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따라 간 제비봉 081122 [컬럼비아FT]

강기한 2008. 11. 24. 15:10


어느 계절치고 산행이 안 좋으랴 마는 그래도 산행하기에 좀 처지는 때를 굳이 짚어 내라고 한다면… 아마 11월이 그랬던 것 같다. 

그건 몇 해전 11월 어느날, 미시령을 올라 북설악의 신선봉을 향할 때의 기억이 그 만큼 깊었다.  

 

등로 옆으로는 푸른 잎사귀 하나없이 온통 기운 빠진 빛깔로 가느다란 가지 끝에 위태로이 달려 있던 숨이 끊어진 참나무 잎이 그랬었고,

빠르게 올라선 능선 아래로 온 산을 뒤덮은 퇴색된 낙엽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산 능선으로 불어치는 바람이 저 편의 희미한 잡목 가지를 얄궂게 흔들어 놓고는 켁켁거리며 비탈을 막 올라선 객의 송글하게 맺힌 코 끝으로 땀이 마를 시간적인 여유 조차 없이 서늘한 한기를 느끼게 했던 그런 것들의 풍경이 먼저 그려 졌었다.  

 

뭐 이정도야 어느 산인들 안그러겠냐 마는, 고산 마루는 한걸음 디디기 조차 쉽지 않으며 길게 이어지던 너덜 길에서 이리 뒤뚱 저리 뒤뚱 거리며 볼 쌍 사나운 걸음을 위태롭게 이어가던 그 지랄 같은 풍경이 먼저 떠오르는 딱 이맘때의 산행인게… 한마디로 말하자면, 늦가을의 황량하기만 하던 고산평원으로 불어치던 맛대가리 하나없던 더 황량한 바람이 함께 범벅된 장면이 오래토록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그건 오로지 원색의 풍광으로만 한정한, 극히 이기적인 관점에서의 선입견이라고 한다 한들 전혀 대꾸할 만한 꺼리가 없을 만치 편협한 나의 생각일 뿐, 어쩌면 그런 황량하다 못해 을씨년한 분위기로 꽉 찬 산이야말로 제대로 된, 속 느낌이 새록새록 살아날 수 있는 산정무한이 아니련가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건 색 다른 느낌이 될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건 11월의 산이 썰렁하다는 건, 내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충주나루

 

지난 유월, 1기 FT의 늦은 동반산행을 함께 한 이후 금년 마지막 기수인 6기 FT동반 산행을 간만에 참석을 한 건, 다운재킷 테스터로서의 의무감이 우선이었고, 그렇고 그런 11월의 산행 보다는 유람선을 타고 유유자적하게 가는, 말하자면 충주호를 둘러보는 주변관광이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여 知友와 참석하게 된다.

 

긴 시간 달려 온 버스가 충주댐으로 접어들자, 호수면으로 연한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겨울 같았던 주중 보다는 한결 따뜻해진 날씨로 더운 공기가 차가운 수면을 데워, 살며시 피어난 물안개가 잔잔한 호수 위를 이리저리 서성거리는걸

멀찌기 지켜 보는 객의 마음도 엷은 서정이 함께 피어 올랐다.

 

 

 놓칠 수가 없지... 

 


충주나루에서 합류한 몇몇 FT들을 함께 태운 유람선은 물안개가 피어 나는 수면으로 슬그머니 접어드는가 했는데, 이내 쏜살같이 달려간다.    
좌우로 열리는, 손에 잡힐 듯한 호수 주변 산들의 그림이 빠르게 지나치고, 꼬리로는 굉음을 지르는 프로펠러에 잘게 부서진 호숫물이 하얀 분무가 되어 선미를 집어 삼길 듯이 어른거리나 유람선은 딱 그만치만 달아날 뿐, 운행 내내 술래잡기를 하며 연신 사방으로 갖가지 풍광을 객에게 내어 주며 청풍 나루까지 오고 만다.  

 

네 가슴으로 그리움이 피어 나는가...

 

 저 멀리의 충주댐

 

선상에서

 

 잔잔한 충주호를 가르는 유람선

 

 유람선 후미의 모습

 

 어떤 포스가 느껴지는가.

 

 중간기착지에서의 앵커체인

 

 

중간 기착지인 청풍나루에서 훨씬 큰 유람선으로 갈아 타고는, 선실을 마다하고 사방이 열려 있는 선상으로 올랐다.  

긴 가뭄으로 호수물이 빠진 흔적이 옆을 지나치는 바위 단애에 선연하게 선을 긋고 있었으며 관광객을 잔뜩 태운 유람선은,

그로부터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유유자적하게 호수 위를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잠잠하던 바람이 불어치기 시작했을 때는 그 만큼 배의 속력이 붙었고 저 마다 모자를 눌러 쓰며 옷깃을 단단히 단속들을 할 뿐,

아래의 선실로 내려서는 이는 드물었다.  

 

선상의 곳곳으로는 동행인들 끼리 제각각 작은 파티가 열렸으며 FT들로 구성된 우리 팀도 선미 부분에서 막걸리 파티가 벌어지고 있었다.  

지근에 거주하는 분이 준비한 향토 막걸리를 한잔 들이켰다. 
싸한 기운이 식도를 타고 흘렀고 빠르게 지나치는 주변의 풍광은 눈으로 들이켰다.
호사라는 게 별개 있을까.  

 

 

 충주와 단양을 잇는 신교 건설

 

가뭄으로 호수의 물이 빠진 흔적이 바위 단애로 선연하다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 떠나는 컬럼비아 FT들이 선상에서 출발에 앞서서.../ 인디아나존스의 해리슨 포드가 따로 있나... 

 

 옥순대교 밑을 지나기 전에

 

 옥순봉 곁도 지나 치면서

 

 다들 짝가이고 모델이었다

 

한국산악사진작가회의 이훈태 회장께서 함께 하였다. 

 

구담봉도 지나치면서...

 

멋진 바위 단애도 돌아 나오고... 

 

 

배는 심하게 굽은 물길을 따라 주변의 풍광을 아낌없이 보여주고는 장회나루에 도착하였다.

장회나루는 제비봉의 들머리가 시작되는 곳이다.


산행리더인 이원장님의 지도에 따라 갖가지 동작의 스트레칭을 하였으나 지난 유월에도 그랬었지만, 짧은 시간이긴 하나 이게 어렵다. 

긴 시간의 산행보다도 더 어렵게 느껴진 건 내 뿐이었을까.  

악착같이, 죽어라 하고 팔다리를 비틀고 뻣뻣하기만 한 몸을 꼬았다.   나는 그랬다.

 

이젠, 오름질이다.

 

등로는 간간이 빠르게 몸을 세우며 하늘로 쏫구쳐 있기는 하나 오르기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잠시 올라선 쉼터의 등 뒤로는, 배를 타고 지나쳐온 충주호의 굽은 물길이 이내 눈에 들어온다.  

저리도 심하게 굽이치는 물길을 배를 타고 달려 나올 때는 별 느끼지 못하였는데 올라선 등로에서 내려다 보이는 충주호는 짧은 직선 조차도 전혀 그을 수 없는, 말하자면 호수물이 들어가고 나오고, 역으로 산기슭이 나오고 들어가는…아 뭐라고 해야하나…이런 걸 ‘리아시스식’이라고 하나… 아닌데 그건, 바닷데… 아무튼 올망졸망한 연안을 어지러이 그려내고 있었다.

 

오르면 오를수록 호수의 풍광은 좀 더 확연하게 전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변 산길에 밝은 어느 FT에 따르면 호수 건너 저편으로 돌올하게 쏟아오른 산이 금수산(錦繡山)이라 한다.  

가을의 단풍이 마치 비단에 수를 놓은 것 같다는 퇴계의 감탄으로 이름 지어 졌다고 하였는데, 한 달 전에 갔었던 그 산은 가뭄으로 등로는 뿌연 흙먼지를 날렸고 산정에서의 조망도 개스로 막혀 답답하기만 했었다. 
어찌되었건 객의 발 자욱이 남아 있을 금수산을 호수 건너편인 제비봉의 오름 길에서의 조망하는 즐거움이 만만치 않았다. 

 

 

 길은 산을 가르고 물을 건는다.

 

 발 아래로 멋진 풍광이...

 

  

등로의 우로는 아득하게 펼쳐지는 산이 제비봉의 주산인 월악산으로, 여기서 보이는 스카이라인이 마치 미녀의 얼굴을 연상케 한다고 하였는데,

그 걸 나름대로 그려 보았으나, 그 미녀는 어디 갔는지 좀체 떠 오르지 않는다. 

혹 달린 마녀가 더 맞을 것 같은데…허긴 이 정도의 얼굴 윤곽이나마 이게 어디겠는가.

 

 

  누워 있는 여인의 얼굴 형상을 한 월악산 영봉이 희미하게 놓여있다.


그 나마 물길이 점잖게 흐르는 등로의 좌측 저 끝으로는 소백의 주릉이 아련하게 자리한다.  

몇해 전 별 다른 준비없이 찾은, 겨울 밤새도록 소백산정에서의 칼바람에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되살아나

움추린 목덜미를 손으로 쓰윽~ 하며 만져 본다.

 

 저 멀리로는 소백산 주릉이 희미하게 놓여 있다.

 

등로는 가끔 철다리를 두어 오름길이 편하기는 하나 때로는 안전한 우회길을 마다하고 작은 바위 봉을 넘기도 하였다.  

가끔은 변화를 주는 산행이 밋밋한 등로를 줄창 가는 것보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가끔은 이런 바위도 넘어줘야되... 왜?    재밌잖어.

 

 나도 왕년에는.../ 일흔을 바라 보는 이훈태 회장님


장회나루에서 오르는 제비봉 등로에서 내려다 보는 풍광은 여늬 산에서나 볼 수 있는 그리 흔한 게 아니다. 
휘감아 치며 도는 충주호 물길을 내려다 보는 조망의 즐거움은 분명 기대 이상이었다.  

허나 산행 내내 변화를 주지 못하고 계속 한 장면으로만 남아 있는게 아쉬웠는데,

여유가 되면 충주호를 한 바퀴 빙 두르는 산행은 그야말로 기가 막힐 것 같다고 단정을 해도 좋으리라.   

 

저 편으로 능선을 오르내리는 아스라한 산의 전경이 그대로 마음으로 들어온다.

 

에스라인을 그리는 물길 저 편으로 금수산이 돌올하게 쏫아있다.

 

 

 여기를 어이 그냥 지나칠소냐...

 

 

 고도를 더 할수록 굽이치는 에스라인의 물길이 더 뚜렷하게 보인다. 

 

 포커싱

 

 

 

 

무엇을 담고 있을까.

 

 제비봉은 소나무와 참나무가 주종이었고 다른 수목은 드물었다. 

 

우뚝 쏫은 금수산이 좌로 망덕봉 능선으로 이어지고 가까이로는 우측 끝에 말목산이 있다.

 

 

 

 

 

 

 

 

 

등로에 간간이 서있던 그리고 산정에서 얼음골로 내려서는 곳곳에 한껏 굽은 아름드리 소나무의 자태 또한 스산하기만 했던 지난 날 기억의 11월 산행과는또 다른 느낌으로 자리할게 틀림없다.    

 

유람을 겸한 제비봉 산행은 이래 저래 또 다른 자리 매김으로 마음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얼음골로 떨어지는 가파른 하산로를 빠르게 내려서자 낙엽송 군락에서 떨어진 낙엽들이 등로로 잔뜩 깔려 있었다.

 

 

 

 

*
<FT>

 

1) 보온

 

산행 중에 입을 일은 없었다.
정상 아래에서 점심을 먹을 때, 체온 유지를 위해 입었는데 아주 유용했다.
팔꿈치 밴딩을 한 듯, 팔동작이 유연하였고 나일론 특유의 마찰에 의한 서걱거림이 훨 덜한 느낌이었다.   이런건 일상복으로도 유리하다.

 


2) 다운의 사각부위

 

다운은 미세한 틈으로 새어 나오는 성질을 가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고밀도의 원단을 겉감으로 개발하여 개발하여 많이 개선 되었으나 재봉선인 바늘 땀(Stitch)으로 유출되는 경우는 여전하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이를 웰딩처리 하기도 하지만 원가 및 팩킹 후 부피증가 등의 문제 또한 가지고 있다.  다운의 적절한 분포를 위해 재봉선의 추가가 요구 되지만 이와 같은 일장일단이 있다.

 

목 둘레 바로 아래 부분(어깨 위)을 빙 돌아 가면서 만져 보면 충전재인 다운이 집히는 것 보다는 겉감과 안감 만이 느껴진다.   부위 별로 충전하는 다운의 양이 다를 수는 있을 것이나 이 부분은 너무 취약한 게 아닌가 하고 여겨진다.  입을수록 아래로 흘러 내리는 다운의 유출량은 많아질 것이고 상대적으로 위 부분은 빈약해질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흘러 내리는 다운을 잡을 수 있도록 좀 더 밀도 있는 추가 재봉선의 필요성을 느낀다.   재봉선을 통하여 밖으로 유출되는 단점 보다는 일정한 밀도의 다운이 존재하는 장점이 더 크다고 본다.

 


3) 압축쌕의 조임스트링

 

압축쌕의 조임스트링을 고무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컬럼비아 의류의 팩킹주머니는 죄다 고무 스트링으로 되어 있다)
압축쌕에 팩킹하여 배낭 속에 넣고 운행시에는 별 상관이 없으나, 만만치 않은 볼륨으로 인해 배낭으로의 수납 곤란함 또는 신속한 착의를 위하여 배낭 밖으로 매달고 운행 시에는 고무스트링은 늘어남으로 인한 출렁거리는 등의 애로가 있다.  일반 끈으로 하면 이런 불편한 점은 없다.   물론 덜렁거리며 달고 다니기 보다는 벨트로 단단한 조임을 하는 게 좋으나 과도한 압축은 재킷의 복원력에 부정적이며 다운의 유출이 쉬 올 수 있다.   늘어나지 않는 일반 끈으로 하면 적어도 이런 우려는 없다.  그리고 팩킹 후의 조임도 늘어지는 고무줄은 불편했다.  난 배낭 밖으로 매달고 다녀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야무진 코드슬링으로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