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공포,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無知`와 거짓`이다
제목 :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 공포,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무지(無知)’와 ‘거짓’이다.
예상했던 대로, 이명박 대통령의 4월 방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은 누구나 일어나리라 예상했었던 일이었으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면 ‘너무 많이 개방했다’는 점이다. 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처음에는 ‘뼈 있는 정육’을 허용 후 일정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30개월 연령 제한 해제’... 와 같은 방식이 될 줄 알았는데, 역시 ‘추진력의 이명박’이라 불릴 정도로 통이 크고 화끈하다. 그 화끈함을 좋은 곳에 활용하면 좋을 텐데, 엉뚱한 ‘대운하 삽질’ 같은 곳에서 발동하니, 그의 ‘화끈함’은 오히려 ‘화근’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역시 그의 ‘화끈함’이 큰 문제를 가져오고야 말았다. 급작스러운 변화로 인해 이해관계가 상반되는 기존의 세력(축산농민)과 큰 마찰과 갈등을 빚는 것은 당연하고도 예상된 일이었으나, 이번 문제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나는 오늘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써보려 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정말 안전한지, 광우병이 왜, 어떻게 생기고 전파되는지에 대해서 많은 매스컴이 ‘진실’을 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를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큰 문제는, 매스컴보다도 ‘믿을 만한’ 공신력을 가진 농수산식품부장관이 현재로선 가장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전문가의 말을 신뢰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운천 농림부장관과 같이, 전문가라고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지금 문제의 중심에서 가장 많은 거짓을 잉태하고 있는 장본인이라는 사실에, 나는 소위 이 분야에 대해 약간이나마 배운 사람으로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쇠고기 수입은 수입업자가 하고, 유통은 유통업자가, 요리는 식당에서 하겠지만, 그걸 먹는 사람은 ‘우리 모두’, 즉 ‘전 국민’이다. 따라서 국민에게는 “자기가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1. 광우병은 전염병이다.
광우병(Mad Cow Disease)는 수의학용어로 ‘소 해면상 뇌증(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줄여서 BSE라 부른다. 이는 ‘전달성 해면상 뇌증(TSE, 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 으로 분류되는 전염병에 속하며, 현재 OIE(국제수역사무국, Office International des Epizooties) list A로 분류되어 있다. 즉, ’동물 전염병 중에서도 가장 위험하거나 전염성이 강해 치명적인 질병들‘중 하나로 분류되어 있다.
내가 최근 접한 뉴스 중에서 가장 나를 아연실색케 만들었던 뉴스가 바로 “광우병은 전염병이 아니다”라는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발언이었다. 우리나라 4천5백만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가 국민 앞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건 지극히 위험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그것이 고의로 진실을 왜곡한 것이든 혹은 무지(無知)로 인해 거짓을 말한 것이든,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는 행위라고 나는 단언한다. 정 장관이야말로 혹세무민(惑世誣民)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이 시대의 사기꾼이며, 그의 발언이야말로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유언비어(流言蜚語)이므로, 사법당국은 애꿎은 국민에게 엄포를 놔야할 것이 아니라, 당장 정장관의 주둥이부터 막아야한다. 나는 정말 먹을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인간들이 제일 싫다.
2. 광우병은 어떤 방식으로 전염되는가?
우리가 광우병의 존재를 발견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다. 광우병과 같이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서 사망하게 되는 질병은 소 말고도 다른 동물에서도 볼 수 있으며, 그 대표적인 경우가 양에서 발견되는 Scrapie다. Scrapie 역시 BSE와 마찬가지로 사료를 통해서 ‘경구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과 십수년전까지만해도, BSE와 Scrapie가 보이는 특징적인 긴 잠복기 때문에, virus가 가장 유력한 병인체(pathogen)일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현재는 이 둘의 병인체가 prion이라는 당단백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인체인 prion이 당단백이라는 점은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핵산 즉, 유전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이 prion은 자기 복제를 할 수 없으므로, 이 병은 '병인체를 직접 섭취하는 방식으로만 전염이 성립'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경구(經口, 먹음으로써), 경상(經傷, 상처를 통해서), 뇌내접종 등으로 감염이 성립된다.
둘째, 숙주의 면역응답 반응이 없다. 따라서 염증반응이 없다. 따라서 뚜렷한 증상이 없고, 감염을 자각(自覺)하기 어렵다. 즉, Prion이 체내에 축적되어 ‘죽어가는 동안에도’ 감염된 환자 스스로 이를 자각하지 못한다.
셋째, 태반감염이 성립될 위험성. (이 부분은 선지식을 가지고 섣불리 말하기는 곤란하다. 자칫 축산업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 부분 역시도 ‘이미 밝혀진 사실’만을 말하겠다.) 위에서 언급한 양(羊)의 Scrapie에서는 모체(母體)가 감염된 경우, 자손(子孫)도 감염이 된다. 따라서, 같은 TSE질병인 BSE역시도 prion을 매개로 한 태반감염이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확실히 태반을 통과하여 감염이 성립되었는지, 아니면 출산과정 중 경구감염이 발생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3. 광우병은 왜 발생하는가?
Scrapie가 그렇듯, BSE도 가장 유력한 감염원으로 ‘사료’를 꼽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반추류 육골분으로 만든 사료, 즉 ‘동물성 사료’가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물성 사료가 어떠한 기전을 통해 BSE를 발생시키는지는 아직 모른다. 단지 체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당단백체인 prion이, 어떠한 이유에선지 비정상적으로 변형되고, 이 변형된 prion이 BSE의 병인체라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실제로 BSE는 신경증상을 주증으로 하고 있으며, 가장 큰 손상을 입는 부분인 뇌를 포함한 주요 신경절에 이 '변형된 prion(variant prion, v-prion)'의 침윤이 관찰된다.
아직 수의사들과 과학자들은 TSE의 발병 기전 및 원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소(초식동물)가 풀을 먹는 것이 정상인데, 소(초식동물)에게 소(동물)을 갈아서 먹이니, 이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행위이며, 이로 인해 병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언뜻 장자(壯子)의 사상(순천자(順天者)는 흥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한다. 순리(順理)를 거스르면 반드시 화(火)가 생긴다.)을 읊은 듯, 과학적인 해명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상당히 일리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소에게 소를 갈아 먹인다.’는 것은 곧 인위적으로 동종(同種)간의 섭식행위를 발생시킨다는 것인데, 이처럼 동종의 육체를 섭취하는 경우에는 그 육체에 기생하고 있던 모든 종류의 기생체들(박테리아, 기생충, 바이러스, 원층 등)이 그대로 옮겨지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병인체들은 특정한 종(種, species)만을 숙주로 하기 때문에 ‘동종섭식’을 통한 전염률 및 이환율(罹患率) 및 발병률은 이종(異種)간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비록 동종간에 서로 잡아먹는 동물이 없지는 않지만, 자연적으로 서로 잡아먹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적어도 소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4. 왜 소에게 소를 갈아 먹였는가?
즉, 언제부터 ‘초식동물’인 소가 ‘육식동물’이 되어버렸는지,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아야 한다. 서양에서는 옛날부터 고기가 풍족했었는지, 그들의 육식습관은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는 버릴게 없다’ 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 버리는 것 없이 먹기에, 소 한 마리 잡으면 그 마지막 뼈다귀 하나까지 남김없이 ‘국 끓여’ 먹는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대체로 ‘살코기만을 불에 직접 구워먹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역사가 오래된 문화권에서 다양한 식문화가 생겨나고, 실제로 ‘원숭이 골 요리’로 대변되는 프랑스나, 우리보다 더 사태찜을 맛있게 요리하는 이탈리아의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도 서양에서는 그 비싼 소 한 마리를 잡아먹을 경우, 뼈를 포함한 내장류가 ‘쓰레기’가 되어 버려진다. 허나 그들이라고 왜 그것이 아깝지 않았겠는가? 여기에서 착안하여 버려지는 내장류와 살코기, 그리고 뼈를 갈아서 소 사료에 섞어 먹여봤더니, 예상을 뛰어넘는 매우 빠른 성장률을 보였다. 이렇게 ‘버려진 육골분’으로 큰 재미를 본 농가들은 이 때 부터 소의 육골분을 사료에 첨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 결과가 이 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나타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BSE가 점차 증가하고 사람들이 불안을 느끼게 된 시점에서도 축산업자들은 BSE의 원인이 소의 육골분 사료에 있음을 인정하려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고 고기를 팔아 돈을 벌 수 있기를 원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BSE로 인한 기립불능소가 점차 증가하여, 이 ‘알 수 없는 병’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확산될 무렵, 축산업자들과 영국 정부는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었고, 영국 농림부 장관이 어린 딸과 함께 TV에 나와 ‘쇠고기 안심하고 먹어요.’ 하며 환한 미소로 스테이크를 먹는 켐페인을 방영했다. 그러나 그 켐페인이 방영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영국에서는 최초의 ‘인간 광우병’, 즉 변형 크루츠펠트-야콥병(variant Creutzfelt-Jakob's Disease)가 보고되었다.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소를 불태웠다. 오죽 많았으면 소를 태우던 불이 3일 내내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전세계에 ‘반추수 육골분 사료를 반추수에게 급여 금지’가 시행되게 되었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반추수 육골분 사료금지’는 1994~1997년에 이루어졌다. 그래서 현재 대부분의 ‘축산 생산국’에서는 ‘소 만큼은’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와 ‘먹이지 않는다’가 동의어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광우병의 발병원인이 ‘육골분 사료’로 지목된 지금에도, 미국이 소에게 육골분 사료를 먹이고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국처럼 공장식 대규모 축산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 그 사료를 일괄적으로 대량공급 받아야하기 때문에, 동물 사료회사가 육골분을 사용하는지만 살펴보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미국 정부가 자국내 사료회사를 철저하게 감독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린 생각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교차오염(cross infection)의 가능성’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소의 육골분을 소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돼지나 닭의 사료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하지 않고 있다. 즉, ‘반추류->반추류’간의 전염은 예방되고 있지만, ‘반추류->비(非)반추류’간의 전염경로는 아직 존재한다. 또한 미국은 ‘비(非)반추류->반추류’로의 경로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반추류->비반추류->반추류’로의 순환경로가 성립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미국에서는 ‘반추류-비반추류-반추류’의 ‘사료의 순환경로’가 가능하기 때문에, “중간단계인 비반추류(돼지,닭)가 BSE의 pathogen인 v-prion을 체내에 축적하는가?” 하는 문제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된다. 즉, 쉽게 말하면 “돼지나 닭도 광우병(BSE)에 걸리는가?” 하는 문제인데, 아직까지 보고된 바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차오염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돼지나 닭의 경우는 소보다도 훨씬 더 냉혹한 경제논리가 적용되고 있는 산업동물이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돼지는 6개월, 닭은 40일이면 도축되어버리기 때문에, BSE와 같은 긴잠복기를 필요로 하는 질병이 발견되기 어렵다. 때문에 이 동물들에서 BSE가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 동물들이 BSE에 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단위동물이자 영장류인 사람도 BSE 교차감염이 성립했다는 사실로 미루어볼 때, 돼지나 닭도 마찬가지로 BSE 교차감염이 성립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 더 타당성 있는 추론이 된다.
5.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는 안전한가?
역시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호주와 뉴질랜드가 대륙과 멀리 떨어져 있는 섬나라라는 점이 여타 전염성 질병에 대해 자연적인 방어를 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BSE는 공기나 벡터(매개체)를 통해 전염되는 병이 아니라 ‘동물성 사료를 먹였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호주, 뉴질랜드는 지구상 다른 어떤 국가들보다도 먼저 ‘반추수 육골분 사료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때문에, 100% 안전하다는 말은 어폐가 있으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할 수는 있겠다.
아쉽지만 나는 멕시코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재밌는 점은, 멕시코는 미국으로 상당히 많은 생우(生牛)를 수출하고 있으며, 또 미국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쇠고기(牛肉)를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멕시코는 ‘축산’은 발달하였지만, ‘축산업’은 발달하지 못한 것 같다.
6. BSE감염우를 판별하는 방법은?
BSE는 앞서 말했듯이, 병이 진행되는 동안 증상이 없다. 단지 이미 사망에 가까울 정도로 진행되었을 때가 되어야 비로소 인간의 ‘치매’와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날 뿐이다. 하지만 그러한 신경증상은 상당한 잠복기가 있은 후에나 발현되는, 사망 직전의 마지막 단계라는 점에서 BSE를 판별할 때 ‘증상’을 토대로 판별하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못하다. 결국 BSE감염여부를 정확하게 판별하여 이를 사람이 먹지 않게끔하는 방법은 ‘도축되는 소에대한 광우병 전수검사’ 뿐이다. 증상이 있든 없든 광우병검사를 해야만 확실한 판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광우병 전수검사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도축되는 소의 약 0.3%만을 검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얼마 전 미국 동물애호가 협회가 공개한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출하된 소들은 농장에서 도축장으로 옮겨져 와 ‘계류장’에서 일정기간 머무르게 되고, 도축 차례가 오면 도축장으로 차례로 들어가게 된다. 수의사는 이 때 걸음이 이상하거나 걷지 못하는 소들을 도축에서 제외시켜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폐기처분시킨다. 그런데 그 동영상은 이 기립불능소들을 강제로 걷게끔 만들어 수의사의 눈을 속여 도축시키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 동영상에 찍혔던 소들이 모두 BSE감염우인지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중 일부가 ‘BSE감염우였다고 가정한다면’, 그 고기를 먹은 수명 내지 수십명의 미국인들은 그 순간부터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어찌되었든, 이 동영상을 통해서도, 미국에서 '전수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한 BSE에 감염된 소(기립불능소)가 식용으로 도축되어 우리에게 수입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자면, “도축되는 소에대한 광우병 전수검사만이 유일하게 쇠고기의 안전성을 담보해줄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다.”
이에 이웃나라 일본은 실제로 자국에서 도축하는 모든 소에 대한 100%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덕분에 일본사람들은 자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으며, 또한 일본의 이러한 ‘깐깐함’은 일본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수년째 ‘20개월 미만’을 고수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명분을 주고 있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도 한우나 육우에 대해서 100%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지 않다. 즉, 우리 한우나 육우 역시 결코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BSE에 대한 100% 전수검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용은 든다. 하지만 그 비용으로 ‘우리 한우/육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살 수 있다면, 그 비용이 결코 아깝지는 않을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잠깐 국내축산의 현실을 지적해보자면, 사실 우리나라는 전수검사는 커녕, 그 검사 개체수가 미국이나 일본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적은 수만을 검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가 BSE검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렇다. 한우가 세계 경쟁력을, 아니 우리나라에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블링도 좋고, ‘브랜드화’라는 마케팅 전략도 좋겠지만, 정작 식품으로서 중요한 ‘안전성’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최소한 ‘안전성’만큼은 수입산 보다는 나아야, 최소한 뒤쳐져서는 안될진데, 안타깝지만 ‘한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안전하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몇몇 국민밖에는 없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우리나라의 광우병 검사비율(%)이 미국보다 더 높음을 제시하며 “우리가 더 꼼꼼하게 검사하고 있다. 고로 우리가 더 엄격하고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미국의 대형 팩커(packer, 가공공장) 공장 하나에서 하루 동안 도축되는 두수가 우리나라 전국에서 하루 동안 도축되는 두수에 맞먹는다는 현실(규모의 차이)을 감안해 볼 때, 똑같은 2%라도 ‘100마리 중에서 2마리’와 ‘100만 마리 중에서 2만 마리’와는 결코 비교될 수 없는 숫자놀음이며, 이런 숫자놀음으로 국민의 눈을 멀게 하고 착각에 빠뜨리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자기합리화에 불과함을 알아야 한다.
7. SRM이란?
BSE감염이 인정된 소의 사체를 부검해보니, 주요 변병부위(뇌, 신경절)에 다량의 v-prion(변형프리온)의 침윤이 관찰되었다. 그래서 v-prion이 특이적으로 많이 관찰되는 부위를 SRM(Specific Risk Material, 특정 위험 물질)로 분류, 식용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소의 SRM은 무조건 먹어선 안 되는가? 그렇지는 않다. SRM은 BSE의 pathogen인 v-prion이 특이적인 친화성을 가진 조직일 뿐, v-prion이 없으면, 그냥 정상조직일 뿐이다. 즉, BSE에 감염되지 않은(v-prion을 가지고 있지 않은) 소의 SRM은 먹어도 된다.
하지만 만약 소가 BSE에 감염되었다면, BSE에 감염된 소의 살코기를 먹은 사람보다 SRM부위를 먹은 사람이 섭취하게 될 변형prion의 양이 훨씬 많으므로, vCJD(인간광우병)로 이환될 확률 및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의 식문화(곰탕, 내장탕, 곱창, 우족탕 등을 먹기 때문에)가 SRM부위를 식용으로 사용하기 쉽기 때문에, SRM을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와 미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국이 정말로 BSE로부터 안전하다면, 우리는 굳이 30개월이라는 연령구분을 할 필요도, SRM을 굳이 제거해서 수입할 필요도 없다. 젖소도, SRM도, 30개월 아닌 300개월도 수입해도 된다. 그러나 지금처럼 SRM과 30개월 미만을 굳이 구분해서 수입하려는 것은 오히려 미국산 소를 잠재적 BSE 감염우로 간주하는 것이 된다. 이 모든 의심, 의혹과 가능성이 ‘광우병 전수검사’를 통해서 깨끗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데, 이를 놔두고 쉬운 일을 어렵게 푸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게다가 최근 말초신경계와 심지어 혈액에도 변형prion이 발견된다는 논문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 논문대로라면,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이 논문의 존재에 대해서 식품 당국도 전문가들도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은 엿 이라도 바꿔 먹어버린 건가.
8. 30개월 미만은 안전한가?
역시 중복되는 내용이므로, 간단하게 설명하겠다. 동물성 사료를 급여했다면, 30개월 미만의 소가 비록 BSE증세를 나타내고 있지 않더라도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변형 prion이 없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점이 ‘30개월 미만’이라는 문구가 갖는 맹점이다.
지금까지 BSE가 발견된 소들은 ‘대부분’(100%가 아니다) 30개월 이상의 사실상 ‘늙은 소’들이었다. 이는 BSE의 진행 속도가 그만큼 느리기 때문이지, 결코 30개월 미만의 소가 BSE에 대해 면역이 강해서라거나 혹은 BSE로부터 안전해서가 아니다. 즉, 30개월 미만의 소라도 그 소가 ‘동물성 사료’를 섭취하였다면, 변형prion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또한, 늙은 소라도 ‘동물성 사료’를 급여하지 않았다면 BSE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9. 우리나라 사람들이 BSE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과학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나도 그 자료를 보았지만 어디까지나 귀납적 추리에 의존하여 추론한 것이므로, 이에 대한 반증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그 정도 비율이라면, ‘이론’으로 인정하지는 못하더라도, ‘가설’로서 우리가 참고할 필요는 충분하다. 이를 두고 ‘유언비어’라 규정하는 것에는 결코 반대한다. 진짜 유언비어의 원천은 정운천 농림부장관과 일부 정치인들이다.
10. 마지막으로, 무엇이 안전하고,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BSE의 감염을 예방하고자 한다면, 간단하다. ‘동물성 사료가 제대로 금지되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면 된다. 하지만 이 때, ‘순환감염’의 가능성도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BSE는 이미 이종(異種)간의 교차감염이 성립됨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은 BSE를 ‘관리하고는 있으되 안전하지는 않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이러한 관리만 철저히 된다면 아프리카 오지에서 소를 사육하든 미국처럼 기업식으로 격리사육(isolated farming)하든 언젠가 BSE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예방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 인간이 BSE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누차 강조하였듯이, ‘도축되는 모든 소에대한 광우병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월령제한도, SRM금지도 다 본질에서 벗어난 ‘역설적 행위’에 불과하다. “v-prion이 없는 소는 먹어도 되고, v-prion이 있는 소는 먹으면 안 된다.”는 간단하지만 확고한 명제에 충실해야한다.
‘전수검사’의 범위는 단지 ‘수입육’에 국한되어선 안 된다. 우리나라도 도축우를 대상으로 BSE 전수검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 명분을 갖기 위함이 아니다. 바로 우리 먹거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를 위해서, 나아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다. 식품의 경쟁력은 신뢰에서 온다. 미국산 쇠고기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 국민이 먹는 모든 식품을 그것이 국산이든 수입이든지간에 관리를 게을리하지 말길 바란다.
우리가 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또 미국에 전수검사를 요구하면, 자연스레 우리 국민의 식탁은 좀 더 건강해질 것이고, 나중엔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등도 한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광우병(BSE) 전수검사를 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구상에서 BSE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마치면서...
미국산 쇠고기는 사실상 지구상에서 잘 관리되고 있는 위생적인 쇠고기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미국은 엄청나게 많은 쇠고기를 생산하고 있는 나라이며, 호주나 뉴질랜드와는 달리 그 대부분을 자국민들이 소비하고 있다. 비록 선호하는 부위는 대부분 스테이크 컷(등심, 안심, 채끝)을 비롯한 후구(뒷다리)부위기 때문에, 갈비, 목심 및 부산물을 선호하는 우리와는 서로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다. 굳이 한미FTA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몇 년 전처럼 소갈비에 소주 한 잔을 부담 없이 하고 싶다면, 미국산 쇠고기는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의 거대한 축산시스템은, 그 덩치에 비례한 크고 작은 허점이나 실수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이 때 우리 정부는 국민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사수하기 위해 미국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정부는 4천5백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하고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비록 국제통상이 원리원칙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고는 하나, 국민의 건강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하는 정부가 되길 우리 국민들은 희망하고 있다.
나는 이 긴 글을 통해서, (1) 광우병(BSE)의 실체와 진실(사실)을 파악하여, (2) 안전한 쇠고기를 위해서는 오로지 ‘도축우 전수검사’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인지하여, (3) 우리 국민들이 미국산, 국산을 포함한 모든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썼다. 꼬박 하루가 걸렸다. 이 시간이 헛된 시간이 아니었길 바란다.
끝으로, 제발 혹세무민(惑世誣民)하며 유언비어(流言蜚語)를 퍼뜨리는 위정자들이 더 이상 국민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2008. 05. 09.
수의사 윤 기 상
이게 광우병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일까...말로만 듣던 광우병을 이해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