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악 산줄기 헤집기 090215

강기한 2009. 2. 16. 16:00

 

 

 

 경기도와 강원도를 가르는 홍적고개 마루 / 고개를 넘어 가면 춘천의 사북면으로, 집다리 휴양림으로 다다른다.

고개의 좌는 촛대봉으로 오르고,우는 몽가북계(몽덕 가덕 북배 계관산)의 능선을 따라 강촌의 등선봉까지 이어진다.  

 

낙엽 가지 끝에 걸린 촛대봉과 우측으로 매봉(鷹峰)을 잇고는 저너머의 실운현으로 내려서서 다시 화악산 북봉으로 올라서게 되는 오늘의 산행로

 

 

홍적고개에서 촛대봉까지는 5.8km (딱 절반 지점이다)

 

990봉 삼거리. / 화악리의 화명사 입구에서 오르면 1.5km 단축 할 수 있다. / 시간적으로 40분...

 

촛대봉(燭臺峰) 정상

 

촛대봉에서 동쪽으로 바라본 춘천호

 

매봉군도(軍道)에서 막 달려온 촛대봉을 뒤돌아 봤다. 

 

화악산 북봉을 배경하여

 

매봉에서 북봉(경기의 최고봉 1,468 M)으로 이르는 꾸불꾸불한 軍道

 

 

명지산에서 아재비 고개를 사이에 둔 연인산이 희미하고

그 앞 능선은 한북정맥 최고봉인 국망봉을 이어 민둥산에서 견치봉으로 흘러간다.

가까운 뒷편으로는,

중봉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흰눈이 덮혀 있는 애기봉을 거쳐서 애기고개를 사이에 두고 좌측의 수덕산으로 다시 쏫았다가 화악1리에서 떨어진다. 

 

 매봉과 화악산 북봉 사이를 가르는 도로는 가평의 화악리에서화악터널을 지나 강원의 사창리에 이른다. 

터널 위 실운현을 거쳐 화악산 북봉으로 오른다.

 

구절양장의 응봉군도가 화악산까지 이어진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은 사창리

 

군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실운현에서 화악산으로 오르기 위해 바퀴에 체인을 감는 군 지프

 

북봉아래에서 지나쳐 온 매봉을 바라보며

 

 

푸르디 푸른 북편의 하늘

 

성급하게 북봉으로 오르려다 쌓인 눈에 무릎까지 빠지고는 다시 기존 발자욱을 찾으려 뒤로 후퇴...

 

곧 닿을 것 같은 북봉은 여전히 저만치 있었다.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방향만 바꾸어 매봉을 담았다.

 

1년여만에 다시 선 그 자리...

 

북쪽 방향을 바라보고...

 

늦은 점심을 하기 직전에 석룡산으로 향하는 능선 상에서 남쪽 방향을 바라보고...

 

여기가 어딘가...등로를 잃고 어렵사리 내려선 외진 산골

 

화천의 77연대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

 

사창리 버스 터미널에서...

 

 *

 

 지난해 석룡산을 내려와 방림고개에서

얼떨결에 타고 오른 능선길의 작은 바위 아래에서 눈을 밀어 내고

식은 밥 한덩어리 챙겨먹은 곳도, 지나쳤다.


북봉을 어지간히 내려왔는데,

곧 나타나야 할 방림고개의 이정표가 보이질 않는다.

 

*

 

2번씩이나 가평가는 1330-3 버스를 놓쳤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갈려고 했었다.
그래도 혹시 하며 허둥지둥 지하도를 올라서자 이내(6시 51분) 버스가 도착한다.
다행이다. 

청량리에서 회차하는 버스 시간표는 가름하기가 어렵다.

 

*

 

반짝 추위가 올거라 했었는데…
지리한 고갯길을 휘어 가며 올라가는 중에

 뒤에서 거친 소리를 내 품는 차가 오는가 하더니만 그대로 고갯마루로 올라선다.   
본네트에 빨간 깃발을 달았다.
 
빠르게 올라선 홍적고개마루는 도계를 이루며 이길을 곧장 가면 춘천 사북면으로 닿는다.
우측으로는 몽가북계 산 능선을 오르내리면 강촌의 등선봉과 삼악산으로 이어지고,

좌측으로는 촛대봉(燭臺峰)으로 치달아 매봉(鷹峯)과 실운현

그리고 화악산을 올라선 후 석룡산을 거치고 도마치로 도계가 그어진다.

 

고개마루의 공터에서 한 무리의 산객들이 지난 밤 야영을 한 듯 막 기침을 하였고 부부산객 1팀 그리고 객, 이렇게 있다.
난감하다.  

혹시나 했지만 경방기간이기 때문에 통제를 한단다. 

어떡하나.

여기서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 

잠시 고개에서 서성거린다.  
‘인적사항 남기고 가면 안될까요.’  

오십 후반의 관리인은 꽉 막히지 않았다.  

조심히 아니간 듯 다녀 가란다.  

 

*

 

방화선이 너르게 쳐진 능선으로 빠르게 올라 붙었다.
서울에 살짝 눈이 내렸었는데,

청평 이후 부터는 흔적이 없더니만 능선 길은 그냥 휑하다.


추워도 될 법은 한데 기온은 그냥 슴슴할 뿐이고 하늘은 썩 맑갛치는 않으나

그저 올라갈 저편으로 쏟은 촛대봉과 응봉 능선은 쉽게 조망이 되는 정도다.

 

군데군데 세워둔 이정표의 거리가 적어도 산술적인 계산에서는 한치 어김이 없다.
간혹 어떤 산은 산술적으로도 터무니  없는 거리 표시로 이정표의 구실이 지극히 의심스러운 것에 비하면

촛대봉으로 이르는 이정표는 아주 모범적이다.


주발봉에서 호명산으로 이르는 이정표가 그렇다.  

남았다는 거리보다 한참을 더 지나쳤는데도 거리표지는 오히려 더 남아 있었으며,

500미터 거리 표시가 불과 5분도 안되어서 도달하는가 하면…

아무튼 작년 이맘때에 갔었던 호명산 이정표는 차라리 없는니만도 못했다.
같은 가평군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가…

 

990봉을 오르자 화악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함께 만난다.
홍적고개에서 촛대봉까지는 5.9Km 인데 화악리의 화명사에서 오르면 1.5Km 단축된다.

시간적으로 40분 단축이면 대중교통시간표 만으로도 당일로 보다 여유있게 종주할 수 있겠다.  

막상 도상으로 시간 계획을 세우긴 했으나 등로 상태가 어떨지 몰라 하산하면 택시를 불러야 될 상황도 염두에 두긴 했는데…

 

바쁜 걸음으로 오른 촛대봉에서야 등짐을 내리고 커피한잔 한다.

동으로는 춘천호가 아련히 내려다 보이고 북편의 매봉이 가깝게 자리했다.  

매봉에서 고개를 숙인 실운현과 그 위로 빠르게 쏟은 화악산 군기지의 구조물은 여전하다. 

석룡산 쪽에서 바라보던 그 풍광을 그 반대편에서 되 바라보는 맛이 있다. 

바쁘다.    이내 등짐을 지고 매봉으로 방향을 잡았다. 

 

고개 숙인 등로는 잔설이 눌러 붙어 간간이 조심스럽다.  

눈은 듬성듬성 산발적으로 쌓여 있고 누른 낙엽이 잔뜩 갈린 등로다. 

 

화악산에서 그윽히 바라보던 능선길 조망을 기대했건만, 그렇지 못하다.  

응달의 눈위로는 무릎까지 빠진 지나간 산객들의 깊숙한 발자국이 이어지고 있었으나

굳이 깊숙히 박힌 그 발자국을 그대로 따를 필요는 없었다.

습설은 이미 지나 제법 버티는 굳은 눈이 되어 왠만큼 올라서도 빠지지는 않았다. 

가끔 아래를 디디다가 체중이 실릴 때는 무릎까지 푹 잠기는 경우도 있긴 했다.

 

촛대봉에서 출발한지 1시간 만에 군 정문 아래의 매봉군도(鷹峯軍道)에 닿았다.
화악산까지 이어지는 군도는 빤히 내려다 보이는 실운현을 사이에 두고

화악산과 응봉을 나누면서 화악산까지 구절양장의 도로를 어지러이 그려내고 있었다.
남의 화악리에서 북의 사창리로 이어지는 산 도로는

실운현 아래 터널로 연결되면서 군도를 자연스레 둘로 나누었다.

 

바람이 분다.
방한모의 귀달이를 내리고는 군도를 따라 가다가

가끔은 급사면으로 군도를 가로 질러 내리고는 실운현으로 내렸다.

 

한대의 군 지프가 화악산으로 오르기 위해 바퀴에 체인을 감는다. 

촛대봉에서 응봉으로 가는 ‘등로없음’이라는 표지가 있긴 했으나,

가끔 있을 산객에 대해 제지를 하지 않는다.

그만큼 교통이 불편한 오지여서 일반 산객이 찾기에는 머나먼 화악산이기에

이 겨울, 눈이 라도 잔뜩 덮힌 이곳은 감춰두고 싶을 정도로 한적한 곳이다.

 

공터의 우측으로 리본을 따라 오름질을 한다.
북사면을 끼고 도는 이 등로는 쌓인 눈이 만만치 않다.

무릎까지 쑥쑥 빠져드는 탓에 오름길의 힘이 배는 더 든다.  

실운현에서 점심을 먹어야 했었다.  

 
곧 닿을 것 같은 북봉은 여전히 멀고 북사면의 눈길도 여전하다.

1년여 만에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는다.


어디로 갈까.
중봉을 거치자면 저 지긋지긋한 철망을 또 트레버스 해야 하고…
석룡산으로 가자. 

방림고개에서 조무락골로 빠르게 내리면 용수목에서 막차를 잘하면 탈 수 있을 것 같다.

  
석룡산 방향의 서북능선으로 예전에 오른 길을 이젠 내려선다.
허기 때문에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바람이 잠기는 능선에서 등짐을 풀어

늦은 점심을 빠르게 먹고는 남은 간식거리를 호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역시 산행은 허기가 오기 전에 배 속을 던던히 채워야 했다.  

 

*

 

어쩌나…
용수목으로 가는 길은 이미 놓쳤을 지라도 하산은 해야 하는데, 마을이 보이질 않는다.
어딘지도 모르겠다.  

차 시간으로 마음만 급했었구나. 

아니 그런데, 잔뜩 메어 달린 리본은 다 뭐라 말이냐…

 

설사면을 빠르게 오르내린다.
좌도 우도  무심한 산만이 늘어져 있다.

대책없다.  그냥 걸음을 옮길 뿐이다. 

저 먼 우측으로 보이는 외딴집은 엄두도 나질 않음은 내려서는 길도 없지마는 방향도 맞지 않다.

 

야트막한 오름길을 서면 다시 내림길로 선다.

좌측으로 떨어져서 올라가는 저편 능선아래가 방향이 맞을 것 같은데 지친 체력으로는 무리다.

설령 간다하더라도 짐작일 뿐이고 잘 내려선다 하더라도 그 다음은 또 어쩔 것인가.


달려가다시피 오른 능선에서 저 편으로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희망이 생긴다. 

허나 길은 없었다. 

아니 등로를 찾느니 보다 그냥 떨어지듯이 내려간다면 못 갈 것도 없다.

마음 다 잡는다.

 

나뭇가지를 잡으며 힘겹게 발을 내디디며 내려선다.

신중하다.
잡목과 잔뜩 성이 난 넝쿨이 잡아 채는 걸 여러번 뿌리친다.


급사면을 떨어지 듯이 내려서다가 뒤뚱하며 급히 잡은 게 쭉쟁이다.

'뚝' 하고 부러진 것 마저 바짝 웅켜진 채 미끄러져 굴러 떨어진다.

저 아래로 내려꼽는 급사면 끝까지 떨어질 수는 없다.

허나 뭐라도 잡을게 없다.

급사면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은 아득했다. 

 

샅다리 사이에 낀 잔가지 덕에 간신이 제동한다. 

어딘가 부딪히긴 했는데 아픈지 어떤지 모르겠다.


앞을 가로막은 넝쿨을 헤치며 나뭇가지를 훑으며 잡아채다 보니 두툼한 장갑의 재봉선이 다 미어 터졌다. 

몇 번 끼지도 않았는데...

 

*

 

...어딜까…여기가.

인적은 없고 간간이 개들이 나와서 짙어댄다.
눈 녹아 내린 개울의 디딤돌을 뒤뚱거리며 건너니 보다,

아니 그 보다는 군데군데 얼어 있어 디디다가 자칫하면 넘어져 물에 엎어질 판이다. 
얇은 곳으로 마구 잡이로 뛰어 건넜다.
물에 잠길 것 같았는데 비싼 등산화 값을 하는 듯 밖과 달리 속은 말짱하다.

 

이기자 부대 앞.
승용차가 나온다.
저걸 잡아야 한다.

 

운전하는 젊은 대위에게 호주머니에 있던 쵸코바 하나 건넸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봉사를 잘할 수 있을까 라는 느낌이 몇 마디 대화중에 전해져 온다.

 

진종일, 

화악 산줄기엔 객 뿐 이었다.

 

*

 

좌측 허벅지에 주먹 만한 멍이 들었다.
기분좋다.


 

*

 

 

 <구간및 소요시간>

 

구간명

도착

출발

소요시간

휴식

비고

홍적고개

09:20

09:35

 

 

홍적고개 ~ 촛대봉 ; 5.8 K

절반지점

10:43

 

68

 

2.9 K

990

11:11

 

28

 

촛대봉 까지 1.4 K

촛대봉 (燭臺峰)

11:46

12:01

35

15

固雪이 석룡산 능선까지 이어짐

매봉군도(鷹峯軍道)

13:03

 

62

 

군도를 따라 실운현까지 내림

실운현

13:43

 

40

 

공터에서 다시 리본을 따라 능선 진입 

화악산 북봉

15:14

15:37

91

23

조망 촬영 / 적설

서북편 능선

16:08

16:29

31

21

중식

방림고개 직전

16:38

 

30

 

등로이탈 / 固雪 지대

삼일리계곡

17:49

 

71

 

잡목넝쿨 급사면 지대에서 알바

77연대

18:08

 

19

 

이기자 부대

히치

18:12

 

04

 

77연대 군인 승용차

사창리 버스터미널

18:17

18:30

 

 

동서울 9,800원 / 1시간 50분 소요

산행시간

8시간

59

적설로 인한 운행 애로사항 없었음

 

 

 

 Nicola Di Bari - Il Cuore E'Uno Zinga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