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문수봉, 예기치 않은 설경 091226

강기한 2009. 12. 27. 13:39

이른 아침에 일어나기는 언제나 힘들다.   더군다나 밖의 날씨가 겨울의 한복판을 달리고 있으면 더욱 그렇다.   지우와 약속이 없었더라면 따뜻한 이부자리에서 몸을 빼지 않았을 게 틀림없다.  이왕지사 계획한 산행을 기차를 타고 수도권 근교로 가려 했으나 지우의 여건이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언제나 만만한 북한산으로 다시 약속을 했었다.    저번에 오르다 되돌아 온 진달래 능선길의 조망을 기억해 낸다.   지난밤 가벼운 눈이 내렸다.   기온은 뚝 떨어져 있긴 하나 바람이 없는게 산행하기에는 그저 그만이었다.   

 

대동문을 거쳐 올라선 북한산 주릉은 여전히 산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모처럼 성곽길을 따라 보국문을 거쳐서 문수봉이 놓여 있는 대남문으로 이었다.   산성을 따라 걷는 편안하게 걷는 등로는 별로 즐기지 않는다.   도심과 다를 바 없이  숱하게 마주치며 때로는 앞지르며 산객을 피하여 걸어가는게 별 재미를 못 느끼고 있다.  하물며 드물지 않게 어쩔 수 없이 동행을 해야하는, 반갑지 않은, 아니 성가시기 짝이 없는 산객을 만나는게 두려웠다.    이 날이 그랬다.   지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천천이 산성길을 따르는가 했는데 뜻하지 않는 불한당을 만났다.   라디오도 아닌 녹음된 음악, 소위 뽕짝을 틀어놓고 산길을 가는 지긋한 연세의 솔로 산객과 어쩔 수 없이 동행을 하게 되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산성길 등로가 고욕, 그 이상... 참다 못해 한마디 던지려는 마음을 애써 찍어 눌린 건 자칫하면 시비 내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누구하나 그를 저지하는 산객이 없는 건 다들 나와 같은 마음에서 일까...

 

문수봉은 여태 걸어온 등로와 달리 새로운 세계가 열려 있었다.   흡사 오지의 고산에 온 것 같이 눈꽃과 서리꽃이 함께 버무러져 모처럼 귀한 장면을 보여 준다.  어깨에 매달아둔 디카를 꺼내어 빙 둘러 주변의 정경을 담으며 호살르 누렸다.   우회로가 아닌 문수봉 바위길 하산로는 예전에 없던 쇠난간이 있긴 하나 바위로 얼어붙은 발디딤이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거의 매달리다 시피하여 내려오는 탓에 암벽 등반 이후 모처럼 양팔로 전해지는 펌핑아웃이 있었다.  (pumped out ; 팔을 펴고 오무릴 수 없을 정도의 피로감)

 

바쁜 지우를 붙잡고 기어이 불광역에서 순대를 안주하여 소주한잔 마셨다. 

 

 

 

 진달래 능선을 따르면 산성 주릉상의 대동문으로 닿는다.

 

솔잎으로 눌러 붙은 눈꽃

 

보현봉... 여전히 미답지다.

 

문수봉 바로 아래 

 

문수봉의 산객들

 

문수봉으로 활짝 개화한 눈꽃  

 

눈꽃과 서리꽃이 함께 범벅된 문수봉의 나무

 

문수봉에서 본 보현봉

 

문수봉 하산길의 바위가 얼어 붙어 바짝 긴장을 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