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리지의 행복한 산행 090606
지난 2월 여우굴을 FT와 함께 한 산행 이후,
한 동안 뜸했다.
다들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던 차에, '행복한 산행' 이라는 걸 알게 된다.
원장님과 통화가 이루어 졌고 그리고 몇 분들과 급히 연락이 닿았다.
함께한 멤버는,
무려 10년이나 함께 산행을 계속하여 왔다는 그 유명한 '엄마원정대' 와
그 연장선 상의 마운틴 월드 등반학교 동문,
그리고 컬럼비아 FT 여러분...총 17명.
창동역에서 만난 면면들은 여전하였다.
반가움이 물씬 풍겨나는...
'어, 이렇게 친근했었나' 할 정도로.
우이령을 넘어가는 군 초소를 약간의 신고만으로 전혀 무리없이 통과하고
오봉 바로 아래의 석굴암까지 차로 생각보다 너무 쉬 접근하는가 했는데,
느닷없는 공단직원의 출현에 그러하지 못했다.
'이런 써글...'
새로 접어든 송추남능선을 타고 오르너라 제법 용을 쓰긴 했지만,
역시 어프로우치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등반의 맛이 난다고 하면 너무 결과론적일까.
언제나 오묘하기만 여성봉엔 얼마나 발로 비벼댔는지
초입의 제법 각이 선 화강암은 빤질하기가 보통이 아니라 쌩초보들은 올라서는 흉내를 내는가 했는데,
여지없이 미끄러진다.
'그게 그리 쉬운 건 줄 알았더냐...'
하는 속마음이 듬은, 비단 바위 슬랩 오르기로만 한정하지 않았음이로다.
오봉리지로의 접근은 그 후도 몇번의 시행 착오를 더 거치게 된다.
접어든 넓다란 오솔길이 사라지고 이내 뜻하지 않은 숨가픈 급사면의 숲길이 나타나는가 했는데...
어렵사리 헤치고 올라선 오봉의 초입엔 또 다른 완장이 버티고 서있었다.
우회, 또 우회...
긴가민가하는 의구심에도 원장님의 확신에 찬 들머리 찾기는 계속되고,
금줄친 숲 사면을 접어들고서도 한참 후에 나타난 오봉 뿌리의
옛 캠프사이트에서야 애매하기만 했던 긴장을 내린다.
오봉의 너른 바위봉에서 등반을 마치고 또는 등반 중에
저 아래 것들을 굽어보며 근사한 기분으로 점심을 하려던 예상과는 달리
이리저리 산길을 헤메이다 보니 허기가 졌다. 시간도 그럭저럭 ...
적당히 먹어야 등반이 가벼울 텐데 하면서도 기어이 여러가지의 음료수도 빠짐없이 다 取하고 만다.
차..그리고 커피...또...
등반 준비가 안된 5분과는 나중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작은 쿨루와르의 바위를 4발로 올라서자 2봉의 하강코스를 막 지나친 3봉의 스타트 지점이었다.
리딩은 원장님 이었고
마운틴 월드 동문들이 속공등반으로 그 다음을... 그리고 FT들의 순.
소속팀에서도 늘 그랬듯이 마무리는 내 차지.
오봉은 5개의 바위봉의 오르내림이 아기자기하며 그다지 난 코스는 없어 암벽교육장으로 안성맞춤이다.
FT들 보다 훨씬 연배이신 동문분들은 오름질에 망설임이 없으나,
암벽이 생초보인 FT들은 관록은 비할 바가 아니나 상대적인 젊음의 상징인 힘으로 밀어붙인다.
어찌되었건 별 무리 없다.
뜀 바위에서 실전 교육과 10미터 직벽 하강을 한 12인의 합동등반팀은,
4봉과 5봉의 사이 봉에서 우회팀과 등반팀으로 재편성하였다.
시간관계상 또는 안전상...
4명만 오르기로 한 사이봉 등반을 앞두고,
선듯 우회하지 않으며 미련이 대번에 느껴지는 산중약자님을 부추긴다.
아니 그렇게 해야 했다.
아니면 아마 두고 두고 아쉬움, 아니 원망이 두려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별 무리없이 5명은 사이봉 정상에 서게 되고
아찔한 오버행 하강을 천천이 즐기며 우아한 등반을 마무리 했다.
끝봉인 5봉에서의 60미터의 오버행 하강이 남아있긴 해도
이정도면 그나마 오늘 등반의 갈증은 채울 수 있었다.
어쩌면 꼭 등반을 해야 한다는 그런 일반적인 것들 보다는,
보고 싶어 왔다는 그 말에 대하여 산행 후에 가진 짧을 수 밖에 없었던 담소들이
늦은 시간 귀가길에,
마음의 여운으로 길게 남아 있는게 의미가 더 있을 수도 있다.
*
2봉을 우회하여 만난 첫 피치를 오르는 이규태 원장님
작년 12월, 임자체 등반에 나섰던 일흔이 넘은 황국희 여사의 오름짓.
속공 등반을 위해 고정자일에 베이직 등반기를 통과시킨 후
처지는 자일을 아래로 낚아채며 올라가는 자일에 일정한 텐션이 걸려야 한다.
바로 그 순간포착...
히말라야의 임자체(아일랜드 피크) 정상에 섰던 김영희 여사의 등반.
볼꺼리와 읽을꺼리가 남다른 산순이님의 등반.
올 4월에 마운틴 월드의 암벽반을 졸업했다.
그리고 산돌이님.
산돌이 님이 사용하는 등반기는 트랙션 이라는 홀링및 확보장비
홀링(hauling) ; 거벽 등반에서 짐을 끌어 올리는 것을 말하며 도르레와 톱니를 가진 트랙션이라는 장비 등을 사용함.
그대는 다른 이들의 닉은 어떡 하라고 어찌 '산중약자'라고 하는지요...
왕년에 말이쥐...하던 카르마님의 능란한 오름짓
오랜 등반 관록이 묻어 나오던 황국희 여사님의 매끄러운 하강 포즈.
원 포인트 하강교육 중.
10미터에 불과한 하강으로 그야말로 용기백배...
이 직벽 하강한번에 그냥 '뿅~' 가버린 듯.
암벽을 했더라면 한 획을 그었을게 틀림없을 산돌이님.
허긴 어느 스포츠이던 간에 적합한 아주 날렵한 몸매....씨름,레슬링 그딴거 말고...
40여년 산행을 한 산박사인, 구본수 선배님.
산순이님과는 등산학교 동기.
묵은 옛장비에서 관록을 느낄 수 있던 칼마님의 하강.
지형도와 컴퍼스만 있으면 지구 어디에라도 찾아갈 수 있는 야전사령관의 기질이 다분한 산중약자님.
처음 벽을 대하는 그의 표정에 해학이 있다.
그 무시무시한 25미터 오버행 하강을 전혀 망설임 없이 하강하는 산중약자님.
막상 오버행에 처음 서는 초보자들 대다수가 두려움으로 발을 떼지 못한다는 걸 볼 때, 이건 '겁 상실' .
그게 아니라면 ... '인생, 뭐 있어...'
구선배님 하강시 밑에서 안전하강의 백업 시스템을 배우는 산중약자님.
저 아래에서 뒷줄을 잡고 있는 이유는
초보자가 하강 중 혹 손을 놓친다 해도 밑에서 안전하게 제어를 할 수 있음.
하강 자일이 닿는 바위의 모서리 부분에 방석을 받치는 이유는
하강시 몸의 좌우 쏠림으로 인해 자일에 심각한 손상을 방지 하기 위한 안전 조치이며,
이의 회수는 마지막 하강자가 하는데 그냥 회수를 하고 조심히 내려 오던지
아니면 고리에 걸린 비너만 해체하고 방석등을 자일 아래에 받친 후 하강 완료후에
방석등이 자유낙하할 때 회수하는 방법이 있을텐데, 그건 상황에 따라 하강자가 선택.
으아리 /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인동초 / 화분에나 자라는 그런 꽃인줄 알았는데...
크로바 꽃
*
사이봉에서의 오버행 하강
여성봉...그 유래가 알만하지 않은가.
사진을 어찌 이리도 적나라하게 찍을 수가...
근데, 찍사가 누구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