머리
지난밤에 이어 내리는 눈위로 첫 발자욱을 찍으며 올랐다.
아재비고개에서 뵌 2분과 커피한잔 나누어 마시고 그들은 명지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흔 가까이 되어 보이는 그 분들은 산에서 하루를 묵었단다.
대단한 철각이다.
아재비 고개.
해산을 위해 친정집으로 가던 임부가 허기에 지친 나머지 뭔가를 허겁지겁 먹은 후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서 보니, 갓난 자신의 아기를 먹었다는 전설이 있다.
교통편은 물론 때꺼리 마저 궁했던 보릿고개 시절.
끼니를 잇지 못한 채 현리와 가평을 오가던
오지산골의 처절한 삶이여기 아재비고개의 전설로 남았을까...
고개마루에 작은 전설비라도 세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번듯하며 스쳤다.
고개는 남의 연인산과 북의 명지산의 중간지점으로
서편인 현리 상판리에서 오르는 등로와 동의 가평 백둔리에서 오르는 등로가 있다.
그러니까 사방으로 길이 뚫렸다.
막 내린 눈이라 고개 오름길까지는 굳이 아이젠을 하지 않았다.
아재비고개에서 연인산으로 오르는 등로는 좀전 고갯마루에서 만난 선배분들의 발자국이 놓여 있었고
그 흔적을 따라 남측의 연인산으로 향했다.
희미한 연무 만이 객이 내품는 거친 호흡과 함께 산으로 떠다닐 뿐,
설국으로 변한 산은 적막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산국으로 울려 퍼지는 정체모를 소리가
나무가지를 쪼아대는 딱다구리라는 걸 알 때 까지는
눈 덮힌 숲을 홀로 걸어가는 객에게 팽팽한 긴장감이 되어 온몸으로 흘렀다.
숲은 바람이 잠잠하기는 했으나 가끔 커니스(눈처마)를 이루기도 했으며,
그런 곳에서의 연한 바람은 등로의 희미한 발자국을 지워 버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잠시 길이 끊어지기도 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능선마루를 이어가던 뭉그스러한 흔적마저 놓친건 아니다.
쪼개진 바위면으로도 어김없이 서리꽃은 피어나고
그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 본다.
계획대로 산행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게 바쁠게 없다.
이 바위가 보일때면 정상은 그리 멀지 않다.
그리고는 이내 나타난 연인산정.
반갑다.
산정으로 이르는 마지막 구릉에서,
지나온 걸음이 대견해 뒤를 돌아 본다.
연인산(戀人山).
너무 작의적이라는 느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월출산이니 우목봉이니 하는 옛 이름을 되찾는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본다.
... 그랬으면 좋겠다.
북으로 명지산이 가까우나 연무로 희미하다.
정상은 잠잠한데 현리 상판리 쪽에서 가평 백둔리로 바람이 불어 연무가 빠르게 안부를 지나치는 광경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두번째로 만난 이 산객들이 없었다면 오늘 사진은 죄다 흑백으로만 도배했을 터.
산정은 귀한 구상나무 군락지였다.
눈꽃과 서리꽃으로 장관을 연출하여 산정에서 좀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우측은 현리에서 올라오는 우정능선이며, 사진 중간으로 무인대피소가 보인다.
야간 산행후 하루밤을 보내고 일출을 보려면 더없이 좋은 곳이다.
장수능선으로 내릴 동안 겨울산의 짧은 해가 뉘였하면서 모처럼 밝은 빛을 산국으로 내리고 있다.
연인산 작명과 함께 산정으로 잇는 모든 능선길이
우정능선, 소망능선, 연인능선, 청풍능선, 장수능선 등으로 칭했다.
새 이름이 마음으로 다가오지 않음은 어쩔 수 없다.
이 깊고 깊은 산국에 숨은 전설을 찾아 내어도 모자랄 터인데,
산행길 발걸음 마다 순간순간으로 느끼는 감흥을
어찌 회색 도심에서 사용하는 그 어설픈 단어들로 개악(改惡)을 했을까.
장수능선을 탄 후 잠시 고민을 하다가 1.6Km의 짧은 하산길을 택한 것은
장수고개로 해서 구나무산으로 잇기에는 겨울해가 짧았다.
내려선 백둔리에서 수시간 뒤에 올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가평의 목동까지 차량을 히치한건 운이 좋았다.
<F/T>
보온과 투습능 양호.
등산화의 가장 중요한 항목은 착화감이다. 오랫동안 산길을 걸어야 하는 점에서 약간의 불편함은 산행을 어렵게 함은 물론 계획한 산길을 가지 못하게 한다. LAMAN PEAK의 편안한 착화감으로 올 겨울 많이 애용할 듯하다.
운행 중 틈틈이 필요에 따라 보온을 할 수 있는 얼굴이나 손 등과 달리 등산화를 신은 발은 산행 중에 보온을 별도로 할 수 없는 신체 부위로 산행을 마칠 때까지 산행 전의 상태 그대로 산행을 마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동계 특히 설산에서의 등산화의 보온은 착화감 더불어 중요한 항목이다.
등산화에 딱히 보온을 할만한 소재가 사용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몇해전 덕유산 종주산행시 발끝이 시려 종주내내 힘들었던 기억이있다. 내부가 젖은 탓으로 방수 내지는 투습이 문제이긴 했으나 젖기 이전부터 눈속에서 발끝이 시렷다. 힘든 산행 중간에 쉬려 했으나 발끝이 시려 잠시 쉬기도 힘들 정도였는데에 비해 눈속에서 LAMAN PEAK 등산화를 신고, 운행중은 물론 쉴 때도 발끝이시리지 않았다. 쌓인 눈이 아니라 막 내리는 건설(乾雪)이긴 했으나 귀가시 후에도 등산화 내부는 건조한 상태였다. 방수 및 투습기능에 무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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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토캡 위에 접착제로 덧붙힌 고무 토캡은 떨어지지 않고 잘 부착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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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AN PEAK 등산화에 대한 테스트 평은,
착화감및 보온 방수, 투습은 양호하였으며, 디자인 또한 무난함.
갑피를 보호하기 위한 인조가죽의 토캡의 재질은 문제가 있음.
인조가죽은 제조공정상 여러겹의 각각 다른 재질로 라미네이팅을 함에 따라 작은 스크래치 정도는 에나멜 코팅된 표지로 커버 가능하겠으나 (그것도 장기간은 무리) 강한 마찰시 기저층까지 벗겨지는 문제가 발생되는데에 비해, 같은 두께를 가지는 고무토캡은 강한 마찰에 대한 내구성 또한 우수할 뿐 아니라 벗겨진다고 하더라도 그 내부 역시 동일한 고무이므로 외부로 별 흔적을 나타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